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4.3사건 행방불명인 진혼제 열려…결의문 낭독

▲ 2일 오후 4시 제주4.3 행방불명인 진혼제가 옛 주정공장터에서 열렸다.
'지난날의 억울함과 원통함을 푸시고 영면하기길 빕니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전 이 땅의 크나큰 비극인 4.3사건으로 말미암아 이곳 주정공장 옛터에 수용된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모진 고통을 겪다가 육지형무소, 정뜨르비행장, 바다, 산기슭으로 끌려간 행방불명된 채 58년이 지난 지금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 초혼을 낭독한 이중흥 4.3유족회 제주시부회장.
당시 1948년 군법회의에서는 871명, 1949년 군법회의에서는 1659명 등 총 2530명이 유죄판결을 받았고 이중 사형이 384명, 무기징형이 305명으로 단일사건으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군법재판 대부분이 바로 주정공장에서 열렸다.

특히 1949년 군법회의에서 단 사흘 만에 345명이 사형선고를 받았던 곳이 바로 이곳 주정공장 터이다. 이곳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수형인들은 타지역 교도소로 옮겨져 수감 생활을 하다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인들에 의해 대부분 학살당했다.

처참한 4.3 역사의 기억하고 있는 주정공장 옛터에서 일곱번째 행방불명인의 넋을 달래는 진혼제가 열렸다.

▲ 추도사를 낭독하는 4.3유족회장.
2일 오후 4시 제주도4.3사건유족회(회장 김두연)가 주관한 제7회 행방불명인 진혼제에는 김태환 제주도지사를 비롯 양우철 제주도의회 의장, 김영훈 제주시장, 고희범 (사)제주4.3연구소 이사장 등 4.3 관계자와 유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 곳 주정공장에 끌려운 이들은 "혹시나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지만 대부분 타지역 교도소로 끌려가면서 결국 4.3수형인이란 이름을 단 채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날 유족들은 마포형무소 387신위, 인천형무소 242신위, 대전형무소 300신위, 대구형무소 499신위, 전주형무소 84신위, 목포형무소 466신위, 광주.부산,김천.마산.부천형무소 533신위는 물론 미처 파악하지 못한 1313무명신위 영령들의 명복을 빌었다.

이날 진혼제는 초헌관 김두연 회장, 아헌관 양영호 북군부회장, 종헌관 김광우 호남위원장이 제례를 지낸 후 초혼, 진혼사, 추도사, 추모시, 결의문 낭독순으로 이어졌다.

이날 김명숙 시인(제주작가회의)는 김관후씨의 시 '저 멀리 떠난 아비'를 낭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두연 제주도4.3사건유족회자장은 이날 진혼사를 통해 "지난해 3월 17일 4.3중앙위원회에서는 불법재판으로 희생되신 수형인 606명을 희생자로 결정하고 올해 3월 29일 1250명을 결정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의 전기가 마련됐지만 아직도 4.3중앙위원회는 수형인 다수를 놓고 희생자 결정에 논쟁을 벌이고 있다"며 4.3 특별법 개정과 조속한 희생자 결정을 촉구했다.

▲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는 김태환 제주도지사.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추도사에서 "제주 평화의 섬 지정은 4.3의 역사적 아픔을 딛고 진실과 화해의 과정을 거쳐 극복해 나가는 모범을 보인 노력의 결과"라며 "그 동안 맺혔던 갈등과 반목을 풀고 평화와 인권이 살아숨쉰느 새로운 제주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양우철 제주도의회 의장도 추도사를 통해 "온갖 누명과 불법재판이 횡행했던 이 곳에 후손들이 서 있다"며 "행방불명 희생자를 포함한 4.3희생에 대한 심의 결정이 빨리 이뤄지는 것을 물론 4.3특별법 개정안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죽음조차 알 수 없는 형제와 부모, 자녀의 넋을 위로하며 제단에 국화꽃을 바치는 유족들의 헌화 및 분향행렬이 이어졌다.

▲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4.3관계자와 유족들.

이날 유족들은 4.3 수형인 희생자 전원을 희생자로 결정할 것과 4.3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제주도4.3사건희생자유족회 홍성수 상임부회장의 선창으로 4.3 관계자와 유족들은 "국회는 4ㆍ3특별법 개정안을 임시국회를 열어 조속히 처리할 것 을 강력히 촉구 결의한다"고 결의했다.

또 ". 정부는 4ㆍ3특별법 개정안 중 일부조항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지 말라"며 "법개정에 적극 참여하여 4ㆍ3특별법 개정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오후 7시부터는 제주시 신산공원 일대에서 제주민예총을 비롯한 4.3 단체들이 주관한 4.3항쟁 58주년 전야제 '생명꽃 피어 평화를 노래하다'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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