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열 시인의 도시락(島詩樂) 산책](36) 국화를 따다 / 양민숙
너 아니?
이 향긋한 향을 피우기 위해
수많은 목이 비틀렸다는 걸
입안에서 오래 감도는
이 쌉싸름하면서도 감미로운 맛을 지키기 위해
살이 익는 고통을 지켜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해도
늦가을 바람이 물어다주는 고향의 소식을
채반 속에 누워서 들어야 하는 기구한
팔자라는 것까지는 몰랐을 거야
그래 그랬어
외면하고 싶겠지만
여태 외면해 왔겠지만
많은 수고로움을 제쳐놓고서라도
가을을 향기로 저며 놓고 통째로
이 작은 찻잔 속에 가둬버리려는
그 야무진 양육본능에 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
언젠가 가을은
국화 향만 여전히 남겨 놓고
목이 비틀렸던 자리에 흉터만 선명히 남겨놓고
비명소리 신음으로만 남겨놓고
그렇게 투명한 네 눈을 여과시키며
통과할 것이라는 것을
양민숙 : 『시사문단』으로 등단. 시집으로 『지문을 지우다』, 『간혹 가슴을 연다』가 있음.
국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국화차를 마시지 말아야할 것 같습니다. 국화꽃 진 자리로 가만히 다가섭니다. 김수열: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디에 선들 어떠랴』, 『생각을 훔치다』, 『빙의』 등이 있음. 제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
* 시·시낭송 / 양민숙 시인
* 도시락(島詩樂) 배달 / 김수열 시인
* 영상 제작 / <제주의소리> 박재홍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