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대학생이 바라본 지역 언론/문준영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지역 언론이 위기라고 합니다. 종이 신문의 미래는 불투명하고 인터넷 뉴스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방문자 트래픽을 올리려는 자극적인 기사가 판을 친다고 합니다. 공정하지 못하다 합니다. 제작 환경이 열악하다고 합니다. 수년 전부터 제기된 문제인데 변하는 게 없다고 합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난 4월, 제주언론학회와 제주도의회가 주최한 ‘지역 언론의 당면과제 및 활로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이 세미나에 참가한 신문사, 방송사 관계자가 공통으로 지적한 지역 언론의 위기는 ‘자본’이었습니다. 세미나의 마지막에는 ‘지역 언론 지원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물론 ‘예산을 지원받음으로써 언론이 해당 기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나‘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독자들이 생각하는 언론의 위기와 언론사가 생각하는 언론의 위기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마음에 와 닿았던 말도 있었습니다. ‘가슴 찌르는 자기 물음이 필요하다’는 강정홍 전 제민일보 편집국장의 말이었습니다.

가슴을 찌르는 자기 물음, 아마도 모두에게 필요한 말인 것 같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입장에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제주지역 언론 환경에 대해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작은 섬 제주, 지역 언론사만 83개?

제주도 공보관실에 따르면, 2015년 4월 기준으로 제주지역의 언론사는 총 83개입니다. 인터넷신문이 49개로 가장 많았고 신문, 방송, 통신사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인터넷신문이 가장 많은 이유는 등록제에 따라 일정한 요건만 충족하면 설립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공통서류와 발행인이 고용한 최소 3인(취재기자 2명, 편집인 1명), 그리고 법인 혹은 개인, 단체에 따른 서류 몇 개만 있으면 인터넷신문 등록신청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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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가 많으면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매체가 그만큼 다양해진다는 뜻입니다. 각기 다른 관점의 뉴스, 새로운 이슈가 공론화되고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막상 뉴스를 보면 대부분이 관에서 나온 보도 자료입니다. 그다음이 사건사고 뉴스죠. 오늘 오후에 인터넷뉴스에서 봤던 내용은 저녁 방송 뉴스로 나옵니다. 가끔 정말 필요한 기획기사가 나오긴 하지만 가끔일 뿐입니다. 임금은 적고 시간은 없습니다.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 근로 환경이 문제라고 합니다.  

언론사는 자체 수익 사업, 광고, 지원 예산 등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마라톤대회나 음악회, 축구대회가 그런 것이죠. 물론 사주가 있거나 재정이 탄탄한 공영언론은 상황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의 경우 보통은 위 예산으로 경영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연스럽게 광고를 따오고 영업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 영업 대상이 기업이 될 수도, 제주도(공공기관)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언론사에 배정된 예산은 한정돼있고 언론사는 늘어났습니다. 지역 언론은 치열한 생존 시장입니다. 당장의 생존 앞에서 ‘좋은 기사’로 독자에게 보답하겠다는 언론사의 기본적 책무를 지키기란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2년간 도내 언론사에 지원된 예산, 117억+@

정보공개청구가 가능한 곳(도내 기관)에서 지난 2년간 도내 언론사에 지원된 모든 예산을 수합해봤습니다. 해당 사항이 없는 곳은 표에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총 10개의 기관에서 지난 2013, 2014년도에 도내 언론사에 지원된 예산은 117억 원이 넘었습니다. 여기에 +@를 붙인 이유는 자료를 제대로 보내주지 않은 기관과 기타 정부 부처로부터 받은 예산은 포함되어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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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친구들에게 지난 2년 동안 언론사에 지원된 예산이 100억이 넘어간다고 말했더니 ‘헛소리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도 제가 헛소리하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예산이 지원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론사 입장에선 작아 보일 수 있으나 도민의 입장에선 큰 금액으로 보였습니다.

이중 방송사가 예산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다음으로 지방지, 인터넷신문 순이었습니다.

예산 내용을 분석했더니 어느 언론사가 재정적으로 어려운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느 언론이 예산을 가장 잘 따오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은 내용의 홍보 예산이라도 어느 곳은 많이, 어느 곳은 적게 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독자가 많고 홍보 효과가 큰 곳에 더 많은 예산을 주는 게 맞는 것이죠. 그러나 몇몇 언론사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어디에 예산을 많이 주면 해당 언론사도 그만큼 받아야 한다는 이상한 관행(자존심)이 있나 봅니다.

"이거 정말 공개되면 큰일 나요…."

