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어·부·가](18) 부모 공부 모임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자식이 클수록 부모의 공부도 커진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자녀는 부모의 학교와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식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게 변화하고 일상생활에서 부딪치는 모든 일들이 새롭습니다. 아이와 생활하며 겪었던 일들을 하나씩 배워가고 시행착오를 한다는 것은 단지 아이를 키우는 것만이 아니라 새롭게 거듭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집안에는 활력이 없고 아이가 타고난 고유한 생기도 점점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배운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책을 읽거나 학교에 가는 것보다 더 큰 배움은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놓는 것입니다. 사람은 살아온 대로 살아가려는 타성이 있고, 익숙한 것을 택해서 안전하게 있으려는 안전 욕구가 있기  때문에 보수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어른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입니다. 하지만 아이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이 서로 교유할 때 때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분도 있지만, 대개 자식의 나이에 맞게 어울리는 것은 부모님 역시 본능적으로 아이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부모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성장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부모님도 많습니다.

대개 그런 부모님들과는 거의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저는 자식을 키우는 것을 두 번째 인생이라고 비유합니다. 자식을 키우기 전에 했던 경험을 자식을 키우면서 되돌아보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에 느꼈던 상처나 경험이 자식을 키우면서 되살아납니다. 자식은 정확히 저의 특징들을 비춰주고 있습니다. 저는 감정적이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둘째가 그 특성을 타고났습니다. 그리고 소심하고 고집이 있는 특징은 첫째 아이가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와 둘째를 보면서 마치 정확한 거울을 보는 것 같아서 때로는 오싹할 때도 있습니다. 공자 역시 제자 때문에 삶의 원칙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내가 사람을 대할 때는 대개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실천을 의심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람의 말뿐 아니라 행동까지 관찰하게 되었다. 나를 이렇게 변화시킨 사람은 바로 재여다!
- <논어>, 공야장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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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과 함께 논어 읽기 모임을 시작해요

제주에 와서 공부방을 하면서 부모님들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제가 교육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낸 결론은 ‘가정 교육’이 모든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생각에 근거한다면 아이를 교육하는 것에 앞서서 부모가 배워야 하며, 부부가 서로 친해야만 합니다. 아이의 학습, 부모 교육, 부부 관계는 ‘가족 교육’이라는 바탕 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교육은 가족 교육을 뒷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이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아이쿱 생협의 회원 엄마들을 대상으로  8개월 동안 논어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논어 구절을 한문으로 읽어내고 그 구절과 관련된 이야기나 느낀 점을 나누는 ‘논어 잡담 모임’의 형식이었습니다. 엄마들과 논어를 읽는 동안 모두 행복했습니다. 그 모임을 제주에서 꼭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과 함께 논어책을 읽는다면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입니다. 아이들은 부모나 어른의 말은 잘 듣지 않지만, 따라하기는 거의 완벽하게 수행한다고 합니다.

공부하라는 부모의 말보다,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이를 공부하는 데 더 효과적인 까닭입니다. 몇 달 동안 아이들과 공부하고 부모님들과 대화를 하면서 좌절감과 보람이 교차되었습니다. 식물이 햇빛을 받는 것처럼 부모의 사랑을 적당히 쬐지 못한 아이들에게 제 사랑은 너무 적었습니다. 하지만 논어책을 읽으면서 부모가 사랑을 주는 방법을 다듬는다면 아이는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들은 자식을 사랑하지만 어떻게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았으며, 사람은 자신이 사랑을 받았던 방식으로만 사랑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부모 자신이 사랑을 주는 방식을 되돌아보면서 다듬을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한편 부모들이 자식 키우는 데 도움을 얻는 육아서는 대개 서양의 심리학에 의존하기 때문에 동양 사람과는 안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동양인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는 논어책을 읽으며 자식을 키우는 것과 연결해서 고민하면 분명 육아서를 읽는 것보다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정들을 부모님들께 말씀드렸더니 꽤 많은 부모님들이 호응을 해주셨습니다. 중학생들이 시험이 끝나는 7월 15일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에 첫 모임을 시작으로 2시간 정도 함께 읽을 생각입니다. 서울에서는 8개월 정도 읽었지만, 제주에서는 1년 정도 생각하면서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식물처럼 천천히 자라는 데 너무 급하게 읽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의 관점에서도 소모임 공동체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노형동이라는 동네에서 조그마한 규모의 모임으로 논어를 읽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육지에는 이런 형태의 모임이 적지 않습니다. 제주에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논어든 맹자든 플라톤이든 인문학을 소재로 한 모임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는 논어 읽기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가 많을 테니, 저 역시 개인적으로 귀중한 글감의 보고를 하나 장만한 셈입니다.

[140자 Q&A 상담코너]

16. 조금만 불편한 일도 안하려고 해요 

Q = 무엇을 하라고 할 때마다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약간 불편한 것은 안 하려고만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아이가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시키는 것도 문제지만,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엄하게 룰을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는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에 아직은 미흡하기 때문에 부모가 대신 선택해주되 아이가 고민이 담겨 있는 반론을 제기하면 수긍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dajak97@hanmail.net 앞으로 육아고민을 보내주세요. 자녀와 본인의 나이와 성별을 써주시면 가명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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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의 말씀
7월 15일부터 필자가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부모 대상 논어 읽기 모임을 진행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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