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현 APOCC 원장, ‘환동해 문명사’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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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명사 연구에 한 획을 그을 역작이 탄생했다. 최근 발간된 <환동해 문명사>다.

각종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의 아이콘 주강현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 원장이 오랜 세월 진행한 북방 세계에 관한 현장 조사와 자료 수집,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해양 중심의 문명사 연구가 지지부진하던 풍토에서 동해를 중심으로 한 환동해 지역의 해양 문명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냈다. 이 지역의 문명의 부침과 교섭을 해양 사관을 통해 정리한 만큼 ‘잃어버린 문명의 회랑’이라는 부제가 잘 어울린다.

‘현장을 뛰어넘는 학문방법론은 없다’는 생각에 시베리아로부터 시작해 연해주, 훗카이도, 고비사막, 몽골, 백두산, 캄차카반도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공력을 들인 그의 연구의 집합체다.

책을 펼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그의 치밀한 여정을 함께 생생히 느껴볼 수 있는 여행기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동진을 다룬 ‘유라시아 대항해’에서 시작해 극동의 심장을 담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동해 출구’, 몽골의 동해 바닷길을 고찰한 ‘초원의 노마드, 바다의 노마드’, 유라시아와 아메리카의 바닷길인 ‘거대한 문명의 육교, 베링해’에 이르기까지 그의 거대한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다.

이 책의 강점은 환동해의 재발견을 통해 기존 패러다임을 뒤엎는 ‘지평의 확대’라는 측면에 있다. 국민국가 속에서 제한됐던 역사의 서술 방식을 벗어나는 동시에 중심과 변방을 재설정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육지 중심의, 서양 중심의 사고에서 환동해는 극동에 위치한 변방의 바다일 뿐이지만 이 책이 짚어내는 문명의 흐름과 그 역사적 서술에서는 여기는 어느 곳보다 뜨거운 중심이 된다. 그리고 이 시선은 현재진행형이다.

“한반도의 좁은 울타리, 더군다나 남한이라는 ‘섬’ 논리에 갇힌 상태에서 벗어나 유라시아로, 환동해와 오호츠크해로 나아가는 인식 전환은 국가 어젠다인 동북아 중심 사고나 북방정책의 누락 부분인 ‘해양으로의 진출’이라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냉전 종식 이후 환동해 네트워크는 경제 개발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했지만 사실 환동해 네트워크가 수천 년 전부터 이미 존재해왔다는 것을 이 책은 주목한다. 그리고 이 역사적 흐름을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에 선명한 통찰을 던진다. 그리고 그는 회상한다.

“현장은 언제나 필자의 노마드적 삶의 활력을 주었으며 바다 자체가 노마드적 삶이기에 해양 인문학은 끝없는 방랑의 결과물일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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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강현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 원장.
저자인 주 원장은 이 시대 ‘지식 노마드’로 불리는 해양문화 연구의 권위자로 제주대 석좌교수다.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APOCC 내 산귤재와 세계 각지를 오가며 해양 인문학과 해양 문명을 탐구한다. 민속한, 인류학, 역사학, 고고학, 해양학 등 분과학문이라는 지적·제도적 장벽에 구애받지 않는다.

APOCC는 <제주의소리>와 공동으로 해양인문학 강좌 ‘인문의 바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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