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어·부·가](16) 시간을 절약하면 ‘더하기’의 시간을 갖습니다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가랑비에 옷 젖는 시간들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시간'입니다.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누구나 24시간을 갖지만 쓰이는 방식은 제각각이죠. 시간을 쓰는 방법에 따라 인생의 성공도, 국가의 운명도 결정됩니다. 누구나 자라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합니다.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민족도 인류도 성장하는 거죠. 하지만 시행착오가 반복된다면 시간낭비가 될 것입니다.

공자는 “배우기를 좋아하는 제자가 누군인가?” 하는 애공(哀公, 공자의 조국 노나라의 당시의 왕)의 물음에 안회를 추천하며 추천 이유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고 언급하죠. 우리가 실패를 연구하는 까닭은 반복하지 않음으로써 제대로 된 시간을 살아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시간은 유한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시간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아이들의 시간은 어쩌면 어른보다 더 소중하기에 하루에 한 시간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을 잘 쓰기 위해서 매일 고민합니다.

저는 '생활습관'에 집중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1초, 1분씩 날아가는 시간을 모으면 꽤 많기 때문입니다. 생활습관이 잘 잡혀 있으면 그만큼 시간 절약이 됩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잠잘 때와 일어날 때 방에서 뒹굴기나 텔레비전 틀기 등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각박하게 몰아 부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제 아이들에게는 목표를 주었습니다. 그림책 읽기와 산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간을 절약한다면 할 수 있다고 했죠. 목표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는 행동부터 다릅니다. 아빠와 함께 그림책을 읽고 산책을 하기 위해서 아이들은 스스로 시간을 절약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아이들이 천성적으로 느리게 행동하기도 하고 주의가 딴 데로 쏠리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공부방 아이들의 생활습관은 ‘물건’의 사용입니다. 물건 때문에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책 찾느라 시간이 가고, 연필과 지우개를 찾느라 또 시간을 까먹더군요. ‘위대한 시간’이란 결국 군더더기가 없는 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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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줄 알고, 두려운 줄 아는 지혜

제법 규모가 있는 큰 국가를 다스리려면 일을 다룰 때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져야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물건은 되도록 절약하며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하며, 혹시 징발을 해야 하는 경우는 반드시 때를 가려서 해야 한다.
- <논어>, 학이 편

『논어』에서 공자가 자주 쓰는 말 중의 하나는 ‘경(敬)’입니다. ‘경’이라는 글자의 생성원리, 즉 자원(字源)을 살펴보면 머리에 장식을 한 무당이 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면서 몸짓을 하는 모습입니다. 무당이 푸닥거리를 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됩니다.

신에게 비는 동작이기 때문에 두렵고 경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논어』 전편에서 공자가 대단히 강조하는 사고방식입니다. 공자의 제자 자로가 이 이치를 체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자로는 제 명에 죽지 못하겠구나?”(「선진」 편)라고 예언하기도 했죠. 공자가 말하는 두려움이라는 것은 겁을 집어먹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자신이 접하는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아이들 각각의 시간은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어른이 해야 할 일은 시간을 결코 쉽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경(敬)’의 정신입니다.

그런데 위 구절은 ‘경(敬)’과 절약, 타이밍(시간)이 연결돼 있습니다. 음미할수록 묘한 인생의 이치입니다. 저는 공부방에서 연필통과 지우개통을 제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대신 매월 초에 아이들에게 연필과 지우개를 하나씩 지급해서 스스로 관리하게 했죠. 아이들이 연필을 잃어버려서 달라고 하면 주지 않았습니다. 일상생활의 조그마한 선택이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물건을 인지하고 애정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물건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습니다.

이 조치로 저와 아이들은 연필과 지우개를 찾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이 조그마한 시간만 줄인다면 글을 몇 줄 더 읽을 수 있고, 문제를 더 풀 시간이 생기고,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도 벌 수 있죠. 이런 경험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시간의 셈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공부방에 오자마자 놀고 싶어서, 다른 학원에 가야 해서 몇 시까지 해달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정해진 시간을 빼느라 시간이 다 흘러가죠.

그런데 시간을 절약하면 ‘더하기’의 시간을 갖습니다. 독서를 즐기는 사람은 시간을 성질을 잘 이해합니다. 바빠서 책 읽을 시간도 없다는 말이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책을 한 줄이라도 읽기 위해서 시간의 틈새를 만들고 그 시간을 조금씩 벌립니다. 시간을 절약해 더해진 시간을 가져본 사람은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누릴 수 있고, 행복으로 채우는 지혜도 얻을 수 있습니다.

[140자 Q & A 상담코너]

15. 아이가 집에서는 공부를 전혀 안 하네요.

Q =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아이들 키우는 부모입니다. 아이가 성적은 어느 정도 나오는데, 집에서 공부를 하지 않습니다. 책도 한 자도 보지 않고 게임이나 TV만 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학습동기가 0에 가까운 학생이 주변에는 너무 많습니다. 부모님은 언제 공부를 하기 시작했나요? 저는 결국 사랑과 관심, 외로움의 문제라고 봅니다. 공부 안 하고 게임만 하는 것은 아이의 욕구가 아닙니다. 그걸 아무도 찾아주지 않으니 외로울 수밖에요.

 * dajak97@hanmail.net 앞으로 육아고민을 보내주세요. 자녀와 본인의 나이와 성별을 써주시면 가명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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