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10시 제주평화공원서 4.3 58주기 위령제 거행
정부·정치권,유족·도민 1만여명 참석…TV 전국 생중계

제57주년 제주4.3사건 희생자 범도민위령제가 3일 오전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4.3유가족과 도민 등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열린다.

이날 위령제에는 이용솝 행정자치부장관을 비롯한 정부인사와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한화갑 민주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 박재승 4.3중앙위 심사위원장, 송기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장, 강만길 친일진상규명위원장, 박석무 5.18재단 이사장 등 정부와 정치권 인사 등이 대거 참석해 달라진 제주4.3의 위상을 보여준다.

특히 이날 위령제는 KBS와 MBS가 처음으로 식전행사가 끝나고 오전11시부터 시작되는 봉행제는 처음으로 전국에 생중계하면서 제주4.3 전국화의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제1부 식전문화행사, '초혼굿 꽃 넋으로 살아'…

제주4.3사건희생자위령제봉행집행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위령제는 오전10시 민예총 제주지부의 식전행사로 시작된다.

'초혼굿, 꽃넋으로 살아'란 제목의 식전행사는 제주도 전통 무속의례의 양식에다 연행예술을 결합한 새로운 의미의 초혼굿으로,유족을 비롯해 4.3의 아픔을 체험하지 못한 후세대들이 참여하는 군중적인 대동연행의 의례를 만든다.

초혼굿은 '초혼'과 '역사와 기억' '해원'이라는 세 마당으로 구성된다.

위령탑에서 출발하는 식전행사는 심방이 굿을 진행하고, 화동들은 잔디언덕 너머에서 두 갈래로 들어와 연못 둘레로 탑돌이를 하면서 헌화의 예를 갖춘다. 이어 심방이 대령상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면 화동들과 공연 참가자들은 설베를 잡고, 그 뒤를 월덕기와 영겟기, 그리고 만장이 따른다. 추념광장에 들어선 이들은 양쪽 잔디밭으로 나뉘어져 이동하고 죽은 원혼과 살아남은 이들은 좌우돗기를 따라 올라간다.

4.3제단과 추념광장에서는 역사와 기억이 펼쳐진다. 4.3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어려웠지만 평화로웠던 모습, 4.3이 발발하면서 살아남아 침묵을 강요 받아온 세월이 순차적으로 그려진다. 북소리를 타고 죽음의 길이 펼쳐지고 죽어간 이들의 원혼이 일그러진 모습으로 하나 둘씩 들어온다. 

어린이 한 명이 무대 중앙위로 나와 '동백꽃 피기 전에'를 노래 부르는 사이에 혼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대령상과 심방을 선두로 혼길의 행렬 끝에는 맑은 영혼들이 흰옷을 곱게 차려입고 따른다. 심방이 대령상을 제단 앞에 내려놓으면 설베의 행렬이 무대 앞 좌우의 죽음과 삶의 군상들을 감싸고, 맑은 영혼들이 군상들 사이로 들어가 어우러진다.

월덕기가 제단 가운데 자리를 잡고 양 옆으로 영겟기와 만장이 나누어 늘어서면 행사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동백꽃 피기 전에'를 부르면서 식전행사를 마무리 한다.

제2부 봉행제, 김태환 지사 "평화의 섬·자유도시·특별자치 제주를 만들자" 강조  

식전행사가 끝나면 오전11시부터 본행사인 위령제가 봉행된다.

제주지방경찰청 경찰악대의 주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위령제는 국민의례와 순국선열, 4.3영령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된다.

정부를 대표한 인사의 헌화와 분향에 이어 김두연 제주4.3유족회장의 경과보고가 이어진다.

이어 봉행위원장인 김태환 지사가 주제사를 한다.

김태환 지사는 "삼가 옷깃을 여미고 그 때 가신 님들의 명복을 빈다"면서 반세기 동안 아픈 상처를 가슴에 안고 질곡의 세월을 헤쳐온 유족들에게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4.3희생자와 유족들을 위로 한다.

김 지사는 "지난 2003년 10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이 4.3당시 무고한 희생에 대해 유가족과 제주도민에게 정중한 사과와 위로를 했다"면서 "이로 인해 골수에 사무치던 한이 풀리면서 제주4.3은 더 이상 불행하고 어두운 역사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으며, 제주도민과 4.3유가족들은 그날 이후 더욱 화해와 상생의 길을 모색했으며, 평화를 이야기했다"고 말한다.

김 지사는 "그 결과 지난해 1월 12일 제주도는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됐으며, 이어 제주도는 오는 7월 1일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출범하는 새역사를 쓰고 있다"면서 "이 위대한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주신 제주도민과 4.3유족 여러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전한다.

김 지사는 이어 "이제는 어깨를 펴고, 특별자치도 도민으로서 당당한 자부심을 갖고 미래로 나가자"면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세계로 도약하는 '평화의 섬, 제주' '국제자유도시, 제주' '특별자치도, 제주'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한다.

김 지사의 주제사가 끝난 후에는 4.3학생문예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아라중 2학년 강나영 양의 '4월의 눈물'이 추도문으로 낭독되고, 제주도립예술단이 '진혼무'를 공연하면서 58주년 봉행제는 끝을 내게 된다.

이어 참석자들은 제단에 차례로 줄을 지어 헌화와 분향을 하면서 58년전의 억울하게 희생당한 원혼을 달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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