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몽환을 출력하게 한 배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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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레코드> (73) Wunderschatze / Nova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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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valis - Sommerabend (1976)
처서도 지났는데 모기가 있다. 사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절기나 속담은 평균적 산출일 뿐이다. 그 점이 무서운 것이긴 하지만 그것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은 음력 10월이다. 아마도 북쪽 산간을 기준으로 한 모양이다. 게다가 가을의 절기는 월동준비의 중요성이 주효했으리라. 낮에는 햇살이 따스했던 가을 저녁, ‘강건너 비행소녀’의 ‘모두 안녕히’를 듣다가 떠올랐다. 독일의 프로그레시브 락 밴드 ‘노발리스(Novalis)’. 여름도 한참 지난 가을 저녁에 ‘Sommerabend’ 음반을 다시 꺼냈다. 함부르크에 가 본 적은 없지만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함부르크의 어느 농장형 호텔에 투숙해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밴드 이름 노발리스는 ‘푸른 꽃’으로 유명한 독일의 시인이다. 그는 교양소설가이기도 한데 면역력이 약했던 것 같다. 파르르 떨다 갔다. 국내에서 발매된 것은 ‘성음’으로 기억한다. ‘핫뮤직’에서 처음 봤다. 그림은 몽환적이면서도 선명하다. 선명한 몽환. 분명한 모노크롬으로 스며든다. 처음 내게 프린터가 생겼을 때 노발리스의 ‘Sommerabend’(1976)를 가장 먼저 컬러 프린트 했던 기억이 난다. 음악이 인쇄되어 나왔다. 가을을 인쇄하면 푸른 꽃이 인쇄되어 나올 것이다. 프린터는 몇 번이나 고장났다. 삼성보다 HP가 낫다고 HP 직원이 말하듯 세상은 주관적으로 흐른다. 'HP officejet pro 8600'은 종이걸림이 거의 없다. 밤엔 ‘밤의 찬가’가 출력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관이 모이고 모여서 객관이 되잖아. ‘신현희와 김루트’의 ‘캡숑’을 비롯하여 후보곡도 여럿 있었으나 오늘 나의 주관은 노발리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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