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유니온 제주 초청 강연…집값 걱정 청년들? “함께하면 규칙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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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제주 초청 강연에 나선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 제주의소리

전국에서 가장 부동산 열풍이 뜨거운 지역이 되어버린 제주. 400만원 짜리 연세의 원룸과 4억원 짜리 주택 사이에 끼어버린 청년 세대들. 이 상황에서 이들이 자발적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던져졌다. 행정당국은 이들이 뜻을 펼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나왔다.

18일 제주청년협동조합이 카페 파인땡큐에서 개최한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초청 강연에서 나온 화두들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비영리 민간단체로 청년 주거권 보장을 위해 제도개선과 사회주택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청년들에게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주거공급협동조합이다.

이들의 활동 배경이 된 것은 서울 청년들의 열악한 주거 현실. 주거비가 자기 소득의 30%가 넘는 청년이 10명 중 6명, 청년 주거빈곤율은 36.3%. 그나마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도 가구원이 많거나 거주기간이 긴 장년층에게 집중돼 청년들이 소외받는 게 현실이다.

임 위원장은 “청년주거문제는 기존 정책으로 풀 수 없는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며 “민달팽이 유니온은 단순히 ‘청년들이 어려우니 집을 주세요’가 아니라 ‘왜 우리만 배제하느냐’는 차별을 받지 않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기성세대의 편견을 지적했다.

“한 공무원은 ‘자기가 고시원에 살았을 때가 제일 낭만스러웠다’며 우리를 이해 못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세대에게 고시원이 스쳐가는 젊음의 징표였다면, 현재 청년 세대는 앞으로도 열악한 주거환경을 전전할 수밖에 없는 저성장시대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이들은 이와 같은 장벽을 넘기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당장 사회주택 ‘달팽이집’을 실천에 옮겼다. 좋은 임대사업자를 찾기 힘든 현실에서, 각각 주머니 속에 나눠져 있던 돈들을 협동조합이라는 조금은 큰 주머니에 모으자 3개월 사이 8400만원으로 불었다. 장기임대를 통해 여러 채의 주택을 확보하고, 이를 조합원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다.

2인 1실이 보증금 60만원에 월세 23만원. 시세의 50% 수준에서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혼자 사는 고시원 3개보다, 3명이 같이 사는 방 3칸 짜리 집이 저렴하다’, ‘어려운 서로의 현실을 증언하니, 함께 뭉칠 수 있었다’, ‘불안을 토로하니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적 잘못이라는 뜻을 모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재발견한 소소한 진리들이다.

또 구조 자체를 바꾸기 위해 청년들의 현실을 공론화하는 오픈테이블,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 표준 원룸 관리비 기준표 개발, 주거상담플랫폼 제공 등 자발적인 노력들을 이어갔다. 표준임대차계약서를 쓰는 법을 몰랐던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이 과정에서 눈 여겨볼 것은 행정당국의 역할. 이들이 추가로 주택을 공급할 때 6억5000만원이 소요됐는데 서울시에서 출연한 사회투자기금의 융자지원을 통해 5억원을 확보했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펼치는 제주도개발공사와 같은 지역 공기업에게 귀감이 될 만한 부분이다.

또 서울시의 ‘청년정책위원회’를 통해 각종 대안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실행을 이어가는 과정도 거쳤다. 임 위원장은 이를 ‘거버넌스’라고 했다. 서울시와 협력적 구조를 통해 제도를 입안하는 과정인 셈이다. 원 도정이 내세운 ‘협치’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 같은 판이 깔리니 450명의 회원과 160명의 조합원을 갖춘 단체로 성장했다. 현재 이들의 임대주택 ‘달팽이집’에 거주하는 이들은 17명. 앞으로 해야할 일도, 고민도 많지만 연대를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변화의 시작은 자발적으로 함께하는 데 있었다. 임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제주의 청년들에게 ‘뭉쳐야 산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함께하면 규칙이 바뀔 수 있다. 1인 가구로서 혼자 청약 받고 분양받기 위해 전전긍긍하는게 아니라 함께 하면 시장의 규칙을, 살아가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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