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한라산 허리] 중산간 보전의 대안을 모색한다 2

 해발 200~600m 지역인 ‘중산간’은 제주도의 해안 저지대와 한라산을 연결하는 생태축 즉, 허리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이다. 또한 제주만이 갖고 있는 숲, ‘곶자왈’과 지하수 충전지대인 ‘뱅듸’가 드넓게 자리잡고 있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하지만, 중산간은 그동안 대규모 개발로 끊임없이 파괴돼왔고 최근에는 중국 투기자본의 진입으로 더욱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실제로 현재 영업하고 있는 29개의 골프장 가운데 26곳이 중산간에 밀집해있다. 최근에는 골프장뿐 아니라 백통신원리조트, 차이나비욘드힐관광단지, 제주헬스케어타운 등 대규모 숙박시설이 중국자본의 주도로 우후죽순처럼 건설되고 있다.

특히, 최근 환경영향평가심의를 통과한 상가리 관광지는 해발 600미터에 근접한 중산간 최고 높이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한라산국립공원 바로 코밑에 위치해있다. 이 지역은 상가리 마을주민이 선대에서부터 사용하던 마을공동목장이다. 이처럼 제주의 중산간 지대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시점에서 <제주의소리> 시민기자인 제주환경운동연합 양수남 대안사회팀장이 6차례에 걸쳐 그동안 중산간 개발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연재 순서 
연재 1 - 대규모 관광개발에 의해 무너지는 제주의 중산간
연재 2 - 상가리 마을공동목장, 한라산 코앞에 들이닥친 관광지 개발
연재 3 - 신화가 아닌 카지노타운으로 전락한 제주신화역사공원
연재 4 - 벵듸, 또하나의 제주의 보물
연재 5 - 중산간 보전의 대안을 모색한다 1
연재 6 - 중산간 보전의 대안을 모색한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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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중산간지대는 오름과 벵듸의 조화가 아름다운 곳이다. ⓒ양수남
제주도의 허리인 중산간은 오름, 곶자왈, 벵듸, 동굴, 습지 등이 있는 빼어난 생태·환경·지질적 가치를 지닌 곳이지만 제주도 난개발의 역사가 함축된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에만 유일하게 분포하는 중산간의 숲인 곶자왈은 전체 면적 중 약 20%가 골프장 등 대규모 관광시설에 의해서 사라졌다. 드넓은 벵듸는 얼마나 사라졌는지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마을주민들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던 마을공동목장도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이는 목장이라는 공간의 소멸만이 아니라 700여년 전, 고려시대부터 이어져온 제주도 전통 목축문화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하지만, 제주도당국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오히려, 제주도의 소유인 상가리마을공동목장을 재일동포 자본에 제공하여 관광위락시설(상가리관광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이후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중산간 지역 전체가 생물권보전지역 중 ‘전이지역’으로 선정되었지만 제주도는 선정 이후에도 수많은 개발사업들을 승인해줬고 그 결과 곶자왈과 벵듸, 마을공동목장이 사라져갔다. ‘전이지역’의 취지를 살리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생물권보전지역의 약속을 정면 위배했다고도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전이지역’은 농업활동이나 주거지로의 이용은 가능하지만 주목적은 지역사회 주민들이 각 주체들간의 협동을 통해 지역자원을 관리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래서 생물권보전지역의 청정 이미지를 살린 각종 브랜드 개발은 물론 전이지역에서 생산되는 각종 농특산물에 유네스코 인증마크를 사용하여 지역의 수익을 창출하는데 목적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이후에도 중산간 지역을 농업과 생태관광처럼 지속가능한 발전이 아니라 도외나 해외의 거대자본을 유치하여 대규모 관광시설을 건설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왔다. 

