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사진가 권철, 야스쿠니 신사 10년 다룬 사진집 '야스쿠니' 발간

1945년 8월 15일. 우리에게는 광복의 날이지만, 일본에게는 그저 종전(終戰)의 날이다. 해마다 8월 15일이 되면 일본의 극우 세력들은 도쿄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에 모여 전쟁을 추억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군 최고 통수권자였던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은 이들의 영령을 모아 놓은 곳이다.

평범한 시민들에게 이곳은 조상을 추모하고 개인과 가정의 복락을 빌고 벚꽃을 즐기는 장소다. 봄이면 600여 그루의 벚꽃이 피어 행락객과 참배객들로 만원을 이룬다. 주변엔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교육기관이 들어서있어 등하교 시간엔 학생들이 오고간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장면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권철(49)은 지난 2005년부터 이곳에 주목했다. 평화로운 일상 너머로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일본 군국주의에 꽂힌 것이다. 그가 꼬박 10년 동안 취재해온 사진을 모아 사진집 ‘야스쿠니(컬처북스)’를 최근 발간했다.

▲ 제주로 건너와 지내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권철이 최근 '야스쿠니'를 냈다. ⓒ제주의소리

권 작가는 두 개의 시선으로 야스쿠니 신사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군국주의의 망령과 두 얼굴의 신사다.

전반부에는 참전 군인들이 군복을 다시 꺼내 입고 전쟁을 추억하거나 전쟁을 미화하는 퍼포먼스, 신사 곳곳에 욱일기가 변형된 형태로 나부끼는 장면 등 군국주의의 망령을 보여주고 있다. 욱일기는 아시아 주변국들을 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었던 상징이다.

후반부는 극우 세력과 시민 활동가들의 충돌, 벚꽃을 즐기는 상춘객, 참배를 위해 가지런히 옷을 차려입은 참배객, 욱일기를 들고 있는 해맑은 표정의 어린이, 신사에 모여 비둘기를 띄우는 시민 등 야스쿠니의 일상을 담았다. 그는 이를 가리켜 ‘불안한 평화’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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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철 '야스쿠니'. 135쪽.컬처북스.1만5000원. ⓒ제주의소리
권 작가는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의 제국주의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곳”이라며 “광복 70주년에 이 사진집이 역사적 진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지난해부터 제주로 건너와 지내고 있다. 지난 5월엔 이호테우해변의 해녀들을 다룬 ‘이호테우’ 사진집을 냈다. 최근엔 지역주민들에게 ‘명예 이호동민’ 칭호도 얻었다. 조만간 제주에서 ‘야스쿠니’ 전시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135쪽.컬처북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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