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교과서 국정화로 나라가 들끓고있다. 각종 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확인됐는데도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국정화!"를 외치고 있다. 범위를 좁혀, 제주에서는 4.3 왜곡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화 추진의 배경과 몰고올 폐해 등을 릴레이 칼럼을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사 국정화 ②] 사회불안 키우는 정부, 이후엔 국어사전까지 정정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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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열린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제주시민 선언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국정화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제주의소리DB

필자는 1970, 80년대 학교를 다닌 검정교과서 세대이다. 책 자체가 귀했던 당시로서는 검정교과서가 헤어질까봐, 포장지로 교과서를 감싸 보호하기까지 하며 살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우리는 교과서를 ‘지식의 보고’라고 생각했으며, 같은 책으로 공부하니, 생각도 비슷한 것에 별 의구심을 갖지 않았던 획일적인 학습 세대이다. 특히  철학이나 역사에 대한 인식은 거의 존재하지 않은 채, 동일하게 암기된 삼국사, 고려사, 조선사의 내용이 국사란 이름으로 포장만 요란한 과거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 세대들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노동의 중심에 있거나 일부는 정책결정자의 위치에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세대가 1980년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주인공들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일제히 5.16쿠데타를 군사혁명으로 배웠고, 4.3사건을 폭동으로 배운 우리 세대가 군사독재정권을 철폐하고, 4.3특별법 제정운동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획일적 사고를 획책하는 교과서도, 있는 사실을 아니라고 못하는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와 민주주의 흐름을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현 정부가 시행하려는 한국사 국정 교과서 파문은 당장 멈추어야 할 우이다.

이번 국정 교과서 논란은 지난 교학사 역사 왜곡 때보다 더 많은 국민들을 시험하고 분열시키고 있다. 이미 글로벌화된 국민들의 생각과 가치를 편향적으로 몰고 가겠다는 발상 자체가 다분히 인권침해적이며 국제적인 약속인 세계인권선언의 약속-보편적 인권 존중과 증진을 달성하도록 하는 서약 -에도 위배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가 망신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미 정부는 영리추구를 위한 민영화에 각종 규제도 거의 풀었다. 심지어 공공의 안전을 도외시하고 관리감독하는 규제도 완화한 상태이다. 국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담보할 규제는 풀면서 국민의 역사관은 강하게 규제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시각이 너무 자의적이고 모순되는 행보가 아닌가.

이미 역사교과서에 대한 논란은 국민의 분란과 우려로써 현재 전국이 국정화 반대로 요동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내용이 객관성에 문제가 되길래 정부 스스로가 분열과 사회불안을 주도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지금의 민생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가. 애국이 무엇이고, 역사가 무엇이란 말인가.

국정화 다음 앞으로의 정부의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사전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국어사전, 표준어사전 등에서 쿠데타, 혁명 등 논란거리가 되는 사전식 설명과 그 예까지 국제적으로 정정하는 정책을 이후 또 펼쳐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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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리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
이렇듯 개념 없이 시작한 국정 논란은 앞으로도 연결된 모든 현상과 본질을 은폐하여야 하는 분열적 상황을 가져오는 위험한 일이 된다. 오로지 한사람을 미화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잃고 희생하는 정신분열적 폭력을 이제 제발 내려 놓았으면 한다. 

이미 세계는 국가의 이름으로 정하는 국정, 표준을 시대적 착오이자, 될 수가 없는 불가능의 범주임을 정부는 제발 깨닫고 물러서기를 바란다. 너무 피곤한 정부이다. / 홍리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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