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69) 미니카 / 전자양
미니카의 작동원리는 간단하다. 힘껏 뒤로 당기면 톱니바퀴가 감기게 되고 잡고 있던 것을 놓으면 톱니바퀴가 풀리면서 앞으로 나간다. 뒤로 많이 당길수록 앞으로 많이 나가게 된다. 전자양은 최근에 ‘쿵쿵’이라는 싱글을 발표했다. 그 전의 통이 큰 기타는 여전한데, 머리를 짧게 잘랐다. 더는 슈게이징을 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음악도 밝아졌다. 변칙적이면서도 악동 같은 음악은 여전한데, 심지어 경쾌함마저 느껴진다. 그것은 2007년에 발매된 두 번째 앨범 ‘숲’에서부터 감지되었다. ‘당분인간’이나 ‘미니카’를 들어보면 ‘아스피린 두 알 주세요’라며 약국 앞을 서성이던 약관의 전자양이 아니다. 6월에 EP가 나온다고 했는데 벌써 9월이다. 미적거리는 게 전자양답다. 음악은 천성으로 한다. 전자양이 아무리 변한다해도 그의 통이 큰 기타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시간이 흐를 뿐이다. 전자양만이 아니라 팬들도 함께 늙고 있다. ‘쿵쿵’은 이제 나이 든 팬들을 위한 마지막 춤곡인 것만 같다. 팬들은 사회에서 힘껏 뒤로 당기고서 앞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 것은 수긍하며 슈게이징의 저녁을 맞이한다. 나 역시 힘껏 뒤로 당기는 건 자신 있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몇 바퀴 더 구르지 못하고 피식하고 멈춰버린 우리의 미니카는. /현택훈(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