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영의 뉴욕통신]'참극의 섬'이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길 기원

노 무 현 님!

감회가 깊네요. '발가락이 닮아서' 내가 좋아했던 노무현....드디어 그때 그 약속을 지키려고 마침내 제주에 오시는구나...정말로 우리가 학수고대하던 ‘그님’이 잔인했던 피바람을 잠재우시려고 오시나 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제1번지로 제주 그리고 모슬포 섯알오름 학살터를 찾았던 그때 그이의 약속 : “내가 후보가 되고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이 사건을 진상규명하고 국가차원의 배상을 하도록 하겠다."

당시만 해도 대통령 후보가 되리라고는 꿈에나 생각해 봤을까요, 그런데 후보 고지를 1위로 탈환하고 짱짱한 대쪽이자 역전의 용장 ‘골리앗’ 이회창 대 무명의 촌놈 ‘다윗’ 노무현의 세기의 대결. 더구나 거기에서 '다윗'이 이번에도 이긴다는 것은 꿈에도 그려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든 금력과 인력을 총동원한 막강한 ‘골리앗’ 장군을 넘어뜨렸을 때, 기쁨을 당시 대정중 2년짜리 내 조카는 "죽어도 좋아!"란 짧지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이메일로 내게 보내왔던 감격이 오늘 다시 살아납니다.

4.3때 대정중 2년짜리들이 얼마나 희생되어 갔는지 아는 사람만 압니다. 대정중학교는 '빨갱이 학교'로 낙인찍히고 폐교 직전에 까지 이르렀었습니다. 대정중 2년때 나는 4.19 데모대를 이끄는 대정고 선배들을 따라 나섰다가 나의 할아버지로부터 호되게 질책을 당한 기억도 되살아납니다. 귀한 손자가 그때 선배들처럼 희생되어 갈지도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었겠지요.

그 노무현님이 이제 대통령님으로 제주 4.3 위령제에 와서 영령들께 참배하고 유족들을 위로한다니 정말로 생시인지 꿈인지 모르겠습니다. 연전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거주 제주도민회의 초청을 받고 갔었는데, 나의 활동을 전해들은 한 도민이 나더러 술기운에 "세상이 변할 줄 알어?"하면서 대들더군요. "그럼, 세상이 안변하고 그냥 그대로 있냐?"라고 대꾸를 해줬었는데...참말로 이제'세상이 확실히 변하긴 변한 모양입니다요' 실감이 납니다.

58년간의 제주인들의 통한의 가슴을 진정한 봄기운으로 어루만지시고 상 채기를 아물게 하시려고...신의 손길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의 그 따스한 가슴 대 가슴(heart to heart)으로 맘 문을 활짝 여시고 그 쓰라린 상심한 맘을 녹혀 주실 줄 믿습니다. 그 때 그 약속의 반쯤은 이뤄집니다. 나머지 반은 이제 시작입니다. 특별법 개정작업이 우리를 설레이게 하고 있습니다. 국가차원의 배상도 이뤄지리라 간절히 소원합니다. 역사적으로 처벌받아 마땅한 당시 정치지도자들과 군경 지휘관들의 ‘회개’ 또는 ‘참회’도 기원합니다. 그리고 화해와 상생을 넘어서는 진정한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는 일이 우리 세대와 차세대가 이어나갈 숙원사업이 됩니다.

원컨대, 제발 제주 화순항에 이지스 체제를 갖춘 구축함 주둔 군항 유치 계획을 철회하여 주십시오. 이미 사들인 그 구축함을 원주인에게 재정상 손해를 보더라도 돌려줄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역사를 통해서 새로운 교훈을 얻어야겠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말기 일제가 구축해 놓은 군사기지 때문에 제주섬이 미군에 의해서 불바다가 될 뻔했던 아찔한 순간을 회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예견되는 중.미 군비경쟁에 휘둘리지 않도록 ‘예방조치 (precautionary measure)를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평택 대추리에서는 민초들이 우리의 귀한 농토와 강과 산과 바다가 미군들의 군화발 아래 ‘초토화’되는 것을 맨몸으로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No'인 경우에는 아무리 강자 앞에서라도 ‘No'하실 수 있는 위대한 정치가로서 굳게 서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게 바로 진정한 ’동북아의 균형자‘의 자세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락에 파병된 우리 국군도 조만간 명예로운 퇴각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평화는 결코 대포나 폭탄으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김합시다. 베트남 전쟁에 '용병'으로 출병했던 쓰라린 과거를 잊으시지는 않으셨지요.

노무현님과 함께 그리고 우리 유족들과 함께 4.3때 희생되어간 영령님께 삼가 고개를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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