이러한 무분별한 개발의 결과로 제주도 골프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이다. 현재 7개의 골프장이 파산했고 다른 골프장들의 상황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다. 그동안의 개발정책의 방향을 돌리지 않으면 중산간의 파괴는 물론, 제주의 미래에도 먹구름이 낄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5차례 시리즈를  연재하며 살펴보았듯이, 현재 제주도 중산간 난개발의 핵심문제는 2가지로 압축된다. 바로 곶자왈과 마을공동목장이다. 이 두 지역에 대한 난개발을 멈추고 대안을 모색하지 않는 이상, 중산간 보전은 요원하다. 이번 마지막회에서는 중산간보전제도를 중심으로 중산간 난개발의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원희룡 도정의 제주도 중산간 보전정책의 허와 실

원희룡 지사는 취임 후, 대규모 개발에 대한 '개발 가이드라인'을 발표, 평화로와 산록도로 위쪽 한라산 방면에 대한 개발 금지 방침을 천명했었다. 하지만, 최근 상가리관광지 조성사업을 환경영향평가심의회에서 통과시키면서 이 발언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

도지사의 중산간 보전 의지에 대한 논란이 있던 와중에 제주도는 지난 5월 18일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조례>중 대규모 개발계획을 위한 절차인 ‘지구단위계획구역’을 수정한다고 발표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도시지역 외 지역에서의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안)'을 행정예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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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도시지역외 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
지금까지 중산간 지역은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되면 3만㎡ 이상(약 9000평) 대규모 개발 사업이 가능했다. 이번에 지구단위계획구역 제한 지역 지정이 발효되는 지역은 3만㎡ 이상의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중산간에는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자체가 불가능해짐으로써 평화로-산록도로-남조로 위쪽 한라산 방면 대규모 개발은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게 제주도의 주장이다. 

하지만 중산간 난개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가장 큰 문제는 중산간지대인 해발200m~600m중에서 400m이하는 이번 제한지역에서 제외됐다는 점이다. 현재 중산간 난개발은 200m~400m에 집중돼있다. 수많은 골프장과 리조트들이 이곳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즉,  앞으로도 이곳의 개발은 그대로 허용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현재의 계획대로라면 지구단위계획 제한지역 경계선 밖의 외곽지역에 분포하는 해발 400m이하의 곶자왈 주변 지역과 오름군에 인접한 주요 경관 지역은 모두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 가능하여 대규모 개발계획이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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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지도 캡쳐
위 지도는 난개발이 가장 심한 지역 중 하나인 새별오름 등이 있는 평화로 지역이다.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굵은선 오른쪽은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이지만 이미 타미우스골프장, 아덴힐리조트,나인브릿지골프장, 엘리시안골프장, 레이크힐스골프장 등이 들어서있다.

굵은선 왼쪽은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이 가능한 지역인데 에버리스골프장, 케슬렉스골프장, 블랙나이트골프장, 테디벨리골프장, 스카이힐제주골프장, 블랙스톤골프장 등 이미 여러 대규모 관광시설이 들어서있다. 이곳은 아름다운 오름 군락과 함께 어림비를 비롯한 벵듸와 동굴지대가 넓게 펼쳐져 있는 지역인데 이곳을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은 앞으로도 개발할 여지를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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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지도 캡쳐
제주시내에 인접한 지역도 문제가 있다. 위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굵은선 바깥쪽이 지구단위계획구역지정이 가능한 지역이지만 한라산국립공원 턱 밑이라고 할 정도로 해발고도가 높다. 우측 상단을 보면 경계선 밖에 절물자연휴양림 등 인근에 숲이 매우 발달해 있는데 해발 600m가 넘는, 사실상 한라산국립공원과 연결되는 숲이라고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은 평화로와 남조로, 산록도로 등 도로를 중심으로 경계선을 그어서 짠 계획으로 대략 해발 400m 이상 지역만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다. 오히려 400m이상만 보호대상으로 둠으로써 400m이하는 개발의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주어 난개발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 개정이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을 도로 기준이 아닌 해발 200m이상으로부터 시작하여 중산간에 대한 더 이상의 대규모 난개발을 원천적으로 중단시켜야 진정한 중산간 보전의 주춧돌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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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은 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만들어낸 제주도만이 갖고있는 숲이다. ⓒ양수남

