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교과서 국정화로 나라가 들끓고있다. 각종 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확인됐는데도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국정화!"를 외치고 있다. 범위를 좁혀, 제주에서는 4.3 왜곡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정화 추진의 배경과 몰고올 폐해 등을 릴레이 칼럼을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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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10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에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교사 행동 집회'에 참석해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박정희 독재자 출생 100주년인 2017년을 맞아 군사쿠데타와 유신독재를 정당화하는 교과서를 임기 내에 만들고야 말겠다는 대통령의 빗나간 효심이 근대사를 흔들려 한다"며 "친일 반역자를 친일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군사독재를 독재라고 가르치지 못한다면 역사교육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규탄했다.ⓒ오마이뉴스 유성호.

[한국사 국정화 ④] '종편, 국정교과서 두 날개로 정권 재창출' 기우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총지휘 하에 정부와 여당 등 현 집권세력은 연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제를 위한 여론전을 전개하고 있다. 교과서의 국정제는 행정고시에 의해 가능하다고 한다. 즉 입법부와 무관하게 정부 의지대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전국의 역사 관련 대학 교수들과 야당, 시민단체 등이 국정제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그것을 정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결국 현 집권세력의 목표대로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제는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추진될 것이다. 그 결과물인 국정제 교과서는 2017년 2월쯤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전국의 모든 학생은 그 하나의 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우게 될 것이다.

다수의 국민이 반대하고 명분이나 정당성도 없는 국정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는 설명이 있다. 그런 측면이 존재한다. 2009년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이 올라 있다. 그리고 학교의 한국사 수업에서는 5.16을 ‘구국의 혁명’이 아니라 부정적인 느낌이 강한 ‘군사 정변’으로 가르친다. 이에 의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조국 근대화의 지도자’가 아니라 ‘친일파’이면서 ‘비합적’으로 권력을 장악한 인물이 된다. 대개 자라나는 세대는 박정희를 이렇게 배울 것이다. 장녀로서 아버지에 대한 이러한 역사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만하다. 그래서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려고 결심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즉 미래세대가 ‘올바른 박정희관’을 갖게 하는 것을 ‘당연한 과제’라고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이런 측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역사만을 바로잡기 위해 여론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국정제를 추진한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더 큰 포석이 있다고 봐야 한다. 국정제 도입은 집권세력의 ‘장기 집권’을 위한 준비가 아닐까.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집권세력의 장기 집권을 위해 큰 업적을 남긴 바 있다. 종편 허가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다수의 공공장소에서는 종편이 온 종일 방영된다. 집안에 계신 어르신들도 대개 종편을 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종편의 정치적 성향이 어떤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같은 내용을 매일 반복해서 듣다보면 대개의 사람은 부지불식간에 거기에 동화되게 마련이다. 종편 허가 이후 사회의 보수화가 더욱 진전되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여당이 매번 선거 때마다 대형 악재가 있음에도 승승장구하는 것이 과연 야당의 무능함 때문일까. 야당의 무능, 무력에 더해 종편 이후 사회의 보수화가 그러한 선거 결과를 낳는 데 기여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 낮에 종편을 시청할 수 있는 분들은 대개 어르신들이다. 자라나는 세대는 그 시간에 학교에 있다. 종편을 통한 보수적인 의식을 주입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특히 학생은 졸업 후 투표권을 가진 젊은 유권자가 되는데, 그들은 여당을 잘 지지하지도 않는다. 혹자는 젊은이들의 이런 반여당 성향이 ‘대한민국 정체성과 역사를 바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젊은이들도 ‘대한민국 정체성과 역사를 바로’ 알도록 ‘역사교육을 정상화’시켜 그들의 정치적 성향을 달라지게 만드는 것을 ‘당연한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역사교육은 현 집권세력에게 불리한 내용이 많다. 예컨대 친일파 대신 독립 운동가를 일제강점기 주인공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현 집권세력 구성원 가운데 독립운동가 후손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반면 친일파 후손으로 지목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인물은 있다. 그리고 1950-80년대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의 시련기’로 서술되어 있다. 1960-70년대 ‘구국의 혁명,’ ‘조국 근대화,’ ‘산업화’ 등은 ‘민주주의 시련’이란 프레임에 의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대체로 현행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서술은 현 집권세력에게 유리하지 않다. 이는 한국사 연구자들이 연구 성과가 그렇기 때문이며, 그러한 통설을 교과서에 실은 것이다. 즉 역사 연구자들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대개 이렇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역사 서술에 대해 현 집권세력이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에서 자신들은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권세력의 정통성을 약화시키는 한국사 연구자는 90%가 좌파로 보이는 것이다. 자신들을 대한민국의 정통성에서 배제시켰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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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상대학교 김준형 교수를 포함한 교수 67명은 11일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단호히 반대한다"는 제목으로 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박정희정권 때 만들었던 국정교과서 표지와 '통일주체국민회의'에 대해 설명해 놓은 단락. ⓒ오마이뉴스 윤성효.

현 집권세력이 역사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은 박정희 전 대통령 정도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가운데는 내세울 인물이 거의 없는 듯하다. 그렇다고 이승만 전 대통령을 내세우기에도 뭔가 부족하다. 그러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째든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화를 갖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뿐 아니라 현 집권세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끊임없이 호출하고 그에게 매달리는 이유이다.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집권세력에게는 박정희만한 상징 인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한국사 교과서에서 박정희는 긍정적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집권세력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는 관심이 없다. 본인들과 관련이 없으므로. 민주주의와 관련해서도 내세울 것이 없으니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건 오직 ‘한강의 기적’뿐이다. 그래서 국정 교과서에서는 ‘한강의 기적’이 절대적으로 부각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근현대사를 박정희 전 대통령 중심으로, 달리 말하면 집권세력 중심의 역사로 서술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대한민국 정체성과 역사’로 승격시켜 자라나는 세대에게 가르칠 것이다. 혹 차기 대선에서도 집권세력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면 국정 교과서가 그대로 사용될 것이고, 차기 정권부터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집권세력과 그들의 역사를 ‘대한민국 정체성과 역사’로

▲양정필 제주대 사학과 교수.
배운 젊은층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지고 그것이 집권세력에 대한 호삼과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그렇다면 현 집권세력의 아킬레스건인 젊은층 공략이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종편과 국정 교과서라는 두 날개로 어르신들과 젊은층을 공략할 수 있다면 정권 재창출은 훨씬 쉬워지고 장기 집권도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를 추진하는 현 집권세력의 의지에서 정권 재창출, 더 나아가서 장기 집권이라는 그림자를 보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 양정필 제주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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