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Q&A] 유정래 제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감기로만 지나가는 경우 많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11일 오전 기준으로 국내 메르스 확진자는 총 122명. 사망자는 9명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제주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메르스 청정지역'인 셈이지만 도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대처 방법으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꼽는다. <제주의소리>는 메르스에 대한 도민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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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1층 국내선 입국장 내부에서 보건당국이 실시간으로 입도객들의 발열을 체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DB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7만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제주행 일정을 취소하고,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는 ‘어느 병원에 확진자가 나왔더라’ 혹은 ‘메르스 환자가 돌아다니고 있다더라’ 등의 내용의 괴담도 확산되고 있다. 메르스가 무시무시한 질병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제주대병원 감염내과 유정래 교수는 치사율이 높다는 우려에 대해 중동에 해당되는 수치인데다 정확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한국의 경우 10% 미만으로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치사율이 20~30% 되는 세균성 폐렴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반인(건강한 사람)의 경우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경우에 꼭 치료를 해야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유 교수은 평소 위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잘 씻기, 재채기 할 때 손으로 가리지 않기 등이 생활화된다면 메르스 뿐 아니라 다른 감염병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메르스 공기로는 전염안돼...의료진에게 정확한 정보 주는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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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병원 감염내과 유정래 교수. /사진 제공=제주대병원 ⓒ 제주의소리
Q. 증상이 일반 감기랑 헷갈린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거면 딱 메르스다!’라는 증상이 따로 있나요?

A.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종류가 워낙 많고 이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기침이나 가래, 콧물, 호흡곤란 심지어 심해지면 폐렴까지 일으킬 수 있습니다. 메르스 바이러스 뿐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도 대부분 이런 경과를 보여서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Q. 치사율이 40%라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거 정말 위험한 거 아닌가요?

A. 치사율 40%는 중동지역에서 연구결과를 토대로 사망자 수를 계산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계산법은 병원을 찾은 사람들 중에 죽은 사람이 몇 명이냐를 산술적으로 따진 것입니다. 사실 메르스는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사람도 굉장히 많습니다. (정확한 치사율을 산출하려면)그 사람들까지 포함해 모든 감염자 중에서 사망자가 몇 명인지 계산해야합니다. 병원을 찾아올 정도의 분들은 대부분 심환 환자들입니다. 증상이 심한 환자 중에 몇 명이 죽었냐를 따지는 건 (현실에) 적용하기 힘듭니다.

한국의 경우, 100명이 넘는 메르스 감염자 중에서는 감기 환자도 있고 폐렴 환자도 포함돼있습니다. 이들 중 사망률이 10%가 안됩니다. 아마 산술적으로 따지자면 치사율이 이 정도 수치(10%)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나이 드신 분들이나 면역 저하자들에게 생기는 세균성 폐렴의 경우 사망률이 20~30%가 넘습니다. 그에 비하면 메르스는 치사율이 낮은 편이죠. 치사율이 너무 과장해서 알려진 부분이 있습니다.

Q. 요새 거리에 마스크 쓴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이젠 저도 마스크 쓰고 다녀야 하나요?

A. 바이러스 중에서는 비말감염(飛沫感染,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오는 타액 등에 의해 병이 감염되는 일)이 있고 공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바이러스가 있습니다. 비말 감염은 사람들의 기침, 가래를 통해서 튀어나가는데 (입자)크기가 좀 크기 때문에 공기 중에 날아다니지 못하고 기침에 의해서 툭 나가는 힘에 의해서만 퍼집니다. 이 거리는 약 1~2m로 봅니다. 메르스는 그 밀접한 공간 안에 있을 때, 그 거리 안에 있었을 때만 전염력 있는것이지 10m 혹은 그 이상 떨어진 곳에 감염자가 있는데 같은 공기로 숨을 쉰다고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단 아주 밀집된 장소를 꼭 가야될 일이 있는 경우엔, 지금 약간 유행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예를 들어 운전을 하는데 꼭 마스크를 쓸 이유는 없다고 보입니다.

▲ 제주대병원 음압병실. 총 4개의 병실이 마련돼있다. ⓒ 제주의소리DB

Q. ‘백신이 없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또 ‘치료제가 없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세상에! 그럼 치료가 안된다는 말인가요?

