<눈사람 레코드>(55) Rebirth Edge / kazuna hirose with E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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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s trip / kazuna hirose with ECHO (2013)

마츠모토에서 도래인 축제를 한다고 해서 따라갔다. 도래인의 후손은 찾을 수 없었지만, 재일동포 후손들이 우리를 반겨 맞이해 주었다. 한국인 유학생이 통역 봉사를 맡아줬다. 넓게 생각하면, 재일동포나 유학생 모두 도래인 아닌가. 교류를 위해 간 것 또한 도래인과 같다. 숙소에서 만난 일본인 관리인은 한국에서 온 시인이라고 하자 반가워하면서 오래된 책 한 권을 꺼내왔다. 일본어로 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시집이었다. 윤동주를 좋아한다며 대뜸 그의 시 ‘별 헤는 밤’을 한국어로 들려주라고 한다. 일행 중에 그 시를 암송하는 사람이 있어서 낭송을 했더니 관리인이 주르륵 눈물을 흘린다. 일본에 이민을 가서 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과목을 맡고 있다는 한 선생님은 축제 준비로 한국 시를 일본어로 번역하면서 오랜만에 마음이 설렜다고 한다. 신슈 마을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어떤 일본인은 예전에 한국에서 산 적이 있다며 우리가 약국 앞을 지나기만 하면 밖으로 나와 밝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작은 온천마을에서 평화로운 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마츠모토에는 조선인들이 징용을 와서 일했던 화약공장이 있었다. 스무 살 나이에 징용을 갔다가 폐병에 걸려 돌아가신 작은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환송회에서는 노래 ‘임진강’을 합창하고 싶었지만 ‘사랑해, 당신을~’하는 노래를 다함께 손잡고 불렀다. 귀국을 하고 며칠 지나 한국어 교사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만년설이 있는 사진과 함께 마치 그림엽서처럼 보내왔는데 어쩌면 작은할아버지도 바라봤을 산 같아서 조금도 낯설지 않았다. ‘kazuna hirose with ECHO’는 이 글을 쓰면서 일부러 찾은 일본 밴드이다. 2011년 결성되었으며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활동한다. 위의 앨범은 이들의 1집이다. ‘Kazuna Hirose’가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다. 브리티쉬 락을 바탕으로 프로그레시브 색깔도 있어서 마츠모토 만년설처럼 근사하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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