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법 만드는 데는 법조인이 최적? 5명 출사표…보수정당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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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든 법조인들. 왼쪽부터 강경필, 부상일, 이연봉, 허용진, 현덕규 변호사(가나다 순). ⓒ제주의소리
난다 긴다 하는 사람들은 왜 ‘금배지’에 대한 욕망을 불태우는 걸까.

재선·3선을 노리거나 종전의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는 정치인들도 많지만, 한 전문 분야에서 그런대로 잘나가던 사람들도 낯선 선거판에 뛰어들곤 한다.

대표적인 직업군이 판·검사 출신을 포함한 변호사들이다. 법조인들 중에서 유독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뭘까.

<제주의소리>가 내년 4월13일 치러지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예상자들의 직업군을 파악한 결과, 현역을 포함한 출마 예상자 20여명 중 법조인은 5명이다.

제주시乙 선거구의 부상일(44), 이연봉(59), 현덕규(51), 서귀포시 선거구 출마를 선언한 강경필(52), 허용진(56) 변호사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 중 3명은 검사 출신이고, 나머지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곧바로 변호사로 활동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전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공천을 노리고 있다.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수’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법조인 출신 총선주자들이 눈에 띄게 많은 것은 사법고시를 통과했다는 경력만으로도 국회의원 자질을 갖춘 것으로 인식돼 온 사회통념과 무관치 않다. 물론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활동하려면 법을 잘 아는 전문가가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많다.

출마 선언을 하면서 법조인 경력을 맨 앞에 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A예비후보는 “아직도 주변에는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선거가 끝나더라도 당선과 상관없이 지역민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계속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법조인들이 국회의원 선거에 쉽게 나설 수 있는 데는 언제든 돌아갈 ‘직장’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변호사야말로 흔히 말하는 ‘고소득 전문직’의 대명사나 다름없다. 시쳇말로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생계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월급쟁이들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면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둬야 하고, 선거비용으로 자칫했다간 ‘쪽박’을 찰 수도 있다. 사실상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제주지역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던 법조인들의 승률은 얼마나 될까.

제주에서도 과거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있었다. 판사 출신 변정일, 검사 출신 현경대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17대 총선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는 6명(강문원, 고창후, 부상일, 이연봉, 허상수, 현경대)이 ‘금배지’를 노렸지만 누구도 여의도에 입성하지 못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현역 의원들이 3선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17대 총선 이후부터는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절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낙선해도 고소득이 보장되는 ‘평생직업’이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민심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이를 국회에 전달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서 줄곧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법조인 출신이 적합한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가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민심에 귀 기울이는 마음자세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뼈 있는 충고를 던졌다.

원로 변호사 B씨는 “변호사들이 선거에 많이 나가다보니까 서로가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선거가 끝난 이후 갈등이 잘 봉합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17대 이후 명맥이 끊긴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이 재탄생할 수 있을지 4.13총선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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