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일본 '야스쿠니'] (5) 두 얼굴의 신사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는 일본 최고 통수권자였던 천황을 위해 싸우다 죽은 이들의 영령을 모아 놓은 곳이다. 평범한 시민들에게 이곳은 조상을 추모하고 개인과 가정의 복락을 빌고 벚꽃을 즐기는 장소이지만, 일본의 극우 세력들에게는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리게 하고 전쟁을 추억하며 미화시키는 곳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권철은 평화로운 일상 너머에 여전히 군국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10년 동안 이곳을 집중 취재해 왔다. [제주의소리]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권철 작가가 최근 발간한 사진집 <야스쿠니-군국주의 망령>의 주요 사진을 8월말까지 웹갤러리를 통해 차례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사진으로 본 <야스쿠니>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편집자 주]

야스쿠니의 일상은 겉으로 보면 평화롭게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르게 보인다. 지난 시절 군국주의에 대한 아련한 향수도 느껴진다. 일장기와 욱일기가 곳곳에서 펄럭이고,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도 눈을 사로잡는다. 우익 단체들의 구호도 요란하고, 제국주의 시절의 군가도 울려퍼지곤 한다. 야스쿠니 신사를 가득 메우는 참배객들은 조상을 추모하고, 개인의 복락을 빈다. 관광객들은 벚꽃의 화려함에 감탄한다. 그래서 야스쿠니 신사의 일상은 두 얼굴이다. 야스쿠니 신사가 회개와 반성, 용서와 화해의 신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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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시민들에게 야스쿠니 신사는 조상을 추모하고 개인과 가정의 복락을 빌고, 벚꽃을 즐기는 장소다. 신사 곳곳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행락객들로 요란하다. 2015년 봄에 다시 찾았을 때는 스마트폰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는 젊은 여성들이 많았다.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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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막감이 감도는 야스쿠니 신사의 배전. 1901년에 세워졌고, 1989년에 지붕을 개축했다고 한다. 이 배전 앞에서 방문객들이 참배를 한다. 배전에는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이 내걸려 있다. 신문(정문) 양쪽 문짝에도 직경 1.5미터의 국화 문장이 걸려 있다. 야스쿠니 신사가 반성과, 참회, 주변국들의 용서와 화해를 통해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야스쿠니에 잠들어 있는 영혼들이 바라는 참 평화가 그런 것이 아닐까. 함께하는 평화!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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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에는 눈이 잘 내리지 않는다. 2014년 2월에 큰 눈이 왔다. 야스쿠니 신사도 엄청난 눈에 덮였다. 참배객 발길도 뜸해서 적막감이 감돈다. 카메라에 잡힌 풍경은 아름답지만 마음은 몹시 불편했다. 아름다움 뒤에 날카로운 발톱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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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쿠니 신사의 정식 허락을 받아 촬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 참배객처럼 공개된 구역만 거닐며 슬쩍슬쩍 촬영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바로 제지를 당한다.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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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쿠니 신사는 새벽 6시에 문을 열고 저녁 6시에 문을 닫는데, 문을 닫은 후에도 참배 행렬은 계속 된다.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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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쿠니 신사에 벚꽃이 만발하자 극우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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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스쿠니 신사 벚꽃 아래에서 '동기의 벚꽃'을 부르는 모임이 열리고 있다. 동기의 벚꽃은 아시아.태평양전쟁 때의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의 군가이다. 일본 육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무라 마스지로의 동상 아래에서 열리고 있는데, 아시아.태평양전쟁 때 사용되었던 욱일기가 펄럭이고 있다. 가미가제 자살특공대의 군가를 목놓아 부르는 저들의 속내가 뭘까. ⓒ권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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