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처음'이라는 것은 두렵게 마련이다. 제로 수준에 머물러 있던 미국의 기준금리가 7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리 '첫' 인상에 대한 두려움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월요일(9일) 세계은행도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3%로 낮추어 발표했다. 중국 경제의 속도 둔화에 더하여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미칠 영향을 감안한 것이다.

그 동안 미 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은 분주하게 머리를 돌려왔다. 금리인상 시기를 너무 조급하게 잡았다는 오명을 남기기가 겁이 난 듯, 처음에는 실업률을 이유로 삼았다가 실업률이 개선되자 임금 상승률을 핑계로 삼았고 임금상승률이 호전되자 물가상승률이 타깃을 못 미치고 있음을 다른 이유로 들었다.

미국 정부의 물가상승률 측정 방법은 대체로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치를 보이도록 여러 차례 변화를 거듭했다. 우선 집값을 반영하는 방법에 있어 이전에는 일정한 가중치만큼 집값을 지수에 반영해오다가 1983년부터는 집값 대신 집 임차료를 물가지수 구성항목에 편입했다. 집값의 주택경기에 따른 변동이 너무 크다는 이유였다.

1996년에는 연금 등 사회보장에 적용해 왔던 소비자물가지수(CPI)에 허점이 있어 국고가 과다 지출되고 있다는 보스킨 위원회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CPI 방식은 정해진 지출항목들의 가격변동을 추적하는데 소비자들은, 불경기에는 가격이 저렴한 대체재를 구매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감당하는 물가상승의 폭은 적어진다는 내용이다.

이 관점을 반영하여 새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소위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CEPI)다. 매년 품목별로 실제 소비된 내역을 파악하여 그 품목에 대한 전년 대비 가격상승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왜곡 가능성 있는 소비자물가지수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참고하는 물가상승률은 CPI가 아니고 PCEPI인데 위키피디어 사전에 따르면 이 방법으로 축정한 물가지수는 종래의 CPI 방식보다 약 1/3만큼 낮다고 한다.

여기에 또 '근원(core)' 물가, 즉 식품이나 에너지 가격은 기후 또는 국제유가의 변화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므로 소비자물가 항목에서 제외시키는 물가지수도 있다. 원유가격 급등 시에는 근원물가지수를 사용하여 물가가 안정되어있음을 확인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된다.

연준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최근 물가상승률은 연 0.2%다. 한편 근원 물가상승률은 1.8%로서 타깃으로 삼았던 2%에 접근하고 있지만 웬일인지 이번에는 근원 물가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물가를 이야기할 때 자산가격의 급등은 외면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의 오르지 않음만을 부각시키는 것도 금리인상 시기를 늦추는데 한 몫을 해왔다.

소득은 소비되거나 저축된다. 저축을 현찰로만 하지 않는 이상 저축하려면 무엇을 사야 한다. 소비 물가가 있듯이 저축 물가도 있다. 즉 장래를 위해 매입하는 주식이나 땅, 금과 같은 자산의 가격이 그것이다. 집의 경우는 임차료 형태로나마 일부 소비자물가를 구성하지만 그 외의 자산들은 소비자물가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폭등하면 혁명이 일어나지만, 너무 많이 올랐던 자산가격이 폭락하면 금융공황이 발생한다. 1930년의 세계 대공황이 그랬고(주식의 폭락), 2008년의 서브프라임 사태도 그랬다(집값의 폭락).

여러나라들의 정책당국들이 온갖 이유를 들며 금리인상을 늦추려 했던 이유는 금리인상이 자산가격의 거품을 깨뜨릴까를 염려해서일까? 정치의 속성은, 문제를 뒤로 미룰수록 문제가 더 커질 것임을 알면서도 문제의 해결을 후일로 미룬다.

위험은 소비자물가가 아니라 자산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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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그러나 결국 재닛 옐런 의장은 다음달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인가? 미룰 만큼 미뤘다. 제로금리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려왔던 월 스트리트에게 지난 7년은 실물경제에 근거를 두지 못한 호황의 연속이었다. 첫 인상 이후에 후속 인상이 언제 얼마나 뒤따를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점이 확실해지면 모두들 남 보다 먼저 하산하려 할 것이다. 스탬피드(stampede phenomenon)가 일어날 조건이 성숙되고 있다.

골드만 삭스 그룹은 10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금융시장의 호황이 앞으로 3년간 더 지속될 확률이 60%라고 말했다. 이를 뒤집으면 앞으로 3년 내에 금융자산 버블이 터질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는 말이 된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 이 글은 <내일신문> 11월 11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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