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아카데미] 노미애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 상담연구원 "이해와 공감의 부모" 강조 

‘중2병’. 우리나라 학부모라면 누구나 다 고개를 끄덕이는 '병(?)'이다. 중학교 2학년 나이 또래 청소년들이 겪는 혼란이나 불안 심리로 인한 반항과 일탈 행위를 뜻한다. 사춘기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유독 사춘기 아이들은 ‘엄마 싫어’ ‘내 방에서 나가’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정말 부모가 싫은 것일까.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이게 맞는 것일까’라고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노미애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 상담연구원은 ‘정상’이라고 못박는다.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과 [제주의소리]가 주최하는 ‘2015 부모아카데미 - 나침반교실’이 12일 오전 10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강연자 노미애 연구원의 주제는 ‘청소년 발달의 이해와 상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사춘기 청소년들의 심리 상태와 발달 정도를 알아야 부모로서 자녀를 더 잘 이끌어 줄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고려대학교 지리교육학과를 졸업한 노 상담가는 같은 대학에서 상담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경기 고양과 성남 등에서 중·고교 사회 교사로도 재직했다.

전문상담교사 1급인 노 연구원는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에서 일하고 있으며, 성신여대 평생교육원에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14살 마음의 지도’, ‘내 편이 되어줄래?’ 등이 있다. '14살 마음의 지도'는 지난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교양도서 최우수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강연이 시작되자마자 노 상담가는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제쳐두고 가장 먼저 “저도 여기 앉아있는 사람들처럼 두 아이를 둔 부모입니다”라고 말문을 뗐다.

이 한 마디에 참가자들은 경계를 푼 듯 그녀의 강연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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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미애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 상담연구원.

◆  떡잎부터 남다를까

노 연구원이 3개의 그림을 보여줬다.

그림의 주인공은 세개의 콩. 노 연구원은 A란 콩은 비옥한 토지에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비옥한 토지에서 적절한 햇빛을 받은 A콩은 건강한 줄기를 뻗은 떡잎을 가졌다.

콩 B는 자갈밭에 자리를 잡았다. 흙 속에서 양분을 빨아들여 줄기를 뻗었지만, 자갈에 가로 막혔다. 결국 B콩의 줄기는 자갈과 자갈 사이 빈틈사이로 빠져나와 떡잎을 펼쳤다. 줄기가 꼬불꼬불 휜 상태다.

C콩은 햇빛이 잘 들지 않는 척박한 환경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 줄기를 뻗었다.

“자, 그럼 여기서 질문입니다. 여기서 가장 잘 자란 콩은 무엇일까요”

노 연구원이 물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A콩이 가장 잘 자랐다고 생각할 것. 하지만, 참가자들은 노 상담가가 ‘괜히 물어보진 않았겠지’란 생각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러다 참가자 한명이 "C콩이 제일 잘 자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유는 척박한 환경에서 그만큼 자라났기 때문이라고.

노 연구원이 원하는 정답은 아니었지만, 비슷했다. 그녀는 “A, B, C 콩 모두 잘 자랐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상담가에게 필요한 자세를 들며 설명한 예시입니다. A, B, C 콩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잠재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모두 잘 자라난 것입니다.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공감해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부모도 자녀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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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미애 상담가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부모아카데미 참가자.

◆ 행복한 가정이라던 ‘왕따’ 여고생

이어 노 연구원이 조하리의 '창' 이론을 설명했다.

조하리의 창은 인간의 마음을 4 구역으로 나누는 것으로 심리학자 조셉 러프트와 해리 잉햄이 1955년에 개발한 이론이다. 조하리는 심리학자 조셉과 해리 이름 앞 글자의 합성어다.

자신의 속마음을 '■(네모)'라 표현했을 때 자신도 ■(속마음)를 알고, 남도 ■를 알고 있으면 공개영역이다.

자신은 ■를 알지만, 남이 ■를 모른다면 비밀영역이다. 또 스스로 ■를 잘 모르지만, 남들이 ■를 안다면 맹목영역이다. 끝으로 자신과 남 모두 ■를 모른다면 미지영역이다.

모두가 알고 있고, 혼자만 간직한 비밀이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남들 모두가 알고있지만, 자신은 모르는 부분도 있다는 설명이다.

