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대 조성윤 교수의 <남양군도> 표지. ⓒ제주의소리
제주대 조성윤 교수 <남양군도>...“강대국 지배 이어진 미크로네시아 연구의 시작”

 
남양군도(南洋群島) 혹은 미크로네시아라는 지명이 익숙한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괌(Guam)은 많은 사람들이 친숙하게 알고 있다. 뜨거운 햇빛 아래 평화로운 휴양지로 대부분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70여년 전, 괌을 포함한 태평양 일대 섬들은 일본제국의 지배 아래 놓인 전쟁터였다. 그리고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스페인 제국이 원주민들을 학살하던 아픈 역사도 가지고 있다.

조성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최근 저서 <남양군도-일본제국의 태평양 섬 지배와 좌절>(동문통책방, 214쪽, 1만6000원)을 발간했다.

그동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남양군도를 바라보며, 조 교수는 남양군도의 무수한 섬들처럼 제주도 역시 일본의 전쟁기지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궁극적으로 제주가 지향해야 할 대상은 뭍이 아닌 바다라는 ‘섬 DNA’를 강조한다.

남양군도는 ‘남쪽 바다들의 섬들’이라는 뜻으로, 지금은 쓰이지 않는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14년부터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섬들을 일본이 사실상 지배하면서 미크로네시아 일대를 지칭한 용어가 남양군도다. 마리아나 제도, 캐롤라인 제도, 마셜제도 등이 옛 남양군도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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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색 영역이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지역. (사진출처=위키백과) ⓒ제주의소리
조 교수는 책에서 자신이 직접 미크로네시아를 방문하고 각종 국내외 문헌을 찾아본 과정과 남양군도의 지리적·역사적 배경을 설명한다.

16세기 스페인은 가톨릭 포교를 위해 미크로네시아를 찾는다.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학살이 벌어졌고, 전염병까지 덮쳐 섬마다 인구가 10%까지 줄어든다.

미크로네시아의 안타까운 역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페인 다음은 독일이었고,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일본군이 상륙했다.

1945년 8월 6일 핵폭탄 리틀 보이가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지면서 태평양전쟁은 끝이 났지만, 미크로네시아는 미국의 신탁통치라는 운명에 놓인다.

시간이 지나 일부 지역은 미국으로부터 독립했지만 마리아나 제도 등은 미 자치령에 속해있을 뿐만 아니라 독립국가들도 사실상 지금도 경제·군사적인 부분에서 미국에 종속돼 있다. 

책은 제목처럼 한 때 남양군도라고 불리며 일본제국이 태평양 섬들을 지배했던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저자 스스로 밝혔듯이, 비록 선행된 연구 성과들을 재구성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지만, 태평양전쟁의 배경을 동아시아 중심이 아닌 태평양 중심에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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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윤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일본 제국이 제주가 아닌 태평양 섬들을 어떻게 군사기지화 했는지 비교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양군도>는 일종의 입문서에 가깝다.

저자도 미크로네시아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상황에서 “<남양군도>는 내가 풀어낼 미크로네시아 이야기의 10%밖에 담지 않았다”면서 “이 책이 제주가 가진 섬이라는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남겼다.

저자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나, 1985년 제주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제주 사람이 되었다. 교수사회에서도 '늘 연구하는 교수'로 통한다.

저서로 <제주지역 민간신앙의 구조와 변용>(공저), <일제말기 제주도 일본군 연구>(엮음), <빼앗긴 시대 빼앗긴 시절 : 제주도 민중들의 이야기>(공저), <숙명 전환의 선물>(공저), <창가학회와 재일한국인> 등이 있다.

저서에서 보듯, 여러 분야를 넘나들지만, 그 중심에는 늘 민중, 피해자가 있다. 한때 제주지역 시민단체를 이끌기도 했다. 현재 남양군도 외에 '오키나와 전쟁의 기억', '일본 신종교의 평화운동' 등의 연구를 진행중이다.  

동료 교수인 허남춘 제주대학교 박물관장은 추천사에서 “전쟁의 피해자라는 시각에서 볼 때 제주와 미크로네시아는 같은 입장이다. 피해자의 시간은 역사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는다. 더욱이 섬이라는 지정학적인 공통점에서 볼 때 두 지역은 전적지라는 비슷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제주를 대륙의 떨어진 부분으로 이해하지 말고 바다로 가는 교두보로 바라봐야 하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앞으로 조 교수가 진행할 미크로네시아 및 섬 연구는 제주에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연구 성과를 통해 제주와 많은 섬들이 연대하는 순간을 상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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