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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과학기술단지 내 한화 ‘꿈에 그린’ 아파트 조감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KBS시사파일 제주 “과학기술단지 공공성 무색...지역경제 고려한 분양가 검증 필요”


중산간 해발 400m 제주 첨단과학기술단지에 건설 예정인 ‘꿈에그린’ 아파트가 입주기업 근로자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한다는 처음 취지와 무색하게 추진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꿈에그린 아파트 시행사는 과거 아라지구 택지개발 과정에서 당초 예상보다 4배가 넘는 이익을 남긴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KBS제주는 16일 오후 7시 30분 시사프로그램 ‘시사파일 제주 - 첨단과학단지 주거용지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편을 방송했다. 

제작진은 입주기업 특별공급, 분양 절차, 분양가 등 꿈에그린 아파트 건설 추진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짚어보며, 벌써 900만원(3.3㎡)에 육박하는 분양가격까지 거론되는 지금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제주도 분양가 심사위원회’의 객관적이고 철저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첨단과학기술단지 꿈에그린 아파트는 DRMCITY(디알엠시티)라는 부동산 회사가 시행사, 한화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규모는 6층 높이에 759세대로, 면적은 단지 전체의 10%인 약 9만4000㎡다.

시사파일은 시행사가 미비한 법조항을 이유로 입주기업 근로자 대상 아파트 특별공급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지난해 시행사가 근로자들에게 아파트 입주 의사를 물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지난 2013년 10월 23일 작성한 첨단과학기술단지 아파트 용지 공급 공고문에는 ‘용지를 매입한 시행사는 근로자의 주거 안정을 위해 아파트를 특별 공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분양을 앞둔 상황에서 근로자 대상 특별공급이 무산될 처지에 놓이자, 토지를 매각한 JDC와 시행사 디알엠시티 모두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JDC는 특별공급이 포함된 당초 토지 매각 조건이 특약사항으로 담겨 있기 때문에 특별공급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지만, 시행사는 현행법(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시행령)상으로는 산업단지 내 특별공급을 위한 세부적인 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공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JDC나 시행사는 제대로 된 법적 검토도 없이 특별공급을 약속해놓고 이제 와서 '나 몰라'식으로 뒤늦게 수습하려고 한다”며 양 측이 특별공급 무산 위기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주목할 점은 특별공급이 힘들다고 선을 그은 시행사가 지난해만 해도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봄, 시행사 디알엠시티는 입주기업 근로자들에게 직접 아파트 입주 의사를 묻는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첨단과학기술단지 입주기업 관계자는 “(시행사가) 심지어 어떤 기업에게는 ‘회사차원에서 몇 채 분양받을 수 없겠느냐’는 의사타진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는 “기업 몇 군데에서 구두상으로 대화를 했던 수준”이라며 단순 의향 파악에 불과했다는 입장이지만, 입주기업 직원들은 '단순 대화' 이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유영신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입주기업협의회장은 “디알엠시티는 첨단기술단지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려 했고, 해당 은행이 시행사에 '아파트 분양이 정말 될 수 있는지, 수요가 있는지' 확인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이 되니 시행사는 단지 입주기업을 찾아다니면서 수요조사를 한 것이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일일이 협조를 요청하면서 이제와서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시행사가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첨단과학기술단지 사업 추진기관인 JDC의 안일한 자세도 도마에 올랐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필요한 기반시설들을 만들어 놓고 입주기업을 모집하는 게 바른 순서인데, 2008년도 1차 공고를 낸 다음에 2차 공고를 2013년도에 냈다는 것은 몇 년이 지나는 동안 첨단과학기술단지의 활성화를 위해서 JDC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안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작진은 3.3㎡ 당 900만원을 넘보는 분양가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이대로라면 근로자를 위한다는 공공 목적을 외면한 채 시행사 배불리기에 그칠 수 있고, 나아가 고분양가를 이어가는 제주지역 아파트시장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과 만난 남우현 디알엠시티 본부장은 “저희는 회사 차원에서 분양가가 800만원, 900만원, 1000만원 등 얼마라고 이야기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또 “(꿈에그린) 아파트 단지는 표준건축비가 비싸게 적용될 수밖에 없는 구간에 있고, 최근에 공급됐던 서귀포나 영어교육도시 신규단지보다는 공사비 원가 자체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은 시행사가 꿈에그린 부지 2필지에 대한 공사비 안에 각각 (총공사비의) 4%씩 총 71억원의 이윤을 책정해 놓은 '감리자 모집 공고' 내용에 주목하며 “착공하기 전 이윤을 미리 잡아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건축비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태석 제주도의원은 “시행사는 시공사에게 최대 건축비 견적을 받았을 텐데, 현실적으로 그만큼 건축비가 들어가지 않는다”며 “그런데 분양가는 그 최대건축비를 기준으로 해서 분양가를 산정하는 모순이 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무엇보다 디알엠시티가 2011년 아라지구 아이파크 시행사였던 점에 주목했다. 당시 디알엠시티가 감리자 모집 공고에서 제시한 이윤은 46억원. 

2년뒤 금융감독원 고시 감사보고서에서 확인된 디알엠시티의 아라지구 개발 순이익은 180억원이 넘었다. 계획보다 무려 4배 이상 이득을 취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부동산 관계자는 “(시행사가 이득을 취한) 그 비용은 사실상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이 돼 있는 셈이다. 결국 시행사는 도민과 해당 아파트의 새로운 입주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노형지구 아파트를 맡은 다른 시행사 역시 디알엠시티처럼 서류에 명시한 이윤을 크게 넘는 실익을 챙겨갔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공정한 분양가 심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솟는 아파트 가격은 다른 아파트, 주택, 부동산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분양가는 지역경제를 고려해 올바르게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제작진은 제주도 분양가 심사위원회의 철저한 검증만이 꿈에그린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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