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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일 주교가 (사)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 축복식에서 강론을 하고 있다.

“'서귀포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 거의 다 마무리됐는데, 다 끝난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끝난 것이 아니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사)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가 문을 여는 날,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강정 해군기지가 완공되더라도 진정한 평화를 위해 끝까지 연대할 것을 다짐했다.

5일 오전 11시 강 주교의 주례로 평화센터 미사 겸 축복식이 열렸다. 강 주교는 평화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강 주교는 강론을 통해 “지난 2005년 4월, 해군기지 건설 반대 의사를 처음 밝혔다. 그 이유는 공적인 가르침에 따라 총 다섯 가지”라고 운을 뗐다.

강 주교는 “첫 번째로 전쟁은 재앙이다. 국가간 문제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며 “두 번째는 공권력이 무력을 행사할 때 엄격한 조건에 따라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고,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강정해군기지에 대한 공권력 동원은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 번째, 현대 무기는 인간 대량 살상무기다. 무기의 증대는 평화와 연결될 수 없다. 네 번째는 무기 생산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 예산이 국가 발전에 쓰인다면, 가난한 자들에게 사용된다면...”이라고 말을 흐렸다.

강 주교는 “마지막으로 휴전선에서 가장 멀고, 4.3의 상처로 얼룩진 제주에 왜 군사기지가 들어서야 하는가. 제주는 정부가 지정한 평화의 섬이다. 평화의 섬의 군사기지는 물과 기름 같은 관계”라고 해군기지 건설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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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센터 개소 미사를 진행하는 강 주교.
그러면서 강정 해군기지 건설로 4.3 영령들의 죽음이 무의미해졌다고 슬퍼했다.

강 주교는 “67년 전 4.3 사건으로 제주도민 전체 인구의 10%가 넘는 3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은 이념갈등과 무관한 순진한 섬사람들이었다. 왜 죽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시 역사적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되고, 같은 일을 반복하면 안 된다는 깨달음의 참된 꽃을 피워야 한다. 하지만, 강정 해군기지처럼 공권력이 무력을 행사한다면 4.3 영령들은 어디에 하소연 할 수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강정 해군기지가 거의 다 완공됐다며, 더 이상의 싸움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싸움 상대는 구럼비를 콘크리트로 덮은 세력이나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해군기지에 온 청년들이 아니다. 전쟁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강 주교는 “폭력적 심성을 국가 안보라고 포장해 전쟁 준비를 정당화하는 세력과의 싸움이다. 어떠한 이유에서도 전쟁은 옳지 못하다. 사람은 어떤 존재보다 존중받아야 한다.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가 동북아 평화의 전초기지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을 맺었다.

강 주교는 평화센터 초대 이사장을 맡아 생명평화 영성을 위한 전례 및 사목활동(특별히 강정마을의 갈등 치유와 화해), 생명평화 실현을 위한 학술·교육·문화활동, 군사기지 확장 및 주변 환경오염 등의 최소화를 위한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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