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후 칼럼] 공포마케팅, 교묘한 선전술

사람들은 평소에 불안이나 공포감을 싫어한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두려움을 일으키는 대상과 접촉하길 꺼려한다. 더욱이 엄습하는 불안과 미래의 죽음이 연결되면 정신적인 공황에 직면할 수 있다. 미래의 위험을 상상하면 불안감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불안의 종착역과 안식에 대한 갈망으로 생기는 인간의 번뇌는 새로운 대상에 대한 광적인 열광이나 극단주의로 방향을 전환하게 만든다. 뉴스는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선전의 목표를 달성한다.

우리는 매일 뉴스를 보면서 충격을 받는다. 인간의 심리기저에 있는 두려움과 분노를 끄집어내야 가치있는 뉴스로 평가된다. 현대사회에서 불안을 먹고사는 뉴스를 외면하기는 힘들다. 뉴스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장소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뉴스를 경계하면서 일상적으로 뉴스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늘 우리를 괴롭힌다.

뉴스는 우리의 삶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인간은 공포와 관련된 일에 관심이 많다.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 못지 않게 불안한 뉴스를 클릭하는 일이 습관처럼 되었다. 지구라는 행성에는 인간의 나약한 심성을 자극하는 일들이 널려있다. 불안과 분노를 일으키는 뉴스는 시간이 지나면 인간에게 익숙해진다. 현재의 충격적인 사건은 인류의 과거 역사에서 종종 일어났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을 반추하다보면 공황상태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 

불안을 축적하는 뉴스 보기의 관행은 인간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게 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가 맞닥뜨리는 네팔 지진 같은 끔직한 사건, 사고는 인간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는 타인의 뉴스를 보면서 사람들은 내면의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한편,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관용적이고 겸손한 태도와 자신의 문제를 균형있게 바라보는 자세는 극도의 불안을 야기하는 뉴스를 통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뉴스는 불안감을 자극하고 분노를 격발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공포 마케팅에 이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뉴스 소비자를 겁주면서 강박관념을 갖게 만든다. 독자들이 어떤 사고와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공포감을 조성한다. 인간은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뉴스를 만나면 긴장과 불안감이 생기고 이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게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두려움에 자극받아 외부에서 이를 물리치는 방안을 권유하면 자연스럽게 수용한다. 이 지점에서 특정한 목표나 제안, 장점을 부각하면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공포 마케팅은 재난사고와 달리 일부 조직과 집단의 교묘한 선전술이 개입된다. 따라서 이익과 손해보는 세력이 각기 존재한다. 공포 마케팅은 우리가 매일 보는 뉴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정치 선전술과 정책홍보, 상품 광고에서 널리 사용된다.

종북논란, 북한의 신무기개발과 관련하여 현실적인 북한의 위협이냐, 여론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불안감 조성 전략이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념논란은 선거에 이용되고, 북의 군사적 위협은 고비용의 첨단무기 도입을 부추긴다. 북한의 공포는 무시할 수 없지만, 과잉 공포 전략은 역효과가 더 클 수 있다. 국민연금 논쟁에서 ‘세대간 도적질’, ‘미래 처형’ 같은 극단적 용어를 사용하여 대국민홍보전을 펼쳤다. 연금 가입자의 불안감을 조성하여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는 비정상적인 공포 마케팅의 사례다.

최근 가짜 논란을 일으킨 건강보조식품 백수오(白首烏) 판매전략도 마찬가지다. 생로병사의 불안을 자극하고, 이 약 하나면 모두 해결될 것처럼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불안과 환상을 연결하는 마케팅 전략은 미미한 효과와 부작용을 감추고 과도한 이익을 취하게 만든다. 이 밖에도 공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의 틈새를 비집고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워 시장을 키우는 사교육 분야의 마케팅 전략이 있다. 뉴스는 취재원이 만들어내는 절벽, 골든타임, 기요틴 같은 극단적인 용어와 프레임을 그대로 전파하여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위험을 키우는 마케팅 기술은 현대문명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경쟁은 치열해지고, 행복에 대한 믿음도 사라지고 있다. 경쟁과 불안감이 가중될수록 공포산업은 파편화된 개인심리를 파고들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인스턴트 뉴스에 길들여진 소비자에게 불안은 좋은 미끼 상품이다. 공포산업이 갈수록 선정적이고, 스펙타클해지면 자기부정과 강자 추종심리가 생긴다. 공포에 질린 대중은 그만큼 통치하기가 쉬어진다.

161579_182989_0058.jpg
▲ 권영후 소통기획자.

이제부터 우리 자신을 속박하려는 공포 마케팅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공포 위협의 과장 여부, 공포의 정당성과 문제해결 능력, 공포의 장단점을 세밀하게 진단하고 판단을 내린다면 공포감 조성 전략을 격파할 수 있을 것이다. 공포 마케팅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인간 의식을 불안과 공포로 조종하려는 선전자의 의도에 넘어가지 않는 데 있다. /권영후 소통기획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