# 제주도 중산간 난개발의 핵심문제 1 : 곶자왈 보전제도
  
한반도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에만 존재하며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숲인 곶자왈은 해발 600m이하 지역에 분포하는 광활한 숲으로서 한라산과 해안지대를 잇는 생태축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곶자왈이 평균적으로 해발 100m에서 시작된다고 본다면 곶자왈은 중산간을 중심으로 분포하는 숲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곶자왈이 차지하는 면적은 약 109㎢로 6%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산간이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의 주무대가 되면서 곶자왈도 상당부분 사라졌다. 골프장 등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18.78%에 이르는 약 20.6㎢가 사라졌다.(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 2014, 곶자왈 보전관리를 위한 종합계획 수립). 이 면적은 여의도의 7배이며 마라도의 70배가 넘는 것이다. 마라도 70개가 넘는 면적의 숲이 관광개발사업으로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현재도 곶자왈은 개발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언제든지 개발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관리보전지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으나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개발사업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매우 빈약한 상황이다. 곶자왈보전관리조례도 최근 제정되었지만 상위법에 근거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제주도에서는 GIS(관리보전지역)라는 제도를 통해서 제주도를 지하수자원·생태계·경관 보전지구별 보전가치에 따라 1등급~5등급으로 관리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보전지역관리조례)에 따르면 지하수자원보전지구 GIS 등급 상 곶자왈은 2등급으로 지정되어 생활하수 발생시설의 설치, 즉 개발행위가 가능하다. 

생태계보전지구도 마찬가지다, 개발이 불가능한 생태계보전지구 GIS 등급 상 1-2등급 지역이 되려면 환경부멸종위기식물이나 제주도특산식물이 분포하고 있어야 된다. 하지만 전체 곶자왈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는 활엽수림대는 생태계보전지구 GIS 등급 3등급 지역으로서 개발이 가능하다. 

곶자왈의 전형적인 형태인 활엽수림지대가 가장 넓은 면적이 포함되어 있는데도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에 묶여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환경단체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왔던것이 생태계보전지구 3등급에 대한 등급지정기준 상향 또는 행위제한 강화요구였다.

따라서 제주도가 곶자왈지역에 대한 보전의지가 진정으로 있다면 지하수자원 GIS등급에서 곶자왈을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조정하거나 2등급의 전체 행위제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아야한다. 또한 생태계 GIS 등급을 상향조정 또는 각 등급별 행위제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통해서도 곶자왈지역을 보전할 수 있다.

최근, 새정치연합 김우남 의원이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제출>안에  ‘곶자왈보전지구’지정이 새로 삽입되었다. 곶자왈을 별도의 보전지구로 지정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좀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위에서 제기했듯이 곶자왈의 지하수․생태계 등급만 상향시키거나 개발행위만 제한해도 곶자왈 개발은 충분히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법률개정을 통해서 전체 곶자왈에 대한 등급화가 이뤄지면 개발 가능한 곶자왈이 법률로 인정되기 때문에 향후 개발의 면죄부를 줄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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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선흘곶의 일부인 묘산봉지구는 곶자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양수남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제주도에서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제한지역에 지하수자원보전지구 2등급 지역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곶자왈은 지하수자원보전지구 2등급에 해당되는데 이 조례가 적용되는 경우,  3만㎡ 이상의 대규모 개발사업은 힘들어진다. 하지만 최근의 곶자왈의 개발 추세가 환경영향평가 대상을 받지 않을 정도의 규모로 시설을 쪼개서 들어온다는 점에서 사업자들이 법의 맹점을 파고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곶자왈로 지정이 안된 중산간의 숲지대이다. 이곳들은 곶자왈로 분류가 안돼 개발의 사각지대가 되어있다. 예를들어 한반도 최대의 상록활엽수림이라는 선흘곶 중 일부인 묘산봉지구에 대해 제주도는 곶자왈지역에서 제외하고 있다. 곶자왈용암(아아용암)지대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곶자왈지대의 의미를 협소하게 가두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가면서 만들어진 숲지대는 모두 곶자왈지대로 묶어야한다. 현재 제주도에서 곶자왈 경계지역 조사를 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역도 꼭 들어가야 할 것이다.

