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주권을 찾자③]한전은 싼 전기 받기 위해 내심 연계선 증설 무게자급률 37%로 추락…장기적으론 LNG가 더 '경제적'
[에너지 주권을 찾자③] 산업자원부가 2004년 12월 공고한 '제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4~2017년)'에는 부족한 전력을 보충하기 위해 해남과 제주를 잇는 해저송전선로(해저케이블 연계선)를 추가로 건설하는 것으로 돼 있다. ‘제7차 장기천연가스공급계획’에는 2008년 이후 제주에 LNG발전소 건설계획이 확정된 이후 천연가스공급계획에 제주를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이 반영됐으며, 남부발전(주)가 2011년경 제주에 LNG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의향서를 산업자원부에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LNG발전소 대신 연계선 추가 건설로 확정됐다.
한국전력은 즉시 해저케이블 건설을 위한 기초조사 용역에 들어갔으나 LNG발전소냐 해저케이블 추가건설이냐 논란 계속 일고 관계 기관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자 산자부는 한전의 용역을 중단시키고 LNG복합화력발전소 건설방안과 해저송전선(HVDC) 증설방안 타당성 검토 용역에 들어갔다.
타당성 용역은 당초 지난해 10월 제출될 예정이었으나 워낙 첨예하고 민감한 문제인 탓에 12월로 연기된데 이어 또 다시 올 3월로, 그리고 4월말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 여기에서 특정한 방안이 선택되면 산업자원부는 이에 대한 최종적인 정책적 판단을 거쳐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게 된다.
해저케이블 '경제성' 강점 vs LNG발전소 '공급 안정적' 장점
현재 제주도 입장에서는 LNG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해저케이블과 LNG복합화력발전소는 무엇이 다른가.
쉽게 말하면 해저케이블은 2017년에 가서 부족한 전력을 육지부에서 끌어오기 위해 현재 해남과 제주를 잇는 해저케이블을 추가로 건설하자는 것이다. 반면 LNG화력발전소는 이제 제주의 전력을 외부에서 끌어다 쓸 필요 없이 제주에 발전소를 지어 자체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해저케이블은 경제성이 잇는 반면, LNG는 전력공급의 안정성이 장점이다.
그렇다면 제주도민들 입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현재 제주 발전설비용량은 제주화력발전소가 25만5000㎾,남제주화력발전소가 6만㎾, 한림내연발전소가 10만5000㎾, 그리고 해저케이블이 30만㎾로 72만㎾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다 오는 9월과 내년 3월 남제주화력에 각각 10만㎾의 발전기가 증설되면 전체 시설용량은 92만㎾로 늘어나게 되고 자체 생산능력은 67.4% 수준이 된다.
여기에다 2011년에 가서는 제주화력발전소 16만5000㎾, 남제주화력의 6만㎾ 발전기가 폐지되는 대신 한전에서 해남과 제주 해저에 15만㎾ 2회선을 추가로 건설해 30만㎾을 추가로 공급하고 기타 소규모 풍력발전을 합하면 제주 발전설비용량은 107만7000㎾로 늘어나 전력공급 용량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해저케이블로 끌어다 쓰는 전력이 60만㎾로 늘어난다. 전력자급률이 2007년 67.4%에서 37.1%로 뚝 떨어져 외부 전력의존율은 더욱 심화되게 된다.
2011년 해저케이블 추가 증설하면 전력 자급률 67%에서 37%로 오히려 떨어져
만에 하나 이번과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또 다시 제주전역이 정전되는 사태를 막을 길이 없어지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파행될 수도 있다. 현재도 제주와 육지부 전력비율이 6대 4인 상황에서 거꾸로 37대 63으로 바뀔 경우 그 피해는 실로 엄청날 수 있다.
한전이 새롭게 증설할 2개를 포함해 총 4개의 해저케이블을 어떻게 운용할지, 2회선을 사용하고 1회선은 예비용, 또는 3회선을 사용하고 1회선을 예비용으로 할지 여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으나 2회선 중 1회선을 예비로 사용하는 현 상황에서도 도 전역 정전사태가 난 점을 감안할 때 과연 4개 회선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소될 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한전은 왜 해저케이블을 선호할까? 한국전력은 이번 사태가 터진 후 “연계선이든, LNG발전이든 정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속마음은 여전히 해저케이블이다.
가장 큰 이유는 단가가 싸다는 것이다. 발전회사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력거래소로부터 매입, 소비자들에게 공급해야 하는 한전입장에서는 당연히 싼 전력을 사다가 판매하겠다는 것은 기본 영업전략.
2005년 기준 한국전력거래소가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매입해 한전 측에 넘겨준 단가는 전국 평균 1㎾당 51원, 그리고 현재 타당성검토를 하고 있는 전기연구소가 밝힌 연계선을 통한 전력구입단가는 2004년 기준 46.57원~49.22원㎾이다. 그러나 제주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131.37전으로 최고 2.8배나 차이가 난다. 하지만 한전은 자신들이 거래소로부터 사 들이는 전력단가가 얼마이든지 간에 소비자들에게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요금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비싼 전기를 구입할 생각이 없다.
한전이 해저케이블을 선호하는 이유는 '돈'…연계선 전력이 자세 생산보다 저렴
육지부에서 들어오는 전력이 단가 면에서는 싼 대신 안정성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한전 측에서는 경제성을 중시할 수 있으나 제주도민 입장에서는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경제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면서 “전기가 우리 생활에 있어도 되고 없어서 되는 ‘선택’이 아니라 공기나 물처럼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란 점에서 경제성보다는 안정성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처럼 해저케이블이 우리 자체 기술이 아닌 영국과 프랑스 기술로 사태발생 10일이 지나도록 아직도 뚜렷한 사고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도 관계자는 “만일 산업자원부나 한전측에서 2차 전력수급계획에 제시된 것처럼 연계선 추가건설을 채택하려한다면 추후 이 같은 대규모 정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확약을 해야 하나 현실을 그렇지가 못한 게 아니냐”면서 “이 때문에 제주도 입장에서는 자체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LNG 발전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계선 안정성 장담 못해…도 전역 정전사태 10일 넘도록 아직까지 원인도 못 밝혀
LNG발전소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무엇보다 제주전력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만에 하나 발전소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는데 있다. 해저케이블과는 접근성에서부터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LNG발전소 설치가 시급한 것은 무엇보다 기존 증유에 비해 원료에 LNG매장량이 풍부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지금의 화석에너지보다는 환경오염이 덜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실제 제주지역 발전소 연료인 중유와 보일러 등유 사용으로 연간 118만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으나 이를 LNG발전소로 대체할 경우 이탄화탄소 배출량이 30만톤으로 감축, 이로 인한 수익만도 매년 37억7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모든 전력을 제주에서 자급한다는 게 어려운 만큼 육지부에서 해저케이블로 어느 정도의 전력을 끌어다 쓰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최소한 자급체계는 갖춰 놓고 있어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면서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외국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하는데 그들이 제주에 전력자급율이 절반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 과연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