A. 백신과 치료는 굉장히 다른 부분입니다. 백신은 예방을 목적으로 합니다. 먼저 백신을 맞고 (질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지, 병이 생긴 후에 백신을 맞는 게 아닙니다.

(이제 문제는) 이제 치료제가 있느냐 없느냐인데, 바이러스 폐렴의 경우 메르스 뿐만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들도 치료법도 딱히 없습니다. 물론 효과가 있는 약은 있습니다.

또, 메르스에 감염됐다고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꼭 쓰는 건 아닙니다. 폐렴이 심하거나 면역저하자이거나, 앞으로 며칠 간 상황이 갑자기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일반인(건강한 사람)의 경우 감기 정도로 지나가는데 꼭 치료를 해야되는 건 아닙니다.

면역저하자라서 앞으로 나빠질 게 우려되는 환자나, 메르스에 의해 폐렴이 생긴 사람들에 대해서만 약을 써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불치병이냐구요? 당연히 불치병이 아니죠.

Q. 의심자에 대해 1차 검사를 하고, 48시간 뒤에 2차 검사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복기가 2주’라는 말이 나오네요. 검사에서 둘 다 음성이 나와도 2주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인가요? 검사가 소용없다는 말인가요?

A. 모든 종류의 검사라는 게 100% (확실한) 결과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감염됐음에도) 초기에 검사하는 경우 음성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반복검사를 권장하는 겁니다. ‘증상을 볼 때 이 사람이 정말 의심이 되는 데 검사해보니 음성이라더라’ 그런 경우 시간이 좀 지난다음 다시 검사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런 (추가)검사는 모든 의심자가 꼭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중동지역을 갔다왔는데 열이 나고 호흡기 이상 증세가 있다던지. 메르스로 진단된 사람과 밀접 접촉을 했다던지 이런 경우에 검사해봐야죠. 이런 분들만 음성으로 나올지라도 한 번 더 해봐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확진자가 나온 지역에 살았다는 이유로 검사를 해달라거나, 단순히 발생 지역 병원에 갔다왔는데 검사를 또 해야되느냐, 그럴 필요는 없다는 거죠. 증상이 없는데도 추가검사를 하는 건 재원낭비입니다. 증상이 생겼을 때 바로 검사하고 격리해도 늦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검사를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하는 게 맞지, 불필요하게 재원과 인력을 낭비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Q. 그럼 제주도엔 정말 치명적으로 위험한 사람은 없었다는 얘기인가요?

A. 고위험군이라는 게 중동지역 여행을 갔다 왔다던지, 최근 확진자들이 나온 병원에 갔다왔는데 열이 난다던지 그런 경우입니다. 이럴 때는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그런데 증상이 없는데 단순히 인근 지역에 갔다왔다고 검사해달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확실한 건 저희 병원에 아직까지 확진자도 없고 입원해있지도 않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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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병원 외부에 설치된 임시진료소. ⓒ 제주의소리DB

Q. 의심자가 나오면 국가지정 격리병상인 제주대병원으로 옮겨진다고 들었습니다. 그 다음 어떤 과정을 거치는거죠? 속 시원히 말해주세요!

A. 보건소에서 이송을 해오는 경우 (가능성이 높은) 의심환자니까 데려오겠죠? 그런 환자는 임시진료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별도의 통로를 통해 음압격리병상으로 바로 이송됩니다. 이 분들을 다른 환자들과 접촉되지 않게 철저하게 격리한 뒤 검사를 합니다.

이런 분들이 아닌 경우에는 (건물 외부에 위치한) 임시진료소에서 우선 진료를 받습니다. 여기서 검사 대상자인지 아닌지 선별합니다. 검사 대상자라면 검사를 합니다. 검사 결과는 4시간, 밀리면 5~6시간이 지나면 나옵니다. 이때 증상이 매우 경미한 사람은 집으로 귀가 시키고, 자택격리 중에 검사결과를 통보받습니다. 다만 증상이 경미하지 않은 경우 음압실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임시격리실에서 대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도민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의심 증세가 있거나 감염자가 나온 지역을 다녀온 분은 곧바로 의료시설로 들어올게 아니라, 임시진료소를 먼저 찾으셨으면 하는 점입니다. 병원에 들어갈지 말아야 할지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상당히 의심이 되는 분인데 병원에 들어오면 불특정다수에게 노출되게 됩니다. 이렇게 병원으로 들어와 버리면 그때부터 무방비상태인 겁니다.