# 제주도 중산간 난개발의 핵심문제 2 : 마을공동목장에 대한 제도․정책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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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천마을목장. 마을공동목장은 제주의 소중한 문화자원이며 경관자원이다. ⓒ양수남

제주도에는 척박한 삶을 헤쳐나가기 위한 공동체문화가 잘 발달돼 있었다. 밭일을 서로 거드는 ‘수눌음’문화가 있었고 바다에는 어촌계가 형성돼 ‘바당밭’을 일구었다. 마찬가지로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마을공동목장이 있는 곳이 제주도다. 목장을 마을공유지로 운영함으로써 자원이용의 기회를 균등히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제주민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공동체요 문화자원이며 경관자원이 마을공동목장인 것이다. 

서울대학교 윤순진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고려시대부터 700여년의 목축문화를 가진 제주도에 최초의 마을공동목장이 생긴 건 1870년대 이후라고 한다.(윤순진, 2006, ‘제주도 마을 공동목장의 해체과정과 사회․생태적 함의’) 그리고 현대의 마을공동목장 형태를 갖추게 된건 일제시대였다. 자연과의 조화로운 목축을 하며 생태적 지식과 지혜를 마을공동목장을 통해 쌓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목축문화가 담긴 마을공동목장은 대부분 중산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은 마을공동목장과 곶자왈지역이 겹쳐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마을공동목장내에 곶자왈이 있는 경우도 여럿 있다. 즉, 마을공동목장이 유지되지 않고 매각되어 대규모 시설로 바뀔 경우에는 곶자왈도 함께 사라져감을 의미한다.

1939년에 편찬된 <제주도세요람>에 따르면 당시 제주도 중산간지역에 형성된 마을 공동목장은 116개였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도의 2014년도 조사에 따르면 현재는 57곳 밖에 남지 않은 상태이다. 이미 절반이 넘는 59곳의 마을공동목장이 소멸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를 서울대학교 윤순진 교수는 4.3때 중산간 마을공동체의 해체로 인한 공동목장의 폐쇄와 매각, 1961년 박정희 군사정권에 의한(지방자치에 의한 임시조치법)마을공동목장의 행정으로의 강제귀속, 국가권력에 의한 산업구조의 개편으로 인한 목축업의 쇠퇴와 상업적 작물 재배지의 확대를 꼽는다. 

그리고 1960년대 이후 정부의 관광개발정책이 관광위락시설로 전환하는 것으로 바뀌자 개발이 손쉬운 마을공동목장은 외지자본에 집중적으로 매각되기 시작한다.  더욱이, 1960년대 박정희군사정권에 의해서 행정당국의 소유로 바뀐 마을공동목장은 손쉽게 개발업자에게 매각되어 골프장으로 바뀌어 나갔다. 제주도의 중산간이 골프장과 대형리조트로 뒤덮여가게 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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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공동목장의 소멸은 목축문화와 선조들의 생태적 지혜․지식의 소멸을 의미한다. ⓒ양수남

마을공동목장의 소멸은 비단, 자연생태계의 파괴뿐만이 아니다. 마을공동목장의 소멸은 목축문화와 독특한 문화경관의 소멸과 함께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경제생활을 유지한 제주선조들의 합리적인 협동시스템 및 생태적 지혜와 지식까지도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뒤집어 얘기하면 중산간의 마을공동목장의 보전과 새로운 복원을 통해서 제주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마을공동목장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장치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첫 째, 마을공동목장 대부분은 초지생태계이기 때문에 GIS 생태계 등급이 4-5등급에 해당되어 개발이 가능한 지역이다. 두 번째는 소유주의 문제다. 2014년 제주도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제주도내 마을공동목장 중 국유지는 약 3%, 공유지는 약 22%, 사유지는 약 75%에 이른다. 결국, 실질적으로 마을이 소유한 마을공동목장은 22%밖에 되지 않는다. 

