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소암기념관, ‘청탄 김광추 - 탄향유구(灘響悠久)’ 기획전 10월3일 오픈

제주 근현대 문화예술계의 큰 산 ‘청탄 김광추(聽灘 金光秋, 1905~1983)’ 선생이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제주 예술사에 있어서 ‘산북의 청탄, 산남의 소암’으로 회자될 만큼 소암 현중화 선생과 함께 근현대 제주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어른’이다. 

서귀포시 소암기념관이 10월3일부터 11월29일까지 ‘청탄 김광추 - 탄향유구(灘響悠久)’ 기획전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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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탄 김광추-탄향유구 기획전이 10월3일부터 11월29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소암기념관에서 열린다. ⓒ제주의소리

 ◇ 평생 전시회 한번 해본 적 없는 청탄 

청탄 선생은 서예가라고 알려져 있지만 전각·회화뿐만 아니라 사진·분재 등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뛰어넘는 문화 예술의 씨앗을 뿌린 선구자로서, 제주 문화 예술을 질적·양적으로 크게 도약시키는데 획을 그었다는 평을 듣는다.  

그의 그릇을 짐작케 하는 것 중 하나가 당대 최고의 서예가·화가·문인 등 장르를 뛰어넘는 경향 각지의 문화예술인들과 교유해왔다는 점이다. 허백련·허건·유치환·송성용·서정주·안광석·서세옥·고은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해온 최고의 문화예술인들과 각별히 교유해왔다. 

특히 평생 자신의 어떤 작품을 가지고도 전시회를 해본 적이 없다. 돈을 받고 작품을 팔아본 적은 더더욱 없다. 예술가로서의 고아한 품격을 올곧이 지켜왔기에 청탄에 대한 사랑과 존경, 사회적 영향력의 넓이가 어떤 관직에 비견할 바 아니었다는 평이 여전히 그의 이름 석 자에 따라 붙는다. 

이번 소암기념관 기획전 타이틀은 ‘청탄 김광추 - 탄향유구(灘響悠久)’다. ‘탄향유구’는 생전의 소암선생이 청탄 작고 3주기를 추념해 1986년 쓴 휘호로, ‘청탄의 울림이 멀리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기획전 주요 전시 작품으로는 ‘영주십경’, ‘적벽부’, ‘귀거래사’ 등의 서예작품과 1930년의 유화작품 ‘풍경’, 그리고 1942년의 사진작품 ‘나루터’, 유품 등 총 40여점이다. 

또한 청탄과 교유했던 당대 최고의 문화예술인들의 작품으로 서정주 ‘학’, 남농 허건 ‘추’·‘동’, 서세옥 ‘전향매’, 양인옥 ‘청탄 초상’, 김택화 ‘서귀포 풍경’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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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 '달마 게송'. ‘청탄 김광추 - 탄향유구(灘響悠久)’ 기획전에 전시된다. /사진 제공=서귀포시 ⓒ 제주의소리

 ◇ 서예·회화·사진…, 삶을 예술처럼 ‘어질게’ 살다 

청탄 선생은 제주시 화북동 출신으로 제주공립보통학교(현 제주북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배재고등보통학교 시절 한국 근대미술의 선구자인 고희동·김복진·안석주 선생 등을 통해 서양 미술을 배웠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접하고 귀국, 제주에 선진 예술을 소개하고 장려하는데 일생을 바쳤다. 

그 결과 생전인 1963년 현중화, 양중해, 이완규, 문기선 등과 함께 제주 최초의 서예단체인 담담회(淡淡會) 결성을 주도했다. 1965년 이 단체를 계승해 ‘영주연묵회’가 창립되고,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축제이자 등용문인 ‘제주도미술대전’의 탄생에도 깊이 관여하는 등 제주문화예술계 형성과 발전을 주도한 거장이었다.  

1970년대 초, 청탄은 소암 현중화 선생에게 후학지도를 적극 권하면서 그 유명한 ‘소묵회(素墨會)’가 1973년 창립되는데 일조했다. 그 때문에 청탄은 소묵회의 유일한 고문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시인 고은 선생도 청탄에 대해 “청탄은 큰 사람인데 자기가 크다는 것을 과시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배타적이지 않고 울타리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주 맑은 사람이어서 만날때마다 내가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불심이 깊어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제일 많이 터득한 사람 같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번 기획전 도록에 삶을 예술처럼 살다 간 청탄 선생의 소평전을 쓴 언론인 김종민 씨도 “청탄의 이웃들은 그를 거친 회오리바람 소리 들리고(聽), 거센 물결(灘)이 일렁여도, 잔잔한 물처럼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으로 평했다”고 말했다. 

김종민 씨는 또, “선생은 권력과 이익을 탐하지 않았고, 공명심도 없었으며 어떤 예술분야든 자신이 최고라는 욕심도 없었다. 말 그대로 ‘어질게’ 살다간 그의 삶이이야 말로 결핍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닮고 싶고 배워야 하는 삶”이라고 덧붙였다.    

소암기념관 관계자는 “청탄 김광추 선생의 탄향유구전을 통해 그의 예술관을 들여다보고 선생의 교유관계까지 재조명함으로써 제주 서예사를 비롯한 문화예술 전반의 깊은 뿌리를 느낄 수 있는 전시”이라며 “제주도민들의 문화예술적 소양과 자긍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문의 = 소암기념관 전화(064)760-3513번,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목요일 정기휴관), 관람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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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터'. 청탄 김광추 作 사진 /사진 제공=서귀포시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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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명 '풍경'. 청탄 김광추 作 회화 /사진 제공=서귀포시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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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탄 김광추 - 탄향유구(灘響悠久)’ 기획전에 전시되는 서예 작품. /사진 제공=서귀포시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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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탄 김광추 - 탄향유구(灘響悠久)’ 기획전에 전시되는 서예 작품. /사진 제공=서귀포시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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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탄 김광추 - 탄향유구(灘響悠久)’ 기획전에 전시되는 작품. /사진 제공=서귀포시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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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탄 김광추 - 탄향유구(灘響悠久)’ 기획전에 전시되는 작품. /사진 제공=서귀포시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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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탄 김광추 - 탄향유구(灘響悠久)’ 기획전에 전시되는 작품. /사진 제공=서귀포시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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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탄 김광추 - 탄향유구(灘響悠久)’ 기획전에 전시되는 서각 유품. /사진 제공=서귀포시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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