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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철 작가가 4일 오후 6시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공터에서 작품을 불에 태우는 퍼포먼스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권철 작가, 야스쿠니 사진 참배 40여점 불태워 “日, 날카로운 발톱 숨기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제주시민과 함께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권철(48) 작가의 거리사진전이 일본 야스쿠니 망령의 사진을 모두 불태우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됐다.

권철 작가는 4일 오후 6시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공터에서 ‘야스쿠니-군국주의의 망령’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선보인 자신의 사진작품 40여점을 스스로 불에 태웠다.

길트기로 시작된 행사는 마을주민과 지역 문화계 인사들의 참여 속에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풍물놀이를 따라 사진 작품을 들고 현장을 한 바퀴 돌고 작품을 한 곳에 모았다.

권철 작가는 신문지에 불을 붙이고 공터에 쌓인 작품에 직접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폈다. 참석자들은 타들어 가는 작품과 치솟은 불길을 보며 국군주의 망령이 물러가길 바랐다.

야스쿠니 신사는 전범들이 모여있는 일본 최대 신사(神社)다. 신사는 일본 황실의 조상이나 신대(神代)의 신 또는 국가에 큰 공로가 있는 사람을 신으로 모신 사당을 말한다.

해마다 일본 왕을 천황이라 칭하고 그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부르짖는 전쟁 광신론자들이 찾는 곳이다. 일본 총리의 연이은 참배에 주변국 등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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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사 참사자들이 권철 작가의 사진작품을 들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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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철 작가와 마을주민들이 4일 오후 6시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공터에서 ‘야스쿠니-군국주의의 망령’ 전시회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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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권철 작가의 작품을 들고 길트기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작가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단순히 조상의 묘를 찾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전쟁을 추앙하고 그들의 정신을 이어 받아 군국주의의 망령을 되살리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권철 작가는 “일본은 0.5%의 국군주의자들이 1억3000만명을 움직이는 나라”라며 “이들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이면에 군국주의라는 망령의 발톱을 숨기고 미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숨겼던 발톱을 드러내고 전쟁을 할 수 있다. 한국을 식민지화 할수도 있다”며 “일본은 무서운 나라다.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싶어 이 같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야스쿠니 신사를 불에 태우는 심정으로 내 작품을 모두 태웠다”며 “전국을 순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 곳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다시 불에 태울 것”이라고 밝혔다.

권철 작가의 작품 전시는 제주시청의 '오락가락' 행정 처리로 전시장소 사용허가가 취소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작가는 지난 2005년부터 10년 동안 일본 야스쿠니 신사를 현장 취재하며 사진을 찍었다. 올해 8월에는 야스쿠니 사진들은 모아 ‘야스쿠니-군국주의의 망령’ 책(출판사 컬쳐북스)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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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에 태우기 위해 쌓아둔 권철 작가의 작품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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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철 작가가 4일 오후 6시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공터에서 ‘야스쿠니-군국주의의 망령’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선보인 자신의 사진작품 40여점을 스스로 불에 태우는 퍼포먼스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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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철 작가가 4일 오후 6시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공터에서 ‘야스쿠니-군국주의의 망령’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선보인 자신의 사진작품 40여점을 스스로 불에 태우는 퍼포먼스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당초 권 작가는 8월15일 제주시 목관아지에서 사진전을 열기로 했으나 제주시는 도내 한 언론사와 모 단체의 항의를 받아 돌연 전시회를 취소시키고 현장을 봉쇄했다.

작가는 물론 지역 문화계 인사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김병립 제주시장은 이틀뒤인 8월17일 “행정업무 진행과정에서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며 권 작가와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사진전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의 이면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당시 제주 전시회는 권 작가의 작품들의 최초 공개하는 자리로 기획됐었다.

권 작가는 1994년부터 20년간 일본에서 활동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도쿄 최대의 환락가 '가부키쵸'의 민낯을 드러내는 사진집을 출간해 ‘고단샤 출판문화상 사진상’을 수상했다.

2013년 포토에세이 <텟짱, 한센병에 감사한 시인, 사이류사>는 2014년 도쿄 북페어 지금 꼭 읽어야 할 책 30권에 뽑히기도 했다.

권 작가는 2014년 거처를 제주로 옮기고 인생 2막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 망령을 알리기 위해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는 전시회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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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철 작가가 4일 오후 6시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공터에서 ‘야스쿠니-군국주의의 망령’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선보인 자신의 사진작품 40여점을 스스로 불에 태우는 퍼포먼스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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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화 타오르는 권철 작가의 작품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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