국유지인 상가리마을공동목장의 경우에 제주도에서 상가리관광지 조성사업을 위해서 마을공동목장을 제공할 계획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국유지 소유도 개발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공유지인 마을공동목장의 소유지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2014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토지면적 중 사유지가 약 11% 감소한 반면 국유지와 공유지는 각각 46%, 60% 감소된 것을 알 수 있듯이 마을공동목장조합측에서는 매각을 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셋째는, 제주도당국의 마을공동목장을 바라보는 관점과 정책의 문제이다. 2008년 김태환 도정 당시, 잠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도내 마을공동목장에 대한 투자유치 활동을 시작한다. 즉, 마을투자유치단이 구성돼 있는 마을의 공동목장을 투자 우선대상으로 선정, 마을에서 유치를 원하는 사업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토지 정보를 제공하는 등 투자유치 지원에 나선 것이다. 마을공동목장 대신에 관광시설 등 다른 용도로의 전환을 꾀한 것이다. 현재도 이 사업은 계속진행형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산간에 대한 법적인 보호장치와 제주도의 정책의지는 아직 취약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제기한 것처럼 제도적인 보완과 더불어 필요한것은 중산간지역에 지속가능한 생태적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제주에서도 대안의 싹은 조금씩 자라고 있다.

# 우리안의 대안찾기 1 : 마을의 숲을 생태관광 자원으로

① 제주도의 미래관광 : 생태관광
지난 수십년간 제주도가 골프장, 리조트 등 대규모 관광위락시설 위주로 관광정책이 진행돼온것은 현실적으로 사업자와 제주도당국이 서로 이익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업자측은 제주도의 여러 지원을 받아 공사를 시작하고 골프장과 리조트를 완공하기 전부터 회원권을 분양하여 수익을 챙기고 제주도는 세수를 확보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광개발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태와 문화를 파괴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이 아니었다는 것과 함께 수익이 지역에서 순환하지 않고 외부로 상당부분 유출되어 지역경제의 활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지만 아직도 제주도의 관광개발정책의 큰틀은 변하지 않고 있다. 이미 골프장이 포화되어 파산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대형 관광시설 유치 정책은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중국자본의 공세에 밀려 카지노 등 위태로운 개발사업들을 승인해주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관광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이다. 

그 새로운 관광은 ‘생태관광’이다. 생태관광은 환경보호와 지역주민의 복지향상을 염두에 두고 자연지역으로 떠나는 책임 있는 여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여행전문 사회적기업인 (주)제주생태관광 등 몇군데의 생태관광 여행사들이 생태관광을 하고 있지만 제주도 관광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은 미미하다. 하지만 생태관광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20% - 34%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코모도국립공원(Komodo National Park)에서 조사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다. 세 집단의 관광객 한 명이 하루 평균 쓰는 돈을 조사해보았더니 생태관광객은 100달러, 패키지관광객은 50달러, 그리고 크루즈관광객은 1달러였다. (강미희,2013,‘지역생태관광, 현재와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 이것은 제주도의 관광정책이 어디로 지향해야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제주의 중산간도 생태관광의 메카가 되기에 충분한 지역이다. 오름과 곶자왈, 마을공동목장, 벵듸, 습지, 동굴, 밭 등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산간이 생물권보전지역 중 전이지역이라는 점도 좋은 조건이다. 소규모 마을, 밭, 목장 등 인공적인것과 벵듸,곶자왈 등 자연적인것의 조화를 통해 좋은 생태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다. 제주도의 중산간과 비슷한 독일의 ‘뢴’생물권보전지역처럼 중산간을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② 주민들이 곶자왈을 마을의 자원으로 인식하다 : 선흘1리 람사르마을
생태관광은 지역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외부자본에 의존하거나 외지인이 운영을 주도하는 경우 관광의 편익이 외부로 누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관광이 우려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지역에 기반한 생태관광을 만들기는 쉽지않다..  고령층이 많아진 농촌의 경우에 생태관광을 시작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럴 때는 좋은 협력자를 얻는 것도 참 중요하다. 

