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69) 미니카 / 전자양

1111.jpg
▲ 숲 / 전자양 (2007)

미니카의 작동원리는 간단하다. 힘껏 뒤로 당기면 톱니바퀴가 감기게 되고 잡고 있던 것을 놓으면 톱니바퀴가 풀리면서 앞으로 나간다. 뒤로 많이 당길수록 앞으로 많이 나가게 된다. 전자양은 최근에 ‘쿵쿵’이라는 싱글을 발표했다. 그 전의 통이 큰 기타는 여전한데, 머리를 짧게 잘랐다. 더는 슈게이징을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음악도 밝아졌다. 변칙적이면서도 악동 같은 음악은 여전한데, 심지어 경쾌함마저 느껴진다. 그것은 2007년에 발매된 두 번째 앨범 ‘숲’에서부터 감지되었다. ‘당분인간’이나 ‘미니카’를 들어보면 ‘아스피린 두 알 주세요’라며 약국 앞을 서성이던 약관의 전자양이 아니다. 6월에 EP가 나온다고 했는데 벌써 9월이다. 미적거리는 게 전자양답다. 음악은 천성으로 한다. 전자양이 아무리 변한다해도 그의 통이 큰 기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시간이 흐를 뿐이다. 전자양만이 아니라 팬들도 함께 늙고 있다. ‘쿵쿵’은 이제 나이 든 팬들을 위한 마지막 춤곡인 것만 같다. 팬들은 사회에서 힘껏 뒤로 당기고서 앞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 것은 수긍하며 슈게이징의 저녁을 맞이한다. 나 역시 힘껏 뒤로 당기는 건 자신 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몇 바퀴 더 구르지 못하고 피식하고 멈춰버린 우리의 미니카는. /현택훈(시인)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