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족이 아니냐"…수 천명 비표없어 행사장 진입 못해

▲ 비표없는 유족들의 진입을 막는 행사 관계자들
헌정 사상 최초로 4.3위령제에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해 유족과 도민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이고 '사과'와 '위로'를 했다.

하지만 대통령 의전 때문에 수천명의 유족들이 위령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해 울분을 삼키기도 했다.

3일 4.3평화공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1만여명이 유족들이 위령제에 참석하기 위해 주변을 서성거렸다.

▲ 일부 유족들이 행사장 출입을 막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하지만 위령제 행사장에는 대통령 의전 때문에 비표를 가진 3000여명만 참석할 수 있어 비표가 없는 수천명의 유족들은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유족들은 "왜 우리가 행사장에 참석하지 못하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한 유족은 이 과정에서 경찰과 멱살을 잡는 험악한 풍경마저 연출되기도 했다.

유족들은 행사장에 참석할 수 없다는 얘기를 사전에 전혀 듣지 못했고, 안내 방송도 제대로 안돼 유족들에게 상처를 줬다.

박모 유족은 "4.3 당시 온 가족이 몰살당해 천애 고아로 살아왔는데 왜 우리가 행사장에 참여할 수 없느냐"며 "높은 사람은 들어가도 되고 우리 같은 유족은 들여보내 주지 않느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 5.31 지방선거 입후보자…4.3유족 표심잡기

▲ 한표를 호소하는 진철훈 후보와 현명관 후보
두달 앞으로 다가온 5.31 지방선거 입후보자들은 4.3 유족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열린우리당 진철훈 예비후보와 한나라당 현명관.강상주 예비후보 등은 1만여명이라는 표심(?)을 잡기 위해 4.3평화 공원을 돌며 유족들에게 명함을 주고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또한 도의원 출마자들도 지역별로 온 4.3 유족들을 만나며 얼굴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 제주대 국문학과 하루 휴강…4.3 바로알기 나서 '눈길'

▲ 제주대 국문학과 학생들이 하루 수업을 휴강하고 4.3 위령제에 참석했다.
제주대 국문학과 학생 50여명은 허남춘 교수를 지도교수로 하고 4.3 현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허남춘 교수는 "4.3 역사는 현기영 선생의 '순이삼촌'과 이산하씨의 '한라산'으로 시작해 본격적으로 알려지는 등 4.3문학의 힘이 컸다"며 "학생들에게 4.3의 역사적 의미와 문학과의 관계를 정립시키기 위해 학생회를 중심으로 하루 휴강했다"고 말했다.

황성욱 학생은 "4.3에 대해 모르는 것이 현 대학생의 실정"이라며 "와서 보니 4.3에 대해 정말 공부하고,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문학과 학생들은 이날 위령제를 시작으로 4.3유적지 역사순례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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