선흘1리와 (주)제주생태관광이 협력하여 생태관광 개발을 추진하는 사례가 그 좋은 표본의 하나다. (주)제주생태관광은 2003년 세워진 생태관광을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수익도 중요하지만 생태관광의 원칙을 지켜나가는데 충실하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이 참여해서 주체가 되는 생태관광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선흘1리에서 지난 2011년부터 지역주민들과 함께한 생태관광 사업이다. 선흘1리는 제주도 동북쪽에 있는 중산간마을로서 제주의 대표적 곶자왈인 선흘곶자왈을 품고있는 마을이다. 이 선흘곶자왈로 인해 선흘1리는 세계자연유산마을, 생태우수마을, 람사르 보호습지마을로 지정되었다.

 ‘제주생태관광’은 마을과 협의하여 행정, 전문가, 지역주민, 환경단체, 여행사로 ‘선흘리 생태마을 협의체’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주민교육, 간담회, 습지생태교육을 진행하고 선흘 특선요리개발, 곶자왈 모니터링, 마을 생태축제 등을 주민들과 함께했다. 

 ‘삼춘 우리 마을이 지켜야할 것이 뭐우꽈’라는 주제로 주민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주민회의에서는 생태관광을 하는데 있어 마을의 원칙을 정한 선흘선언문도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는 생태관광협동조합도 준비 중이다. 더욱이 농사도 친환경농법으로 하겠다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주민들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생태관광이 우리 마을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노력과 주민들의 인식의 변화로인해 세계최초로 람사르마을로 지정된 영광과 더불어 2014년 생태관광생태모델 마을로 지정되었다. 환경부는 국무회의에서 '생태관광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선흘1리를 포한한 전국 후보지 4개 지역을 선정해 발표했다.

선흘1리는 이에 따라 명품마을 코디네이터 배치 및 주민교육,탐방로·친환경숙소(에코촌) 등 인프라 조성·수익모델과 프로그램 개발 컨설팅·지역홍보 등을 지원받는다. 제주도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친환경 생태체험 숙박시설인 에코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다. 선흘1리는 이 같은 지원에 힘입어 2017년까지 지난해 대비 생태관광객 177∼300% 수준. 마을 소득 173∼252% 수준으로 끌어 올릴 계획을 발표했다. 

선흘1리의 생태관광은 이제야 새싹을 틔운 상태지만 주목을 받는 이유는 마을의 생태관광모델이 제주도에 뿌리내릴 수 있는 가능성여부와 함께 중산간의 생태적활용이 가능하느냐의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선흘리를 따라 다른 마을들의 동참도 시작되고 있다. 얼마전 환경부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된 하례리의 경우,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인 효돈천을 활용한 사례다. 2002년 제주도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제주도는 전이지역인 중산간지대는 물론 핵심지역의 경우에도 제대로 활용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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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돈천. 하례리를 끼고 흐르는 효돈천은 생물권보전지역 핵심지역이다. ⓒ양수남
하지만 하례리는  2013년에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되어 생태체험 기반시설과 체험프로그램을 지원받게 되면서 (주)제주생태관광과 연계한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생태관광 협의체를 마을내에 구성하여 효돈천을 소재로 한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하였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14년에는 환경부 국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된 것이다.  

서귀포시에서도 사업비를 지원해 효돈천을 중심으로 생태관광 우수자원을 발굴·육성하고 하천과 오름을 연계한 트레킹, 수학여행단 유치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생태적 가치를 홍보하고 소득과 일자리 창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례리의 경우도, 생물권보전지역의 핵심지역을 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02년에 제주도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지만 핵심지역조차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왔었기 때문이다. 생태관광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자연의 보전을 통해서도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될 것이다. 이런 사례가 많아질수록 제주도의 관광정책도 결국에는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우리안의 대안찾기 2 : 마을공동목장의 생태적 활용

