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김태석 의원(환경도시위원회)

‘집안에 작은 코끼리’라는 우화가 있다. 귀엽고 작은 코끼리가 집안에 있는데, 처음에는 누구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코끼리는 점점 자라 급기야 집에 꼭 끼일 정도로 몸집에 커진다. 이 때가 되면 코끼리는 누구에게나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그 집에는 정작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져 가기 때문이다. 집 자체를 부수어버리지 않는 한 코끼리를 빼낼 방법이 없기에, 결국 코끼리에게 집을 내어주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읽으며, 필자는 제주의 땅값이 오버랩되면서 토지 및 주택정책의 현실이 떠올랐다.

제주의 땅값이 오르기 시작할 때 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문제될 게 없다. 소유하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오르는 것은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 ‘땅값’이라는 ‘작은 코끼리’는 처음에는 별 문제없이 가족들을 기쁘게 하겠지만, 종국에는 내 땅값만이 아니라 다른 땅값도, 또 다른 물가도 함께 오르게 하기에 오른 땅값은 자산이 증가하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땅값은 올랐지만 정작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불쑥 커 버린 ‘작은 코끼리’에 의해 사람이 살아 갈 공간이 없어져 버리듯 오르기만 하는 ‘땅값’은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능력을 없애버린다.

지금의 현실에 있어, 제주의 땅값은 이미 ‘작은 코끼리’의 수준을 넘었다. 이미 집안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준으로 덩치가 커졌다는 것이다. 몇 가지 지표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우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제주지역의 개별공시지가 상승률은 12.46%로, 지난해 상승률 4.73%에 비해 7.73%p나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상승률 4.63%의 3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그리고 제주의 주택보급률은 2012년을 기점으로 100%를 넘어서, 2014년에는 111%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103.5%)에 비해 7.5%p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지방자치 부활 20주년을 맞이해 실시한 제주도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주의 토지를 기반으로 한 개발사업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일반도민들은 ‘제주 서민을 위한 공공택지 등 택지 개발의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이 수치상 실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서민들의 주택을 위한 택지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것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토지 및 주택정책이 어떤 수준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일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간 토지정책은 대규모 관광사업 개발정책의 후속조치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고, 주택정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jpg
▲ 김태석 의원. ⓒ제주의소리
이러한 시점에서 오라관광지 개발사업의 시행승인이 취소됐다. 취소되자마자 또 다른 개발사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여전히 제주도민들의 요구와 필요는 무시되고 있다. 즉 이 땅을 “서민 대상 주택보급용 택지로 개발해 보자”는 대안은 고려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토지 및 주택정책의 첫 걸음은 서민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정책의 수립에서 시작돼야 한다. 지금 시작하지 못한다면 제주의 미래세대는 주택 마련에 큰 곤란을 겪게 될 것이며, 제주의 빈부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집안을 ‘작은 코끼리’에 모두 내어주기 전에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김태석 의원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