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영혼 억울함 풀어주고 극락으로
죽은 영혼 억울함 풀어주고 극락으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무병의 제주, 신화 2] (19) 차사본풀이③-시왕맞이2

저승의 서사시(敍事詩) 시왕맞이 2 -하늘과 땅의 왕 천지왕본풀이  

1. 영게울림-영혼을 울림

1.jpg
▲ ⓒ문무병

<시왕맞이>는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시왕[十王]’ 또는 ‘열두시왕[十二十王]’당클에 좌정한 저승 명부(冥府)의 신들을 맞이하여 집안의 죽은 영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解寃해원]·넋을 극락세계로 인도하는[薦度천도]하는 맞이굿이다. <시왕맞이>는 15일 동안 하는 큰굿의 최상의 절정에서 이루어지는 굿이라 할 만한 굿이다. <초공본풀이>에 의하면, 무조 삼형제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하여 심방이 되어 어머니를 구하고, 삼천천제석궁에 올라가 삼시왕이 되었다. 삼시왕이 된 후, 양반집에 병과 재앙을 주고, 염라대왕에 명령하여 정명이 다 된 환자를 잡아오게 한다.

그러면 염라대왕은 저승 삼 차사에게, 저승 삼 차사는 강림차사에게, 강림차사는 본향당신에게 명령하면, 본향당신을 통하여 죽음이 인간에게 내려지는 것이다. 이 때 인간은 병고(病苦)와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굿을 하게 되는데,이때 하는 <시왕맞이>는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굿이다. 굿에서 심방은 무점(巫占)을 통하여 신의 뜻을 알아내며, 그 신의를 인간에게 전달하게 되는데 이와 같이 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달하는 제차(祭次)를 <분부사룀>이라 하며, <시왕맞이>에서의 심방이 신과 인간 사이에 말을 전하는 <분부사룀>을 “영혼을 울리며 말한다”는 의미를 지닌 <영게울림>이라 한다.

<영게울림>은 <시왕맞이> 때 하는 분부사룀이다. 심방은 <영게울림>을 통하여, 죽은 영혼[死靈]의 맺힌 한, 이승에 있을 때 풀지 못해 가슴에 맺힌 미련과 죄업을 말끔히 씻어 준다. 그리고 집안에 환자가 있는 경우, “이 주당(住堂) 안에 아무개 몇 살 난 아이 정명이 다하였으니 시왕에서 천명을 보존시켜 달라”고 빌고, 그 대신 천하에 동성·동년·동배의 사람이 있을 터이니 환자 대신 잡아가 달라고 ‘대명대충(代命代充)’으로 액을 막는 것이다. 따라서 <시왕맞이>와 <질치기> 단계는 큰굿에서 최고의 절정이며, 사령의 길을 잘 치워 닦아 ‘저승 상마을’로 보내는 사자 천도를 통하여 산 사람(患者)의 병(=恨)을 고치는 실제적인 문제를 푸는 단계이다.

그러므로 <시왕맞이>를 하여 죽은 영혼들의 길을 닦아주고 ‘저승 상마을’로 보낼 때, 심방의 입을 빌어 말하는 <시왕맞이>의 분부사룀’을 <영게울림>이라 한다. 이는 죽은 영혼이 그 서러움을 울면서 말하기 때문에 <영게울림>이라 하는 것이다.  ‘영게’는 영혼의 뜻이고, ‘울림’은 ‘울게 함(泣)’의 뜻이다. 심방은 이 <영게울림>을 할 때, 죽은 영혼을 청해 놓고, “심방의 입을 빌어 말한다.”라고 하면서 영혼의 생전의 심회, 죽어 갈 때의 서러움, 저승에서의 생활, 근친들에 대한 부탁의 말들을 울면서 말한다.

그러면 그 근친들은 영혼이 직접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 이때 심방은 사령(死靈)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심방이 곧 죽은 사령이다. 그러므로 신과 직접 대면한 인간과 신과의 비극적 상황에 대한 아이덴티티가 이루어져 서로 울면서 한을 풀어 나가는 것이 <영게울림>이다. 즉 죽은 사령이 (1) 울면서 이야기하면, (2) 그 이야기를 인간이 울면서 듣는 것이 <영게울림>에 의한 ‘한풀이’이다.

2. 시왕의 굿본 <천지왕본풀이>

<천지왕본풀이>는 하늘옥황 천지왕의 본풀이이며, 삼천천제석궁 삼시왕의 왕으로 천지왕은 하늘의 왕으로 생각한다. 그리하여 하늘 옥황의 왕은 삼천천제들 중의 왕으로 조선의 상제(上帝)로 옥황상제, 또는 천제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그러므로 지금까지는 하늘 제1궁 삼천천제석궁의 신(神)중의 왕 삼시왕이라 생각하였는데, 하늘 제1궁 심방이 죽어서 간다는 삼천천제석궁의 굿에서도 <천지왕본풀이>를 구송하며, 하늘 제2궁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열두 시왕궁의 굿에서도 <천지왕본풀이>가 구송되고 있어 <천지왕본풀이>는 <시왕 당클>의 굿에도 <삼천천제석궁 당클>의 굿과 마찬가지로 구송하고 있어 천지왕은 어느 당클에 속하는 신인지 확실하지 않은데 천지왕은 하늘 2궁과 관련이 있는 신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천지왕본풀이>는 15일 동안 하는 심방집 굿에서는 전체 초감제에서, 하늘 제1궁 삼천천제석궁의 굿에서, 그리고 하늘 제2궁 열두 시왕 당클의 굿에서 모두 하면 2, 3번 <천지왕본풀이>가 구송되었다. 이는 <천지왕본풀이>가 큰굿의 굿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필자는 이전에 <천지왕본풀이>를 여러 번 다루었는데 <시왕맞이>에서 다시 거론하는 것은 <천지왕본풀이>가 두 하늘의 굿 뿐만 아니라 굿 전체의 진행과 관련된 굿본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이와같이 <천지왕본풀이>는 2개의 하늘 양궁의 굿본의 뜻을 지닌다.

