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칼럼] 여성!! 그대가 세상을 바꾸는 날

오랫동안 여성들의 방관자로 눌러앉은 정치영역은 썩을대로 썩어서 더 이상은 부분적으로 바꾸기는 힘들다. 최소한의 임계질량으로는 도저히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몽땅 썩은물을 퍼내고 새 물을 채워야 한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서 우리는 군부독재 정권을 타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남은 수구 정치인들은 당명을 바꾸거나 합당이라는 변형된 형태로 존재하면서 줄곧 의회의 다수세력으로 행세해 왔고 이런 수구보수세력의 의회독점은 오늘날과 같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거두절미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정치꾼들을 심판하고 신선하고 맑은 물로 여의도를 채워야 한다. 기존의 국회의원들이 연고와 능력으로 진출했다면, 이제는 정확히 ‘양성평등한 인물’인지도 평가 되어져야 한다. 여성계의 오랜 숙원인 호주제가 버젓이 살아 있는건 그만큼 차별적이고 가부장적인 마초들이 국회의 다수를 점하기 때문이다.

16대 국회가 시작될 때 만 해도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걸음마였다. 273명의 의원중에 겨우 5.9%만이 진출해서 과소대표성을 한탄하면서 다음을 기약하며 위로하던 때가 있었다.

30일 이벤트로 여성을 활용하며 '여성 정치시대'라며 난리법석을 떤다

그런 국회가 문을 닫을 무렵 갑자기 전면에 여성들을 띄우고 있다. 총선을 겨냥한 30일의 이벤트로서 여성들을 활용하여 최단기간에 최대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수구보수정당의 당대표로, 무너지는 석가래를 겨우 떠받는 당의 선대위원장으로, 이름만 바꿔달고는 새집인양 구호만 개혁을 외치는 당의 대변인으로 여성들이 등장하면서 마치 ‘여성정치 시대가 활짝 열렸다’는 식으로 난리법석을 떤다.

유권자의 51%에 달하는 여성 중 달랑 16명이 활동하고 있고, 겨우 당 대변인에 새로운 인물 3인을 여성으로 기용하고는 모든 정치를 여성들이 움직이는 것 처럼 잘도 부풀려 대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들이 여성을 대표하는가 단지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문제는 털끝만큼 관심도 없고 호주제 폐지에 동의하지도 않는 여성, 무엇이 여성문제인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여성의 권익을 대변해 달라고 할 수 있을까 ?

여성의 정치참여는 여성의 권익증진과 정치개혁, 민주발전을 위한 것이다. 이는 여성이 남성과 달리 원천적으로 도덕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부정.부패의 뿌리인 남성들의 혈연, 지연, 학연인 연고주의에서 여성들이 훨씬 자유롭기 때문에 부정, 부패, 폭력정치의 대안세력이 필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가장 부패하고 반 국민적이며 의회쿠데타를 자행한 16회 국회는 이미지 개선을 위하여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여성을 내세운 ‘이미지 정치', ‘감성정치'는 국민들이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17대 총선은 여성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16대 국회에 여성은 지역구 5명, 비례대표 11명으로 총 16명만이 활동했다. 이번 17대에는 51명의 여성이 지역구 후보로 등록했고 그 중 10여명이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비례대표 56석 가운데 적어도 26석 이상을 여성들이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정치사상 첫 여성 비례대표가 뛰고 있음을 눈여겨 보자

그렇게 되면 17대 국회에서는 여성의원이 전체 299석 가운데 13%정도인 40석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최초로 헌정사상 이래 17대 국회를 맞이하여 여성의원이 10%가 넘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에서도 비례대표 7번에 당당히 선출된 우리의 여성후보가 있다. 여성농민으로 20여년을 성실히 살아와서 전국여성농민을 대표해 전국의 민주노동당원을 대상으로 열심히 선전하여 당당히 비례대표 7번에 자리잡은 민주노동당 현애자 후보가 있다.

이제 우리는 최초의 제주여성 국회의원을 맞이할 수 도 있고 제주도 국회의원수를 4석으로 만들 수도 있는 새로운 선택의 길에 들어섰다. 제주도민들은 적극적인 유권자로서 소신껏 한 표를 행사하여야 하며 우리 여성들은 정말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지를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이 사회의 양성평등을 실현할 여성이며, 그녀는 당적을 뛰어넘어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호주제 폐지, 여성 비정규직 문제등 여성 관련 의제뿐만 아니라, 서민 대중과 노동자, 농민을 대변하여 모두가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으로 정당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졌다. 어떤 정당을 선택해야 할지 도민들은 심사숙고 해야 하며 새로운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은 물론 제주여성의 국회 등원을 기대해 본다. 4월 15일 그날은 제주 여성의원이 탄생하면서 제주도 국회의석이 4석이 되는 세상을 바꾸는 날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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