제가 이 자료를 받기까지 무수한 일이 있었습니다. 언론사명을 공개하지 않은 기관, 어디에 자료를 쓸 것인지 끝까지 캐묻는 기관, 공개되면 큰일 난다며 제발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기관도 있었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담당자들의 반응이 너무 민감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를 묻고 보니 이 예산 내용이 공개되면 어느 언론사는 적게 주고 어디 언론사는 많이 주고 하는 말들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악의적인 기사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도내 언론을 악의적으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담당자가 말한 그대로를 쓴 것입니다. 차마 언론사에 전화해서 악의적인 기사를 쓴 적 있냐고 물어볼 자신은 없었습니다.

지원 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기관도 몇 군데 있었습니다. ‘도민의 알권리가 언론사 눈치 보기로 비공개 되는 게 맞는 거냐’고 반문했더니 그제서야 자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자료도 못 받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혀를 차기도 했습니다.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공무원들이 언론사에 엄청나게 시달리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얼마나 그랬으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긴 그럴 법도 합니다. 이 좁은 지역사회에 소문나는 건 순식간이고, 그만큼 언론은 무서운 존재인 게 확실합니다. 그렇게 비판과 비판의 대상, 돈을 주는 갑과 을의 관계가 이상하게 꼬여있는 것 같았습니다. 약점을 잡아 거래하고 타협하는 이상한 관계, 공익보다 사익에 치우쳐진 반기업적 관계. 비단 저만 이렇게 느끼고 있는 걸까요?

기관.업체 기획기사, 알고 보니 홍보물?

우리가 보는 기사가 어느 기관, 기업의 홍보물일 수도 있다는 것, 아마 많은 분이 알고 계실 겁니다. 언제부턴가 돈을 받고 기획기사를 써주는 것이 당연시됐습니다. 제주 현안과 관련된 의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집니다. 물론 업계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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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고 기사 써주는 것만 있을까요? 반대로 어떤 기관은 영상을 제작하는데 특정 언론에 보조금을 지원해주기도 했습니다. 이 기관은 매주 도청에서 브리핑을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알게 된 기자의 언론사에 보조금을 지원해준 것이라고 합니다. 업무 편의상 공고는 하지 않고 미리 업체를 선정한 후에 영상 제작 예산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이 보조금은 2천만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해당 기관 담당자는 잘못을 시인했고, 다음부터는 사업을 진행했던 언론사에 중복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광고 안주면 줄 때까지 '조지는 신문', 제주는?

다음 내용은 한국언론재단에서 발행하는 월간 신문과 방송 6월호에 게재된 이정환 슬로우뉴스 편집위원의 글 중 일부분입니다.

‘업계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지만 돈을 줄 테니 광고를 싣지 말아 달라는 건 다른 신문사들이 보고 저기는 주고 우리는 왜 안 주느냐고 따지는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저 신문사가 받으면 반드시 우리도 받아야 한다고 자존심을 내세우는 신문도 있고 광고를 안 주면 줄 때까지 ‘조지는’ 신문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광고 효과도 없다면 적당히 돈을 찔러주고 끝내는 게 차라리 편하고 언론을 관리하는 데 생색내기도 좋다.‘

‘광고보다는 협찬이나 후원이다. 협찬의 명분은 무궁무진하다. 마라톤 대회 안 하는 데가 없고, 샤갈이니 뒤샹이니 온갖 미술 전시회도 있고, 음악회도 있고, 문화 탐방도 있고, 신문사에서 하는 거의 대부분의 문화 이벤트가 협찬을 위해 만든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지면을 동원해 홍보도 하고 관람객에게 돈을 받으면서 기업들에는 협찬도 받는다. 말이 협찬이지 협찬을 빙자한 ‘삥 뜯기’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한번 행사를 치르고 나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남는다.‘


가슴을 찌르는 자기 물음이 필요할 때

위의 글을 보니 비단 이 문제가 제주 지역 언론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경영상의 문제, 언론과 관의 이상한 관계는 아마도 고질적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언론의 생태를 모르는 대학생이 어디서 깝죽거리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래도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가슴을 찌르는 자기 물음, 당장 저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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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아이를 하나 낳든, 한 뙈기의 밭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Emerson, Ralph Waldo)의 시 ‘무엇이 성공인가’의 한 부분이다. 눈앞에 성공이 주가 되어버린 요즘, 나의 작은 소리가 보이지 않는 곳 누군가에게 도움과 희망이 되길 바란다.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09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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