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74) Asian Sky / Steve V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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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Ultra Zone / Steve Vai (1999)
벽탁구를 아는가. 어렸을 때 외삼촌의 지도로 탁구를 배웠다. 외삼촌은 초등학교 탁구 코치였다. 혼자 탁구 연습을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벽탁구이다. 벽에 대고 탁구를 치는 것. 친구도 없었고 필드에 나가지 못했던 나는 벽탁구의 일인자가 되어갔다. 만약에 전국소년체전 종목에 벽탁구가 있었다면 동메달은 딸 수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나 스웨덴 영화를 보다보면 탁구 치는 장면이 가끔 나온다. 탁구를 치며 남녀가 대화는 나누는 미장센은 북유럽 영화의 정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도서관에서 스포츠 관련 서적 서가에서 탁구 교본이 있어서 펼쳐보니 탁구에 대한 내용을 삶에 대입시키니 그대로 적중했다. 탁구는 예측 가능의 스포츠다. 아무리 삐걱거려도 집으로 가는 길이다. 역회전 서비스는 날카롭게 해야 하는데 돌아서면 머츰해져 헛스윙을 하기도 한다. 롱 서비스는 바운드 후에 뻗는다. 기다리고 그리워하면 된다. 회전을 건 백핸드 롱은 균형이 중요해서 흔들리지 않고 가야할 때는 자정 무렵이다. 높은 공을 스매시할 때는 충분한 자세를 만든 후에야 때려야 하는데 서둘러 휘둘렀다가 얼굴 붉어지곤 한다. 빠른 공을 스매시할 때는 겁내지 않아야 한다. 위험의 스텝을 밟아야 한다. 높은 타구점의 백핸드 롱은 타이밍을 빨리 맞춘다. 타이밍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영영 이별이다. 탁구공이 튀어오를 때 자세를 취하는 것은 이미 늦었다는 선명이다. 탁구는 예측 불가능의 스포츠다. 바닷가에서 탁구대를 놓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탁구를 치고 싶다. 하얀 허벅지가 탄력있게 빛나는, 핫팬츠 그녀와 함께. 이것은 유토피아이다.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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