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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우리 곁으로 온다. 매주 한편씩. 시보다 사람이 큰 시인 김수열. 제주 섬에서 나고 자란 그가 30여년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며 시를 담은 도시락(島詩樂)을 들고 매주 월요일 아침, 독자들과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살다가 시가 된 제주 시인과 그들의 시를 김수열 시인이 배달한다. 섬(島) 시인들이 토해 낸 시(詩)가 주는 소박한 즐거움(樂)이 쏠쏠할 테다. 시 낭송은 시를 쓴 시인이 직접 맡고, 김수열 시인은 시 속에 살아 숨 쉬는 소리를 끄집어내 우리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가까운, 우리의 생각과 너무나 닮은 시인의 목소리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가슴을 든든히 채워줄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산책’에 <제주의소리> 독자들도 함께 동행하길 기대한다. [편집자]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島詩樂) 산책](33) 어머니 숟가락 / 김성수

아,

입, 아
크게 더 크게 아, 옳지
한 번만 더 아, 옳지 옳지
아이구 내 새끼 착하지 냠냠, 그 아이 64살
그 숟가락 골싹하다

그 아이 고봉밥 지나 그 어머니 젖무덤

아,
입, 아, 아
크게 더 크게 아, 아, 예
한 숟갈만 더 아, 아, 아, 예 예 예
한라병원 62병동 633호실, 어머니 92살
그 숟가락 봉긋하다

5인 병실 그 누군가가
북두칠성 산마루에 이는 햇살이라 했다


김성수 : 『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석양에 한잔』, 『눈으로 먹는 밥』등이 있음.

소싯적 젊은 어미는 어린 아이에게 밥을 먹입니다.
한 술이라도 더 먹이려고, ‘한 번만 더 아, 옳지 옳지’ 밥을 먹입니다.
그 아이 어느 새 이순을 넘기고 구순을 넘은 어머니에게, 소싯적 그랬듯이 밥을 먹입니다.
한 술이라도 더 먹이려고, ‘한 숟갈만 더 아, 아, 아, 예 예 예’ 밥을 먹입니다.

시의 흐름과 시적 구조가 놀랍습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어른이 된 그 아이가 어머니에게 밥을 먹이는 1연과 3연은 마주 접으면 포개질 듯 가지런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숟가락이 ‘골싹’하다는 것과 ‘봉긋’하다는 것, 
그리고 아이는 집에서 밥을 먹었을 것이고, 어머니는 병실에서 밥을 먹고 있다는 겁니다.
그 어머니의 안부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 김수열

김수열: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디에 선들 어떠랴』, 『생각을 훔치다』, 『빙의』 등이 있음. 제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 시·시낭송 / 김성수 시인
* 도시락(島詩樂) 배달 / 김수열 시인
* 영상 제작 / <제주의소리> 박재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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