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질문을 그냥 넘기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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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의 어·부·가](20) 반가운 만남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모임이 성사되다

지난 18회차 칼럼('부모들과 함께 논어를 공부하는 이유', 2015.07.04)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한 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칼럼을 잘 보고 있다며 인사를 하셨고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요즘처럼 자기계발서가 횡행하는 시대에 인문학 하겠다고 판을 벌이다가 깨지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시작부터 든든한 원군을 얻었습니다.

어른도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수긍하지 않는 어른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어른은 천 명 중의 한 명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칼럼을 보고 전화를 하고 모임에 찾아나서기까지의 과정이 참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맹자가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군자삼락(君子三樂)]을 이야기하면서 세계를 정복하는 것은 즐거움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하면서 든 이야기는 좋은 제자를 만나서 가르치르는 것이죠. 연동에 사는 그 어머니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데려왔을 뿐 아니라 제 공부방이 있는 노형초등학교 학부모인 친척에게도 추천해서 두 가족이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대단한 학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분 덕분에 모임의 모습도 훨씬 발전됐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부모 공부 모임으로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가족 공부 모임’이 되었습니다. 그 어머니는 직장을 잠시 휴직하면서 책이 읽고 싶었는데, 누구나 추천하는 논어책을 집어들었더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마침 <제주의소리>에 올라온 제 칼럼에서 논어 읽기 모임을 한다고 하니 연락을 취한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병원에 간다고 말하고 데려왔다고 합니다. 아들이 무슨 병원이냐고 물었더니 마음 병원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 어머니의 추천을 받은 노형초의 학부모님은 초등학교 2학년과 5학년 남매와 함께 방문을 하셨습니다.

부모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판을 깔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먼저 했습니다. 눈물나게 고마웠습니다. <제주의소리>에 어부가 칼럼을 싣지 않았다면 무산됐을 뻔한 모임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죠. 인문학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제 공부방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님 중에는 참석자가 없었습니다.

관심을 가진 부모님들은 예닐곱 분 있었고, 오시겠다고 하셨던 분도 두어 분 있었는데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참석을 못하셨습니다. 부모가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은 초등학생 부모보다 중학생 부모가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 절박함의 정도에 있어서도 중학생 부모가 월등하죠. 오시겠다는 두 부모님도 중학생을 키우는 분들이었습니다. 어쨌든 모임이 성사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해서 잘 이끌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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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부모 공부 모임. /사진 제공=오승주 ⓒ 제주의소리


아이들의 질문은 삶의 열쇠다

공자가 꿈꾼 이상사회를 대동사회(大同社會)라고 합니다. 논어에는 제자들과 마음 속에 품은 뜻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대화가 실려 있습니다. 제자 자로가 스승에게 “선생님이 품은 뜻을 저희에게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물었습니다. 공자가 자신의 뜻을 이렇게 밝히죠.

“나이 든 사람은 편안하고, 친구들은 서로를 믿음을 잃지 않고, 청소년들은 따뜻한 보살핌을 받았으면 좋겠다.”
- <논어>, 공야장 편

서로 부모님이 공부하는 자리에 따라 나선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오순도순해 보여서 공자의 꿈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이 거침없이 질문을 했습니다. 자전(字典)은 뭐고 사전(辭典)은 뭐냐고. 논어(論語)는 무슨뜻이냐고도 물었습니다. 어른들은 별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글자들을 아이들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죠. 사전은 낱말이 많으니까 사전이고, 자전은 글자가 주인공이니까 ‘글자의 책’이라는 뜻의 자전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논어(論語)와 언어(言語)도 이런 식으로 설명했더니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아는 즐거움이 얼굴에 읽혔습니다. 수학자들은 조언하죠. 수학을 잘 하고 싶다면 아이들의 질문을 그냥 넘기지 말고 추구해보라고. 아이들 덕분에 저도 논어에 대해서 세세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수요일(7월15일)은 첫 번째 시간이라서 논어의 첫 구절 ‘학이시습지’ 부분만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질문했습니다. 공부하면서 즐거운 것과 즐겁지 않은 것을 합쳐서 100이라고 한다면 즐거움은 몇 정도 되냐고? 초등 2학년 어린이는 30%라고 대답했고, 5학년 남자 아이는 20%, 여자 아이는 15%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한 자리 퍼센트가 나올까 걱정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고전은 첫 구절이 가장 중요한데, 논어는 공부의 책이라고 선언함과 동시에 “즐거움이 없다면 그것은 공부가 아니다”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말에 따르면 우리는 제대로 된 공부를 하고 있지 않은 거죠. 재미가 없으니까.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가 재밌다는 비율은 점점 떨어질 것입니다.

제 인생의 목표가 ‘재미 있는 공부’인데, 제 인생을 다 바쳐도 이루기 어려운 꿈이기 때문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고, 가족이 함께 하면 재미 있는 공부가 됩니다. 논어 읽기가 끝나고 재미 있었는지 심심했는지 질문했습니다.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140자 Q&A 상담코너]

17.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해요.

Q = 아이가 집에 오면 책도 안 읽고 공부도 안 하고 그저 게임만 하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입니다. 아이가 잘 하는 것은 부모 따라하기, 재밌는 거 하기입니다. 부모님들은 대개 밖에서 힘들게 일해오면 아이들은 그게 고마워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착각입니다. 아이들도 학교에 가고 학원에 가서 노동을 하고 왔기 때문에 논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해야 좀 공평하죠. 아이만 바라보지 말고 부모님이 먼저 움직이십시오.

dajak97@hanmail.net 앞으로 육아고민을 보내주세요. 자녀와 본인의 나이와 성별을 써주시면 가명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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