① 고려시대 최대의 목마장, 녹산장의 새로운 부활을 꿈꾸는 가시리
녹산장은 표선면 가시리 큰사슴이오름과 따라비오름에서 남원읍 물영아리오름 일대에 분포하는 넓은 벵듸에 위치해 있다. 현재까지 가시공동목장, 제동목장 등 여러 공동목장이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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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마장길 ⓒ강갑선
조선시대 때 탐라순력도 중 ‘산장구마’가 녹산장을 배경으로 했던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조선시대 때, 가장 규모가 컸던 마장이기도 하다. 산장구마는 말을 모으는 군인인 ‘구마군’이 3,720명, ‘목자’(테우리)가 213명이 동원되어 말 2,375필을 점검하는 그림으로써 녹산장 일대가 제주마의 최대 생산기지였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제주도 일원에서 마산업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녹산장 일대에는 국영목장을 구획했던 상잣성, 중잣성, 하잣성 등이 원형으로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 또 하나의 역사유적은 갑마장이다. 갑마장은 산마장과 인근 국마장에서 생산된 말 중 조정에 진상하기 위해 선정된 상등마인 '갑마'(甲馬)들을 길렀던 목장이다. 이 스토리를 활용하여 최근 ‘갑마장길’을 조성하여 도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기도 하다. 

녹산장에 위치한 가시리공동목장은 742만5000㎡(약225만평)로 도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목장이다. 현재도 소와 말이 각각 200여두씩 방목되고 있으며 조합원수는 230여명에 달한다, 공동목장의 일부를 할애해 2012년부터 풍력발전 시설 23기를 설치, 현재 연간 10억원에 달하는 수익금이 마을과 목장조합으로 들어오고 있다. 생각지 못한 새로운 수익모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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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산장. 가시리공동목장 일부에 풍력발전시설을 설치해 수익금이 마을로 귀속되고 있다 ⓒ강갑선

이러한 사례는 제주도 축산업의 쇠퇴로 마을공동목장이 사라지는 것과 대비된다.  축산업의 쇠퇴는 마을공동목장을 매각하는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가시리는 제주도내 마을공동목장 중에서도 건강하게 잘 유지되고 있으며 녹산장의 새로운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중산간 마을인 가시리는 인근에 관광지인 성읍민속마을이 있지만 그리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감귤재배와 무,더덕,콩 등 밭농사를 짓고 있다. 그리고 가시리마을공동목장을 운영하는 평범한 마을이었다. 그런데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과 신 문화공간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 중심에 조랑말 체험공원이 있다. 말과 관련된 유물과 문화예술작품 100여점이 전시된 조랑말 박물관·카페·아트샵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조랑말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로 마을이 설립한, 리립박물관이기도 하다.

또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진행되는데 머그컵 꾸미기, 말똥과자 만들기, 도자기 조랑말 꾸미기, 클레이 비누 만들기, 조랑말과 친해지기 프로그램 등이 있다. 1.2㎞ 코스의 기본 승마부터, 억새가 빼곡한 초원을 13㎞나 내달리는 외승코스까지 다양한 승마 체험에다 몽골의 전통 천막집인 게르에서의 숙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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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리 마을목장에 있는 조랑말박물관 ⓒ양수남

박물관내 마을카페에서는 주민들이 생산한 로컬푸드를 판매하고 있다. 아트샵에서는 말을 소재로 한 예술품을 판매한다. 쇼핑과 체험을 버무려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만든 것이다. 
 
또한 드넓은 초원을 활용한 것도 눈에 띈다. 초원에 유채꽃을 심어 매년 4월 중순이면 유채꽃 축제를 열고, 5월 초순이면 조랑말 체험축제를 연다.  매년 10월에는 국제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 를 개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 여는 행사인데  가시리의 오름·들판·목장·해안 등을 달리는 이색 마라톤이다.

이처럼, 녹산장의 유산을 이어받은 목축문화를 활용하여 조랑말 체험공원을 조성하여 관광지화한것은 주목할만한 사례다. 해녀문화가 제주도를 상징하는 관광이미지가 된것처럼 목축문화도 제주도의 관광이미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공동목장에 관련된 박물관을 중심으로 생태관광 목축 상품이 만들어질수도 있을 것이다.

