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41번 환자 제주여행, 잠복기냐 증세시작이냐...선제적, 예방적 방역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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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제주 관광객의 이동경로와 확진판정 흐름도. ⓒ제주의소리

한달동안 대한민국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으로 몸살을 앓고 있을 때도 메르스 청정지역을 유지해온 제주도가 한 여행객 때문에 벌집을 쑤셔 놓은 듯 발칵 뒤집혔다.


141번 확진 환자가 잠복기로 추정되는 기간에 3박4일 동안 제주에 여행 와 곳곳을 돌아다닌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 환자는 지난 12일 메르스 의심환자로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격리됐다가 "내가 메르스에 걸렸다면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며 난동을 부리다 탈출한 이력이 확인되면서 제주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메르스 중앙대책본부는 17일 밤 11시30분 제주도에 메르스 141번 확진 환자 A씨(42.서울 강남구)가 5일부터 8일까지 3박4일간 제주 여행을 했다고 통보했다.

제주도에 따르면 A씨는 부인과 아들, 친구 부부 등 12명과 함께 5일 낮 12시15분께 김포에서 대한항공 KE1223편으로 제주에 도착했고, 제주렌터카에서 승합차를 빌려 제주신라호텔로 이동한 후 3박4일을 묵었다.

A씨는 지난 5월27일 부친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정기검진을 받을 당시 동행했다가 14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메르스 잠복 상태에서 제주여행을 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3박4일 동안 A씨의 동선도 확보됐다. 먼저 제주 도착 당일인 5일 저녁식사를 위해 신라호텔 앞 '오성토속음식점'을 방문했다. 6일 저녁에는 제주시 해안도로에 있는 '삼다도횟집(본점)'에서, 나머지 식사는 호텔에서 해결했다.

관광지는 7일 오전 서귀포시 남원읍 코코몽파크랜드, 오후에는 제주시 조천읍 제주승마장을 방문했다. 8일 호텔에서 조식을 한 후 오후 4시 대한항공 KE1238편을 타고 서울로 떠났다.

A씨는 9일 오후부터 발열 증상이 나타났고, 11일 서울 강남보건소에 최초로 메르스 의심 신고했다. 12일 격리상태에서 진료를 받던 강남세브란스병원 걸쇠를 부수고 탈출한 후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A씨는 메르스 확진 판정(13일)을 받은 후 4일 동안이나 제주여행 사실을 보건당국에 털어놓지 않았다. 보건당국이 카드사용 내역 등을 확인하고, A씨와 여행을 함께 했던 동료들이 보건당국에 신고하면서 A씨의 제주여행 사실이 드러났다.

뒤늦게 제주여행 사실이 알려지자 18일 제주는 하루 종일 부산스러웠다. 

신라호텔은 A씨와 접촉했던 직원 31명을 자가격리했고, 메르스 파장이 가라앉을 때까지 자진 영업을 중단했다. 

대한항공 역시 승무원 22명을 자가격리 시켰고, A씨가 탄 항공기 승객 529명의 명단을 보건당국에 제출했다.

제주도는 A씨가 관광지와 음식점에서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은 64명에 대해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일단 제주도는 A씨에 의한 메르스 전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발열 증세가 제주 여행 후에 시작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따라서 격리조치나 모니터링 등도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는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A씨의 부인과 동료들이 제주여행 당시 A씨의 상태에 대해 서로 엇갈리는 진술을 했다는 점이다. 

동료들은 A씨가 제주여행 기간에 기침을 하는 등 몸이 불편했다는 진술을 했다. 동료들의 말대로라면 메르스 초기 증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부인은 A씨가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하기 전인 5월23일 감기 증세로 동네 가정의학과를 방문한 적이 있고, 6월3일 병세가 호전되자 가족여행에 나섰으며, 여행 내내 메르스 의심 증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부인 말대로라면 A씨는 메르스 잠복 상태에서 제주를 방문했고, 제주를 떠난 지 이틀만인 10일 새벽부터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제주여행을 함께했던 가족과 밀접 접촉자 11명에 대해 지속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관찰하고 있지만 10일이 지난 현재까지 A씨 말고는 경미한 증상도 없다는 점이다.

잠복기의 경우 메르스 전염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전문가들의 소견도 제주로선 위안이다.

배종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제주도 민간역학조사단장)는 "메르스 중에서 가장 희망적인 것이 뭐냐면 임상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감염을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141번 환자의 경우 제주도에 와서 감염원 역할을 했다고 볼 가능성은 굉장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35번 의사 환자의 경우도 발열 전 1500명이 모인 재건축조합 회의에 참석했지만 조사 결과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며 "좀 더 많은 정보가 나와야 하지만 현재까지 내용을 볼 때 141번 환자가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감염원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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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열 검사가 진행중인 제주국제공항. ⓒ 제주의소리DB

그럼에도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치않다. A씨와 접촉한 사람 중 단 한명이라도 확진 판정을 받을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특히 국제 관광지인 제주의 관광산업은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141번 환자가 제주를 떠난 지 10일이 지났다. 논란은 있지만, 메르스 잠복기를 14일까지로 봤을 때 오는 22일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 때 까지는 초비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원희룡 지사는 "141번 환자와 접촉가능한 사람들에 대해서 22일까지 밀착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역학조사반에 의해 추가적인 조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4일 동안 비상체제로 돌입하고, 집중적인 감시와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하루 최대 4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 141번 환자의 경우처럼 관광객이 메르스 잠복기에 제주를 여행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탄탄한 방어막을 형성하기 위한 예방적, 선제적 방역과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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