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 오승주 독서 지도사 "책도 놀이처럼 접해야 습관 형성"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화생활의 하나로 책을 읽는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책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통로다. 직접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들을 책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어린 아이들도 책을 문화생활로 여길까. 오승주 독서 지도가는 어린이들에게 책은 놀이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과 [제주의소리]가 주최하는 ‘2015 부모아카데미 - 나침반교실’이 5일 오전 10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씨는 ‘아이들 책은 읽는게 아니라 노는 거에요’를 주제로 열변을 토했다.

서귀포시 성산에서 태어난 오씨는 제주대학교에서 국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뒤 서울로 갔다.

이후 2003년부터 강남 대치동에서 소위 상위 1%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강의와 입시컨설팅을 했다. 당시 그는 중앙 일간지에 관련 칼럼을 쓸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강남에서 '잘 나가던' 그는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스스로 앞으로 가족에 충실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고, 지금은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올바른 독서 습관 등에 대해 컨설팅을 하고 있다.

오 씨는 아이들이 책을 놀이처럼 접할 때 스스로 책을 읽는 습관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와 상의도 없이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을 사줘도 읽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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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주 독서 지도사.
◆ 칭찬은 '양날의 검'

오씨는 대뜸 6살 딸아이와 함께 부모아카데미에 참가한 여성에게 다가가 자녀 칭찬을 해보라고 했다.

“제 딸은 6살 김나연입니다. 우리 아이는 평소 책을 가까이 합니다. 그리고 습득력도 빠릅니다. 한글과 숫자를 2개월만에 깨우쳤습니다. 우리 아이는 정말 똑똑해요”

그러자 오씨는 나연양에게 “엄마가 어디가 좋아?”라고 물었다.

“생각이 안나요”

이어 “습득력이 무슨 말인지 알아?”라고 물었다. 나연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부분의 부모에게 자녀 칭찬을 해보라고 하면 이렇게 됩니다. 어린 아이들은 습득력이란 단어를 잘 모릅니다. 아이가 공감을 하지 못하는 단어로 칭찬하면 아이가 좋아할까요? 그나마 똑똑하다는 표현을 써서 다행입니다. 아이가 잘 모를 수도 있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단어 사용 뒤 좀 더 쉬운 말로 아이에게 설명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어휘력도 키워줄 수 있죠”

오씨는 칭찬을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막무가내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칭찬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린 여자아이가 “나 예뻐”라고 물었을 때, 대부분의 어른들은 “응” “그래, 예뻐”라고 대답한다.

오씨는 이런 종류의 칭찬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자녀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어린 아이를 칭찬할 때는 자세한 관찰이 들어가야 합니다. 자신이 예쁜지 물어보는 아이에게 ‘그럼, 어떤 머리띠를 하고, 예쁜 옷을 입고, 단정하게 앉아 있어서 예뻐’ 등 관찰된 내용이 칭찬에 포함돼야 합니다. 이런 종류의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행복해 합니다” 

강연장이 숙연해졌다. 참가자들 몇몇은 고개를 숙였다. 무표정으로 무관심한듯 대답해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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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아카데미 참가자들이 오승주 지도사의 강연을 경청하며, 중요한 내용을 받아적고 있다.
◆ 문학 작품이 상상의 날개를 펴준다

오씨는 유럽 상류층 자녀들은 중학교 3학년 나이까지 문학 수업을 집중적으로 받는다고 소개했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등 비 문학은 그 이후 자연스럽게 접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문학 수업을 받은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돼서도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성인이 될수록 이성적으로 변한다. 그 시기는 2차 성징기와 비슷한데, 고등학생 정도 나이다.

오씨는 이성적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은 문학 작품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상상의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공감하지 못한다고.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 많은 문학작품을 접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 씨는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기 위해서는 책 읽는 맛(재미)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책은 일반 성인과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성인들이 책을 의미가 있고, 성공을 위한 도구로 여견다면 아이들은 책을 재미로 읽는다. 그리고 부모들이 계속 읽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귀찮고 짜증나는 존재로 다가가기도 한다.

“많은 아이들에게 물어봤어요. 집에 책이 많냐고. 대부분 책이 많다고 말하죠. 다 읽어 본 책이냐고 물으면 거의 다 ‘아니’라고 대답해요. 마치 신념처럼 말합니다. 여러 분의 생각보다 아이들은 책을 별로 접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을 알아야 해요”

그렇게 책의 맛을 본 아이들은 책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돼 스스로 책을 찾게 된다는 것이 오 지도사의 설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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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주 독서 지도사.
◆ 몸은 기억한다. 책도 몸으로 읽자

몸으로 책을 읽는다?

오씨는 강조했다. 눈도 아니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는 것도 아니었다. 몸으로 읽어야 아이들이 책에 재미를 갖는다.

몸으로 책을 읽는 방법은 간단했다.

미취학 아동
5~10세는 책에 나오는 모습과 행동을 직접 구현하고, 아이들이 따라하도록 유도하면 된다.

책에서 악어가 입을 크게 벌리고 가방을 훔쳐가는 내용이 나왔다.

두 손을 크게 벌려 아이를 안아주듯 잡아먹는 시늉을 해주면 된다. 아니면 손으로 악어 입처럼 묘사해 아이의 옆구리를 꼬집어도 된다.

초등학생
책 내용을 중심으로 행동을 따라하면 된다.

‘온 세상에 친구가 가득’이란 책이 있다. 책의 내용은 간단하다. ‘내 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라는 얘기다. 사람뿐만 아니라 지나가던 개미, 하늘, 노래까지도. 친구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이 친구라는 내용이다.

책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직접 ‘친구 지도’를 만들도록 해보자.

큰 종이와 펜을 준비하고, 마인드맵처럼 퍼져나간다. 책처럼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아이가 새들의 소리가 좋다하면 새도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상상력이 풍부해진다는 것.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책을 통해 아이들 마음속의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아이가 읽어보지 않은 책을 준비한다. 책 제목과 표지, 중간에 그림 1개 정도만 보여준다. 그리고 책 내용을 상상해보도록 한다.

아이들은 상상하지만, 자연스럽게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씩 꺼낸다는 애기다.

또 괴물 책을 보여주자. 그리곤 자신만의 괴물을 그려보게 하자. 괴물의 전투력과 방어력 등도 표시하도록 하자. 또 괴물이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하는지, 어디서 사는지도.

아이들은 상상의 날개를 펼쳐 괴물을 그린다. 그 괴물은 아이의 성향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특히, 감정 표현이나 정서 부분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부모아카데미는 부모의 역할이 자녀의 성공을 위해 사교육을 시키고, 소위 일류 대학에 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취지로 기획됐다.

모든 강연은 무료이며, [제주의소리]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된다. 시간이 맞지 않은 부모들은 '다시보기'도 가능하다.

다음 강연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강연자는 노미애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 상담연구원으로, 주제는 ‘청소년 발달의 이해와 상담’이다.

※ 나침반교실 '아이들 책은 읽는게 아니라 노는 거에요' 2부는 소리TV를 통해 시청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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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이 끝나고 이완국 전 교사의 사회로 오승주(왼쪽) 독서 지도사가 참가자들과 일문일답 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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