② 마을공동목장의 새로운 활용법 : 상도리공동목장
 상도리공동목장은 오름 군락이 아름다운 구좌읍 중산간에 위치해있다.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다랑쉬오름, 누구나 좋아하는 용눈이오름 등 오름군락에 둘러쌓인 좋은 자연조건을 갖춘 공동목장이다. 상도리공동목장은 그것을 십분 활용한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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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레일파크. 목축문화와 레저를 결합한 관광상품이다. ⓒ양수남
상도리공동목장은 도내 공동목장 중 최초로 테마파크와 목축이 공존하는 목장이다. 상도리마을회는 공동목장에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체험형 테마파크인 ‘제주레일파크’를 조성하여 201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물론, 운영은 전문업체에서 맡고 있다. 마을회에서 공동목장 중 일부를 제주레일파크주식회사에 20년 장기임대계약을 한 이후 만들어진 것이다. 

테마파크안에서는 지역주민들이 생산한 농수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였고 30여명의 직원 중 마을주민이 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마을과의 상생을 꾀하고 있다. 11농가 150마리의 소를 기르면서 마을공동목장 기능을 유지하면서 테마파크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레일바이크를 타고 아름다운 오름군락지와 소와 자연이 공존하는 마을공동목장을 구경하는 관광상품을 사는 것이다. 이 관광상품이 인기가 좋아서 오히려 제주레일파크측에서는 목장내에 사육하는 소가 감소하는 것이 고민거리라고 한다.(유병연,2015,사라지는 제주마을공동목장)   

상도리마을공동목장의 사례는 목축을 유지하면서도 생태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제주도당국의 마을공동목장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마을공동목장을 매각하여 관광위락시설 등의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아닌 목축문화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취해야 할것은 마을공동목장의 해체나 매각을 최대한 지양하게 하는 정책이다. 마을공동목장이 개인이나 기업에게 매각될 경우 마을공동목장의 지속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공동목장이 이용하는 국공유지를 목장조합에 장기로 임대해주어 마을공동목장이 존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시리공동목장이나 상도리공동목장처럼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포함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중산간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미래의 그림을 그리자

곶자왈과 마을공동목장이 있는 중산간 지대는 4.3의 주요 피해 지역이었다.  1948년도부터 시작된 4.3의 광풍은 약 3만여명(추산)에 달하는 인명피해와 함께 중산간의 수많은 마을들을 없애버렸다. 토벌대는 해안선으로부터 5km이상 떨어진 중산간 마을을 적성지대로 간주하여 그 지대 위쪽에서 발견되는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주민들은 토벌대를 피해 곶자왈로, 동굴로 숨어들었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60여년 전,  4.3으로 인해 중산간의 아픔이 있었다면 현대에 들어와서는 관광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중산간이 수난을 겪고 있다. 곶자왈을 밀어내고, 벵듸를 밀어내고, 마을공동목장을 밀어내고 골프장과 리조트가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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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문영아리오름에서 바라본 중산간 풍경. ⓒ양수남

그런데, 중산간에 수없이 들어오고 있는 이 대규모 관광시설들이 과연 미래에도 제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지속가능성이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의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6회를 거치면서 언급했지만 제주도의 새로운 미래는 가능하다. 다만, 그 모델을 시도하지 않았고 성공시키지 못해서일 뿐이다. 생물권보전지역에서도 정의하고 있듯이 전이지대는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협력의 고리를 찾을 것인지에 대한 미션을 부여받은 지역이다. 결코 쉽지 않은 미션이다. 

그 미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곶자왈과 마을공동목장, 벵듸의 개발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 다음은 이곳에서의 생태적 활용을 하는 수많은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선흘리와 하례리처럼 마을의 자연과 인문을 소재로 한 생태관광모델을 만들어 내는것이 필요하다. 

가시리처럼 마을의 목축문화를 생태관광자원화하는 모델도 필요하다. 상도리공동목장처럼 목축문화와 관광사업을 연계하는 모델도 필요하다. 이런 모델들이 많아지면결국 제주도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기반한 모델로 바뀌게 될 것이다. 중산간 지대는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열쇠를 가지고 있는 지역임이 분명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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