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학 기자단 '와랑'] '국정화 교과서' 논란을 보며/송채원 보물섬학교 9학년

 “애들은 벌써부터 이런 데에 관심 가질 필요 없어.”
 “걱정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어렸을 적부터 이런 말을 참 많이 듣고 자랐다. 그렇다고 어른들의 많은 관심이 뒤따르는 것 같지도 않은 데 말이다. 다양한 이유로 무관심한 어른들은 어린 학생이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누구 하나 제대로 얘기해주는 어른이 없으니 학생들도 알고자 하지 않고, 잘 모르니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여느 어른이 걱정하듯 정치 싸움, 권력 싸움에 물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법을 만들고 우리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항상 눈과 귀가 열려 있을 뿐이다.

지금 학생들이 공부만 열심히 하다가 잘못된 가치관이 자리잡아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길 원하는 것일까? 미래의 주역은 청소년들이라고 말하면서 우리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는다. 교과서가 바뀌는데 우리와 상관이 없을 수가 있나요?

지금 대다수의 친구들이 어떤 상황인지도 잘 모르고 있다. ‘국정화’가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그게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건지, 갑자기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된 건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 뉴스를 보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이 가득하다. 나는 와랑 기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서 이 글을 쓴다.

현재 교과서는 검인정 체제로, 교육부 장관의 검정(허가) 또는 인정(신고)을 받으면 학교에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다. 반면 국정 체제는 정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단일 교과서를 만들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정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를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 명명하였다. 그러나 단 한 가지의 교과서만을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까? 역사는 보는 사람의 관점마다 다르고 같은 사건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관점들을 모아 비교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역사라는 건 결국 기록되는 것이니까 그 기록을 누가 했느냐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올바른 역사라 함은 국정 교과서를 집필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올바르다'라는 걸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말이다. 객관적으로 기술되어야 할 교과서가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교과서로 수업이 이루어지고 교과서에서 시험 문제가 출제되는 이상, 학생들은 교과서를 믿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 자체가 어쩔 수 없이 그런 힘을 갖게 되는데 단일 교과서의 경우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부는 다양하고 공정한 집필진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12개 대학 260여명의 대학 교수가 집필 과정 불참을 선언했고 한국역사연구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등 사학계에서 대표성을 띄는 많은 학술 단체에서도 불참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발표를 신뢰하기 어렵고 잇따른 전문가들의 불참 선언으로 비전문가의 참여가 우려된다고 한다.

정부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역사 교과서를 만들려고 한 적이 있다. 2013년 교학사의 친일 미화 등 논란이 있는 역사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다. 그러나 학교의 채택율이 0%에 그치자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부에 역사교과서에 개발개선책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 이후에 교과서 발행 체제 전환 얘기가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 이상한 교과서를 아예 국정 교과서로 만들어서 어쩔 수 없이 100% 채택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에는 제주4·3을 왜곡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정말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단어가 어렵고 용어들이 복잡하더라도 학생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으면 좋겠다. 17일 토요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국정교과서 철회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친구들아, 잘 몰라도 와서 사람들과 어떤 문제인지 들어보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