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만 공급하면 끝? '지속가능 삶터' 조성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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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바다] 도시계획 권위자 변창흠 SH공사 사장 "제주에도 도시개발공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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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인문의 바다'에서 강연에 나선 변창흠 SH공사 사장. ⓒ 제주의소리

주거 불평등, 지역개발, 지역재생. 주택과 토지부터 개발패러다임까지. 도시계획학과 행정학을 넘나드는 이 분야 최고 권위자. 학자 출신 공기업 사장. ‘주거복지’를 새로운 방향성 아래 현장행보를 보이고 있는 혁신 기관장.

변창흠 SH공사 사장은 작년 11월 지금의 자리에 올라선 뒤 서울시 주거 정책의 변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가 모처럼 시간을 내 제주를 찾았다.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 원장 주강현)과 <제주의소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문의 바다’에서 강연하기 위해서다. 25일 오후 6시 30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산귤재에서 열린 그의 강연 주제는 ‘인문의 바다에서 땅의 비밀을 말하다’.

그는 거대담론에서 시작해 가장 가까운 일상의 문제로 차차 범주를 좁히며 구체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토지와 주택문제를 다루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시선이 있다는 데 주목했다.

과도한 자본주의화, 신자유주의가 문제라는 시각. 혹은 더 이상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에 국가와 지자체에만 모든 걸 맡기는 건 문제라는 시각. 이 둘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상황이 바로 지금이다.

변 사장이 여기서 제안한 것은 ‘기존의 질서에 편입되지 않는 새로운 작은 공동체’다.

그는 “지금 경제권력이 기업과 국가에 속해 있는데, 새로운 하나의 권력으로서 시민사회가 나와야한다”며 “국가와 시장 사이에 새로운 공동체가 하나 만들어져야 한다. 이게 제3섹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움직임들이 커져서 공공과 민간이 채우지 못했던 영역을 채워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것이 사회를 풍성하게 하면서 국가-시장 양 극단으로 가버리는 걸 막고 제3의 대안들을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토지에 대한 원칙, 합의할 수 있는 규칙이 생기면 민영화로 생기는 문제, 역으로 계획정책에 의한 무능함과 유연성의 부족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작은 공동체’를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국토종합계획에 따라 시도종합계획, 시군 계획 등이 마련되는데, 국토종합계획도 정권 교체 때마다 바뀌고, 시대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하위 단위 계획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 것. 그렇다고 시장에만 맡길 수도 없는 노릇.

그는 “이것이 결국 큰 단위가 아닌 작은공동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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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인문의 바다'에서 강연에 나선 변창흠 SH공사 사장. ⓒ 제주의소리

다소 생소해보이는 그의 제안은 실제 SH공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도 맞닿아있다.

SH공사는 단순히 임대, 분양 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행복한 공동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임대주택 거주자를 위한 갈등해소 프로그램, 외국어 교육, 공동육아, 공동나들이, 한국사 특강, 도서관 설치, 자원봉사 활동 등 역시 SH공사의 영역이다. 말 그대로 공간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조성하고자 하는 시도다.

그가 이 날 밝힌 SH공사의 또 다른 비전은 ‘공공디벨로퍼’. 도시재생사업을 기획, 제안하고 이것이 지자체 활성화 시책과 연결된다. 20~30년 이상의 지역관리를 통해 개발이익이 지역에 재투자되는 것. 그가 꿈꾸는 SH공사의 미래다.

그는 “50~100년후 어떻게 될지 내다보는 공공디벨로퍼가 SH공사의 또 하나의 방향성”이라며 “계속 그 지역에 머무르다가 그 지역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나서 그 때야 비로소 해당지역을 떠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도 도시개발공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최근 지역 학계에서 제기된 제주지역 ‘주택청’, ‘주택복지공사’ 등과 맞닿은 개념이다.

그는 “인구 60만 수준인 제주도에도 주택 공급과 공동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시개발공사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공적인 개발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전히 필요하다. 그 기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변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와 행정학 박사를 거쳤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를 거쳐 SH공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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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인문의 바다'에서 강연에 나선 변창흠 SH공사 사장.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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