왕따를 당한 17세 여고생을 상담했더니, 그 여고생은 왕따를 당해서 힘들다고 했다. 가족 관계는 정말 행복하다는 것. 그렇다면 이 아이의 문제는 어디서 발생한 것일까. 이 여고생에겐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 노 연구원에게 조심스럽게 털어놓은 여고생의 비밀은 이랬다. 

“우리 엄마는 남들이 볼때만 저를 이뻐해요. 집에서는 아무런 대화도 안해요. 밖에 나갈 때는 예쁜 옷을 골라주며 신경써주지만, 집에 있을 때는 어떤 옷을 입어도 신경써주지 않아요. 또 엄마에게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다고 털어놓았어요. 그랬더니 엄마는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이는 거야. 니가 고개를 숙이지 못해서 그런거야’라고 저를 먼저 나무랐어요”

그렇게 여고생은 공감을 기대했던 엄마로부터도 질책을 받고 나자 혼자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 여고생은 자신의 비밀영역까지 제게 다 털어놓은 것입니다. 비밀을 털어놓으니 맹목영역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이 학생은 ‘엄마처럼 친구들을 대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필요할 때만 친구를 찾은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자신도 어느새 엄마처럼 친구들이 비밀 얘기를 하면 무뚝뚝하게 답을 주고, 공감하지 못했던 겁니다"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고, 참가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 상담가의 얘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학생의 엄마는 3남매를 키우는 홀어머니였습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식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말라고 더 신경 쓴 것입니다. 이 여고생은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가족을 더 사랑하게 됐습니다. 물론, 지금은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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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미애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 상담연구원.

◆ 청소년기는 ‘질풍노도’

노 연구원이 ‘심리적 이유기’란 단어를 꺼냈다.

갓난아이들은 엄마 젖을 먹다 어느 순간 입맛을 다시기 시작한다. 그럼 부모들은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곤 한다. 엄마 젖을 떼는 과정이다.

“사춘기는 심리적으로 젖을 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려는 마음을 갖습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은 ‘엄마 싫어’ ‘내 방에서 나가’ 등 중2병 증상을 보입니다. 정상입니다. 전 세계가 똑같습니다. 제가 사춘기 관련 책을 쓸 때 외국인 친구가 'Monster?'라고 되물었습니다. 외국에서도 청소년들은 괴물과 같다는 얘기입니다”

노 연구원에 따르면 심리적 이유기 아이들은 또래 집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가족보다 오히려 친구를 더 우선한다는 설명이다.

또 그냥 방황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고집으로 부모를 이겨보고 싶어 한다고.

노 연구원은 윈스턴 처칠(1874~1965)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유년 시절에 심각한 문제아였다. 아홉 살 때 이미 통제할 수 없는 공격적인 행동 때문에 학교를 옮겨야 했다. 그는 이름난 반항아였으며, 그의 담임선생님 중 한 명은 그를 세상에 둘도 없는 반항아라고 평가했다. 그는 늘 학교생활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가 학창 시절에 쓴 글은 오자투성이여서 교정 표시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회고록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노 연구원은 “그 유명한 처칠도 사춘기 시절 방황했습니다. 세상 누구나 사춘기 시절을 겪습니다. 당연하고, 정상입니다. 아이들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사춘기 때 방황하지 않는 다면 정서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 사춘기 때 모두 비밀을 간직하고 있고, 아이들은 그 비밀을 극소수에게만 말합니다. 그 사람이 부모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아카데미는 부모의 역할이 자녀의 성공을 위해 저마다 경쟁적으로 사교육을 시키고, 소위 일류 대학에 보내는 것만이 성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취지로 기획됐다. 가족공동체의 회복이 학교공동체 회복의 가장 지름길이란 취지다. 

모든 강연은 무료이며, [제주의소리]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되고, 지나간 강연은 '다시보기'도 가능하다.

다음 강연은 오는 26일 오전 10시 제주시 한라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린다. '2015 부모아카데

미'의 마지막 강연 순서다.

강연자는 부모아카데미 첫 강연자였던 박재원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 강연 주제는 ‘내일을 살아갈 아이, 과거에 집착하는 부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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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국 씨(전 초등교사)의 진행으로 노미애 한국미술치료연구센터 상담연구원은 이날 강연 참가자들과 토크 시간도 가졌다. 


※ 나침반교실 ‘청소년 발달의 이해와 상담’ 2부는 소리TV를 통해 시청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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