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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항공의 새 BI는 섬, 돌, 바람으로 상징되는 제주 이미지를 형상화 했고 제주의 특산물인 감귤색을 더 선명하게 했다. ⓒ제주의소리

원희룡 지사, 채형석 부회장과 담판…애경, 제주사업 모색에도 ‘부담’ 판단 

제주항공이 상장을 준비하며 AK제주항공으로 상호변경을 추진해오다 주주총회 직전 이를 취소하고 기존의 사명을 유지키로 한데는 원희룡 도지사가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에게 그룹차원의 상호변경 백지화를 강력히 요청한 결과로 확인됐다. 

2005년 제주항공 출범 당시 제주도와 체결한 협약서에 '상호·상표'는 제주도와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된 점과 도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일방적인 상호변경은 있을 수 없다는 원 지사의 강력한 항의를 제주항공 모회사인 애경그룹 채 부회장이 전격 수용하면서 백지화한 것. 

제주도와 애경그룹의 복수 관계자는 23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최근 원 지사와 최 부회장 간 접촉이 있었다”며 “두 분이 당초 23일 AK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처리키로 했던 제주항공 상호변경 안건을 삭제키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K홀딩스는 제주항공을 운영하는 애경그룹의 지주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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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와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 ⓒ제주의소리
결국 AK제주항공으로 상호변경을 추진하던 제주항공이 이를 취소하고 기존의 사명을 유지키로 한 것은 제주도보다 모회사인 애경의 이미지가 강화된다는 도민의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제주항공은 상장을 앞두고 애경그룹 주력 계열사라는 점을 알리는 이니셜 'AK'를 상호에 넣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제주도민을 위한 항공사를 표방하며 제주도로부터 출자 받아 설립한 LCC(저가항공사) 항공사가 다른 항공사와 다를 바 없이 모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도민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그러나 제주항공 측은 제주도와의 협약 내용 위배 논란에 대해 민법에 의한 협약보다 상법 우선의 원칙을 적용해 주총에서 의결하면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자 원 지사가 주총을 앞둬 직접 애경 측에 강력한 항의 의사를 표시했고, 채 부회장이 원 지사에 상호변경 배경 등을 해명하는 과정서 원 지사가 그룹 경영진 차원의 결단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에 따라 AK홀딩스는 22일 긴급이사회를 개최하고, 주주총회(23일)에서 논의키로 했던 제주항공 상호변경 안건을 삭제·정정한다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애경그룹 관계자는 “당초 법인명 변경을 하려 했던 것으로 브랜드명은 ‘제주항공’을 계속해서 사용할 예정이었던 것”이라며 “제주를 베이스로 한 새로운 사업 진출도 모색하는 상황에서 제주도민의 반발을 불러오면서까지 무리한 법인 상호변경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K홀딩스는 23일 오전 11시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정관일부 변경과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건 등을 다뤘다. 예정대로 22일 긴급이사회에서 삭제된 상호변경 건은 안건에서 제외됐다. 

제주항공은 지난 2005년 1월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각각 50억원과 150억원을 출자해 합작한 항공사로 설립됐다. 하지만 이후 자본 증자에 제주도가 참여하지 않아 현재 AK홀딩스(68.37%), 애경유지공업(16.32%) 등 애경그룹이 84.8%, 제주도가 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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