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를 마시는 백석, 건너편엔 일리아 라구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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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레코드> (66) Пиратские копии / МумийТролл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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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иратские копии / МумийТролль(2015)

속초에서 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 갈 수 있다. 북한 영해를 지날 때 멀어서 보이지 않겠지만 원산이나 함흥이 보이면 얼마나 좋을까. 원산은 원산폭격이라는 말의 어원인 된 슬픈 현대사를 지니고 있다. 6·25 당시 원산은 항구도시로서 군사 요충지였다. 함경도 군수공장에서 만든 군수물자들이 모두 이곳에 집결되었기 때문에 한국전쟁 내내 미국의 폭격이 그치질 않았다고 한다. 당시 사진을 보면 마치 달의 지표처럼 크레이터가 산재해 있다. 통일이 되면 함흥에 가서 진짜 함흥냉면을 먹고 싶다. 원산에서 왔다는, 얼굴이 곰보인 주방장이 냉면 사리를 하나 더 얹어줄지도 모를 일이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서 선술집에 들어가면 ‘Mari! Mari!’의 노래가 흘러나올까. 백석이 사랑했던 나타샤가 따뜻한 술잔을 내밀까. 항구 도시에는 여러 나라 사람이 모여들어 술을 마시기 마련이다. 마침내 ‘Муми Тролль’의 ‘Пиратские копии’가 흘러나오면 시베리아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무미 뜨롤’은 소련 시절부터 결성된 밴드인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주로 활동한다. ‘일리아 라구텐’은 ‘무미 뜨롤’의 리더로서 ‘빅토르 최’를 잇는 러시아 락스타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뜻은 ‘동양 지배’이지만 이 도시가 극동아시아의 문화 중심지가 될 수도 있겠다. 툰드라의 시작이기도 해서 여러 민족이 함께 있다. 퉁구스계 사람들은 우리와 많이 닳았다. 이곳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의 종착점이다. 유럽으로 갈 수 있는 입출구인 셈이다. 먼저 동아시안컵에 러시아도 함께 하는 게 어떨까. 생각에 혁명이 필요하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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