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경찰, 조작간첩 강희철씨 불법감금 첫 인정제주법원서 증언…재심청구 받아들일 가능서 커

국내 대표적 조작간첩사건 의혹을 받고 있는 강희철(49)씨 사건과 관련해 1986년 당시 강씨를 조사했던 수사관이 "85일간 불법구금했다"는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다.

강희철씨에 대한 재심청구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한 기준인 '불법감금'이 당시 수사관으로부터 인정됨에 따라 법원이 강씨에 대한 재심청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오후2시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고충정 수석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강희철씨 재심청구 4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측 증인으로 출석한 전직 제주지방경찰청 대공분실 수사관 2명은 "강씨를 85일간 불법구금했다"고 말했다.

간첩사건 등 공안사건을 전담했던 당시 대공분실 K모씨 등 2명은 이날 법정에서 "강희철씨를 85일간 감금한 것은 사실이다"라며 불법 감금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K씨 등은 "1986년 4월 28일 강씨를 강제 연행해 대공분실에서 간첩혐의로 수사하면서 그해 7월21일까지 검찰에 기소할 때까지 85일간 구금했었다"고 말했다.

K씨 등은 "그러나 강씨가 주장하는 것처럼 대공분실 지하실에서 고문이나 폭행한 사실은 없다"며 고문·폭행혐의를 부인했다.

K씨 등은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K씨가 손바닥으로 강씨의 머리를 몇 차례 때린 적은 있었으나 주먹으로는 때리지 않았다"면서 "이를 폭행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K씨 등 당시 수사관이 강씨에 대한 고문과 폭행사실은 부인했으나 85일간 불법구금했다는 사실은 인정함으로써 20년 전 벌어졌던 조작간첩 사건이 새 전기를 맞게 됐다.

강씨 재심청구 사건 변호를 맡고 있는 최병모 변호사는 "당시 수사관들이 불법 폭행이나 고문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불법구금은 인정함에 따라 강씨를 간첩으로 몬 수사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법원에서 재심청구를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피력했다.

강씨는 지난 1975년 부친이 있는 일본 오사카로 밀항했다가 1981년 일본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한국으로 송환돼 부산 보안수사대에서 무혐의로 풀려났으나 1986년 4월 28일 출산 2주를 앞둔 아내가 있는 상태에서 제주도경에 불법 연행돼 85일간 불법 고문조사 끝에 도내 관공서와 주요기관, 학교 등의 위치를 북한에 알렸다는 혐의로 제주지법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강씨는 부인과 이혼, 한때 단란했던 가정이 풍지박살 났으며 13년을 복역한 후 1998년 8월 15일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으나 지금까지 보안관찰 처분을 받아 정상적인 활동이 제한을 받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와 천주교 제주교구 이장형·강희철후원회는 지난해 9월 "강희철씨 사건은 수십일에 걸친 불법감금과 폭행, 지독한 고문과 협박 끝내 만들어진 대표적인 조작간첩 사건"이라며 제주지법에 재심청구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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