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일본 '야스쿠니'] (4) 야스쿠니에 담긴 일본의 두 얼굴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는 일본 최고 통수권자였던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은 이들의 영령을 모아 놓은 곳이다. 평범한 시민들에게 이곳은 조상을 추모하고 개인과 가정의 복락을 빌고 벚꽃을 즐기는 장소이지만, 일본의 극우 세력들에게는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리게 하고 전쟁을 추억하며 미화시키는 곳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권철은 평화로운 일상 너머에 여전히 군국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10년 동안 이곳을 집중 취재해 왔다. [제주의소리]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권철 작가가 최근 발간한 사진집 <야스쿠니-군국주의 망령>의 주요 사진을 8월말까지 웹갤러리를 통해 차례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사진으로 본 <야스쿠니>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편집자 주]
신사(神社)는 일본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 사무소가 발행한 리플렛을 살펴보자. 리플렛은 한글, 영어, 중국어로 함께 표기되어 있는데, 그들의 속내를 읽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죽은 이의 영혼이 이승에 그대로 남아 영원히 머물며 자손을 지켜준다고 믿어 왔고, 그러한 믿음은 아직도 죽은 이의 영혼을 신격화하여 제사 지내고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문화 전통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일본의 가정에서 조상의 영혼을 가신(家神)으로 섬기고 있는 것은 일본인들에게 이러한 전통적 사고가 신도(神道) 신앙과 함께 계승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죽은 이의 영혼은 가정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나 국가 공동체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역사회나 국가 차원에서도 똑같이 수호신(신령)으로서 소중히 여겨 왔습니다. 그런 뜻에서 야스쿠니 신사는 이러한 일본의 고유한 정신문화의 한 가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런 의미에서의 신사라면 일본 내에 8만 여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신사들이 있다. 신사는 일본 특유의 전통문화의 하나로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 있다. 일본인들은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 신사를 참배한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면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하며 참배를 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액땜과 행복을 구하기 위해 신사를 참배한다. 입학, 진학, 졸업, 취직, 환갑 등의 날에도 각 가정에 마련된 신단 앞에서 감사와 축하의 기원하거나 신사를 찾아 참배를 한다. 조상에 감사를 드리는 것은 물론이다. 새해가 되면 신사를 참배하면서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 관례이다. 메이지신궁처럼 큰 신사에는 매년 정초에 연인원 수백만 명이 참배한다고 한다. 야스쿠니 신사를 찾는 상당수의 일반인들도 이런 의미에서 신사를 찾아 참배를 할 것이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는 여타의 신사들과는 다르다.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이 두 얼굴은 쉽게 구분되기도 하고, 섞여 있기도 하고, 합쳐져있기도 하다. 패전 기념일에는 전쟁을 추억하고, 미화하는 군국주의의 망령이 춤을 춘다. 극우 단체들의 집단 참배도 꾸준하다. 이들은 '국가 방위 체제 강화', '천황 폐하 만세', 더 나아가 '황군 창설' 등을 목청껏 외친다. 벚꽃이 한창일 때는 행락객들로 넘친다. 마치 유원지 같고 어떨 때는 야시장과도 같은 분위기이다. 일반 참배객들도 꾸준하다. 평범한 시민들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며 조상을 추모하고 개인과 가정의 복락을 빌고 벚꽃을 즐긴다.
두 얼굴의 신사 야스쿠니, 야스쿠니(靖國)는 나라(國)를 평안(靖)하게 하는 장소라는 뜻을 담고 있다.야스쿠니 신사가 그 이름 그대로 주변국들과 평안하게 공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건전한 역사의식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