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나리 액젓을 먹게 된 일
까나리 액젓을 먹게 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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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의 어·부·가](19) 아이의 뒷걸음질 선택을 능동적인 선택으로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까나리 액젓 결판

공부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3학년 남자 아이 한 명이 “하기 싫다”며 수업을 거부했습니다. 딴에는 주말 한 시간 빼앗기는 게 억울하다는 거였죠. 아이들에게 독서가 필요한데 주중에는 빠듯한 일정 때문에 좀처럼 기회를 얻을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주말 노는 시간을 빼앗아 미안하지만 그림책이라도 한권 읽히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주말 휴식을 반납했고, 부모님은 돈을 내셨고, 학생은 주말 한 시간을 보태서 수업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처럼 일이라는 것은 관계된 사람들이 조금씩 보태서 성사됩니다. 일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때는 역시 관계된 사람들과 협의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절차고 민주주의입니다. 다만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이것을 가르치기는 어려웠습니다. 고심 끝에 까나리 액젓을 먹게 되었습니다. 까나리 액젓이 처음 등장한 것은 TV의 유명 프로그램의 ‘복불복’이라는 코너 때문입니다. 벌칙에 걸린 사람이 까나리 액젓을 먹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각인된 것이죠.

다른 공부방 선생님이 뽑기 벌칙으로 까나리 액젓 먹기를 했더니 반응이 뜨거웠다고 귀띔해 주었습니다. 저도 공부방 파티 때 실제로 적용해 보았더니 아이들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벌칙으로 액젓을 먹은 사람도 있고, 안 먹은 사람도 있었지만 공부방에서 까나리 액젓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한명도 없습니다. 그래서 까나리 액젓을 떠올린 것입니다. 아이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하기 싫다고 혼자서 합의된 내용을 깰 수 없으니 용기가 있다면 까나리 액젓 한 컵을 먹음으로써 의지를 증명해 보아라. 네가 만약 이것을 마신다면 부모님께 설득해서 수업에서 빼주겠다.

모든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책상 위에는 까나리 액젓 한 통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이는 머뭇거렸습니다. 한동안 기다린 후 제가 역제안을 했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까나리 액젓을 한 컵 먹는다면 다시는 수업 거부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그러자 아이는 자신이 컵에 액젓을 따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라고 했더니 아니 녀석이 반 컵이나 붓더군요. 그 자리에서 까나리 액젓 원액을 다 마셨습니다. 구역질이 나는 걸 간신히 참았습니다. 위가 못 견뎠는지 그 날은 하루 종일 설사를 했습니다.

이 방법은 자연이 가르쳐준 선택의 지혜를 본받은 것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유명한 말‘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이것이 아프락사스다’를 응용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고민이 담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면 어른은 마다할 이유가 없겠지만, 그런 선택이 아니라면 함부로 허용해선 안 됩니다.

제자의 반론을 유도한 스승의 지혜

공자는 아프락사스의 원리를 제자들에게 적용했습니다. 이 테스트에 통과한 제자들은 공자의 인정을 받았고, 제 뜻을 펼칠 기회를 얻었죠. 자유(子游)도 그 중 한 명이었습니다.

공자가 무성(武城, 노나라의 한 읍)에 갔다가 거문고에 맞춰 시가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스승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느냐?” 자유가 대답했다. “옛적에 제가 선생님께 배울 때, ‘군자가 도를 배우면 사람을 사랑하고,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 쉽다’고 하셨습니다.” 공자가 이 말을 듣고 말했다. “여러분! 자유의 말이 옳습니다. 아까 말한 것은 농담이었습니다.”
- <논어>, 양화 편

중국의 역사에서 시치미를 떼어 시험을 해보는 전통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공자가 이 방법을 잘 썼고, <삼국지>의 조조도 이 방법을 즐겼습니다. 인생은 무수한 선택이 쌓인 것이며 그 결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그렇다고 인생이 도박처럼 양극단의 선택을 강요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류가 오랜 세월 기쁘고 슬프고 가슴 찢어지게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되살려 좋은 선택의 방향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그 길만 잘 따라가면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들을 접하다 보면 중요한 선택을 자식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점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자식에게 선택을 떠넘겼다가 그릇된 선택이 되어버린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을 수도 있죠. 자식의 의견을 참조하되 결정은 부모 스스로 내려야 합니다. 자식의 문제를 결정할 때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선택은 계단을 밟고 전진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뒷걸음질 같은 선택은 있을 수 없죠.

제가 까나리 액젓을 기꺼이 마신 것은 아이의 뒷걸음질 선택을 능동적인 선택으로 바꾸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선택의 중요성을 얼마나 이해한지 모르겠지만 이 경험을 통해 성사된 일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는 않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까나리 액젓 말고 다른 방법으로 아이가 고민이 담긴 타당한 반론을 제기한다면 저는 기꺼이 그 아이를 놓아줄 것입니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는 걸 아이도 부모도 알아야 합니다.

[어부책]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그림책

격주 간격으로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그림책”을 게재합니다. 특히 아이에게 다가가고 싶은 부모님들은 꼭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권 한 권 만지작거려봅니다.

3. 어른들의 어른 ‘검피 아저씨’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 존 버닝햄 (지은이) | 이주령 (옮긴이) | 시공주니어

검피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 아저씨와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저씨는 아이들과 놀 때 지켜야 할 점을 가르치는 것을 잊지 않지만, 아이들이 그것을 간단히 어길 것이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저씨의 말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기회를 주고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존경심마저 들면서 어른으로서 한없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었는가 생각하니 부끄러울 밖에요. 어른들이 검피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배우면 참 좋겠습니다.

dajak97@hanmail.net 앞으로 육아고민을 보내주세요. 자녀와 본인의 나이와 성별을 써주시면 가명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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