의료진들은 점쟁이가 아닙니다. 자신의 상황 등에 대해 솔직하게 정보를 얘기해주셔야 합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의료진이 일반환자인지, 검사가 필요한지 선별을 해 추가 환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어떻게하면 메르스에 걸리지 않고 건강히 지낼 수 있을까요?

A. 평소 본인의 위생습관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밀집된 곳에 간다면 손씻기를 생활화 해야겠죠. 또 내가 기침이나 가래 증상이 있다면 손으로 닦지 말고, 설령 손으로 닦더라도 바로 손을 씻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휴지로 닦는다고 한다면 아무 곳에나 두지 말고 휴지통에 버려야합니다.

또 기침에도 에티켓을 지켜야합니다. 고개를 돌리고 한다던지, 손을 대는 대신 팔로 가리고 하는 게 필요합니다. 손에 오염물질이 묻을 수 있고, 이후 손잡이를 잡는다던지 버튼을 누르면 다른 사람이 그걸 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침 에티켓, 손씻기 생활화를 지킨다면 메르스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적인 감염병도 예방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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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보건소의 앰뷸런스. ⓒ 제주의소리DB

“궁금한 게 있으면 어디다 물어보나요?”
* 이하 내용은 메르스 대책본부와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의 자료 등을 바탕으로 작성한 가이드입니다.

Q. 소문이 무성합니다. 정말 제주도에 메르스 확진자는 없나요?

11일 오전까지 메르스 의심 자진 신고자는 총 24명. 이들은 보건당국으로부터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4명이 2차 검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시설격리자는 부친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31세 여성 관광객 1명뿐인데, 이 여성도 두 차례의 검사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다만 음성 판정자라고 해도 잠복기인 약 2주간 자가격리를 하는 게 원칙인데, 이 관광객은 거주지가 타 지역이기 때문에 이동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격리 중인 것입니다.

Q. 열이 나네요. 저 혹시 메르스 인가요?

일반적인 메르스 증상은 발열(37.5℃ 이상), 기침, 재채기, 가래, 호흡곤란, 숨가뿜 등입니다. 폐렴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소화기장애(매스꺼움, 구토, 설사 등)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보건당국은 현재까지 국내의 메르스 감염은 지역사회에서의 접촉으로 감염되는 양상은 아니며, 모두 병원 내에서의 접촉 등으로 발생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메르스 확진환자 또는 의심환자와 접촉력이 없고, 중동지역으로의 해외 여행력도 없다면, 감기 증상만으로 메르스를 의심할 근거는 낮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Q. 메르스에 대해 궁금한 게 많습니다. 또 제 증세가 메르스인지 의심이 됩니다. 어디다 물어보면 되나요.

제주도 메르스 대책본부는 메르스와 관련된 제주지역 현황, 관련 보도자료, 자주 묻는 질문과 지금까지 보건당국의 지침 등을 모아놓은 페이지를 운영 중입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www.jeju.go.kr) 메인 화면 가운데 보이는 배너를 클릭하면 바로 이동 가능합니다. 질병관리본부(http://www.cdc.go.kr/) 홈페이지에서도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직접 담당자와 통화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부는 현재 메르스 핫라인(043-719-7777)을 운영중입니다.

또 인근 보건소와, 제주도대책본부(064-710-2943) 전화를 하면 상담이 가능합니다.

문의=제주시보건소(064-728-4010), 제주시동부보건소(783-5042), 제주시서부보건소(064-728-4111), 서귀포시보건소 (760-6832), 서귀포시동부보건소(760-6112), 서귀포시서부보건소(760-6211)

Q. 저 메르스 증상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하죠?

A. 일단 보건소나 제주도대책본부 등 보건당국에 전화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의 상태나 증상에 따라 지침을 설명해 줍니다.

심각하게 의심이 될 경우 보건소에서는 앰뷸런스를 통해 의심자를 격리병상까지 격리 이송하게 됩니다.

이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보건당국에서는 의료기관까지 이동해 진료를 받는 걸 추천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관에서 해당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정말 감염 개연성이 있는 경우 보건소에 통보하기 때문이죠. 단, 의료기관까지 이동할 때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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