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들(27)

요즘 제주에서 가장 예쁜 모습을 하고 있는 꽃은 무엇일까요?
저에게 있어서는 오늘 소개해 드리는 '현호색'이라는 꽃입니다. 흔히 길가에서 보는 자주괴불주머니와 꽃모양은 비슷하지만 다른 꽃입니다.

꽃의 모양새를 볼 때마다 물고기가 입을 크게 벌리고 달려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하고, 마른 멸치를 보는 것도 같아서 재미있는 꽃입니다.
현호색은 다양한 색깔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 매력인 것 같습니다. 물론 꽃모양과 이파리 모양에 따라서 각기 다른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꽃을 볼 때마다 이렇게 예쁜 꽃들의 피고 짐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신이 꽃을 인간에게 선물했을 때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현호색은 요즘이 한창이지만 한라산기슭에 잔설이 남아있을 때부터 양지바른 곳에서 하나 둘 피어나는 곷입니다. 작디 작은 이파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듯하다 어느 봄날 음악회라도 열듯이 여기저기에서 피어오르는 각양각색의 현호색을 보면 반하지 않을 분들이 없을 것 같은데 이 아름다운 현호색이 다른 들곷들보다는 덜 친숙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른 식물들은 꽃이 지고 나면 열매도 맺고, 이파리도 가지고 있다가 겨울에 사라지는데 현호색은 꽃을 피운 후 한 달여가 지나면 흔적도 없이 땅 속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마치 죽은 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잠시잠깐의 짧은 생애로 인해서 사람들과 친숙하게 지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아도 그 생명을 저 땅속 어디에선가 새 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호색의 속명은 코리달리스(Corydalis)인데 이 것은 '종달새'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꽃모양이 종달새의 머릿깃과 닮아서 얻어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서울촌놈인 저는 종달새를 직접 본적이 없어서 진위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모양새가 아니라도 그 풍기는 이미지에서 아름다움, 흥겨움 등이 풍겨옵니다. 더군다나 제가 사는 동네가 종달리네 더 예뻐보이는 꽃입니다.

현호색의 뿌리는 덩이줄기입니다.
달래보다 조금 더 큰 덩이줄기는 약재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특별히 진통효과가 뛰어나 두통이나 치통 등 진통제로 사용이 된다고 하고, 혈액순환도 도와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심통(心痛)-마음의 고통-까지도 다스려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아름다움의 묘미를 보면서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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