하늘 제1궁 삼천천제석궁의 굿과 하늘 제2궁 열두 시왕의 굿이 모두 <천지왕본풀이>를 굿본으로 하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큰굿의 초감제에서는 <천지왕본풀이>가 구송 되는 경우도 있고 구송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하늘 제1궁 삼천천제석궁의 굿들, 신의 뿌리인 <초공맞이>, 꽃의 뿌리인 <이공맞이>, 전상의 뿌리인 <삼공맞이>가 끝나고 <불도맞이>에 들어가면 초감제가 끝날 때쯤 <천지왕본풀이>를 구송한다. 그 이전에 초공, 2공, 3공 본풀이도 함께 구송되며, 하늘 제2궁 시왕 당클의 굿에서도 <시왕맞이>가 시작되면 초감제가 끝나고 마찬가지로 <천지왕본풀이>가 구송된다.

천지왕은 삼시왕에 속한 신이지만 큰굿의 진행에서 보면 삼시왕, 삼천천제석궁 삼시왕의 왕은 무조(巫祖) 젯부기삼형제이며 천지왕은 그보다 더 큰 신, 하늘 2궁과 땅의 2궁을 다 관리하는 천지의 왕이다. 맞이굿은 두 개의 하늘굿을 하기 윈해 석살림 굿에서 토산본향을 놀리게 되는데 이때 하늘의 신들을 모시고 석살림굿을 하려면 땅의 2궁과 토산당신을 놀려야 한다. 맞이굿의 막판에는 본향당신의 역할을 하는 감상관으로 큰심방이 굿을 집행해 나간다. 결국 맞이굿은 하늘의 신들을 모시고 지상에서 하는 굿이며, 이 맞이굿의 굿본은 하늘과 땅의 원리를 담고있는 <천지왕본풀이>가 굿본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구분은 천지왕은 하늘과 땅을 통틀어 우주를 다스리는 하늘 옥황(玉皇)의 천지왕이고, 삼천천제석궁의 삼시왕은 초공 젯부기 삼형제이며, 하늘 제2궁 시왕은 열두시왕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왕의 굿 <시왕맞이>에도 <천지왕본풀이>가 구송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가슴 속에서 찾아낸 별, 천지왕은 두 하늘 삼시왕에도, 열시왕에도, 지부왕 총명부인의 가슴 속에도, 천·지·인 어디에도 신중의 신으로 존재한다. 천지왕은 하늘의 신이며, 땅의 신, 삼시왕이며 시왕이다. 인간의 왕중의 왕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시왕맞이> 굿은 저승차사 ‘강림차사’가 죽은 망자들을 데리고 저승으로 가는 <차사본풀이>, 목숨차지 신 사만이의 <명감본풀이>, 조실부모하고 사고무친한 지장아기씨가 기구한 운명을 거쳐서 불당에 정성스레 불공을 하고 마지막에 새 몸이 되어서 태어났다는 <지장본풀이>와 같은 일반신화 열두본풀이로 중 세 개의 본풀이로 이야기하는 신화 이외에도 <천지왕본풀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초감제에서 제청에 초대되는 모든 신들을 점검하는 ‘제청신도읍’에서 동원되는 신들, 이 세상의 15 성현이 죽어서 된 역사시대의 신들, 15성인 도읍까지 노래하는 그 안에는 아주 아득한 옛날의 이야기 속에 7000년 환웅천왕의 배달국, 5000년 단군시대의 고조선의 신들까지 청신하는 스펙터클한 신화의 세계가 그려지고 있다. 두 하늘의 신들은 천지인에서부터 고대 우리 조선의 신들이다.

3. 토산당신 놀림

2.jpg
▲ 칠성신상. ⓒ문무병

<토산당굿>은 나주 금성산(錦城山)의 사신(蛇神)이 제주도에 들어와 도민에게 숭앙(崇仰)을 받기 위하여 6월 방아를 찧는 아가씨에게 급질을 주어 긴 하품 짧은 하품을 하며 쓰러져 뒹굴게 하고 치제를 받은 뒤 병을 낫게 한 <토산리 사신당 여드레할망 본풀이>에서 비롯된 굿이다. 그리고 이 신을 놀리는 굿을 <토산당신놀림>이라 한다. 이때  토산당신 <여드레할망>(八日神)을 놀리는 것이 <방울풂>이고, 그것은 놀이굿의 형태로 직접 보여주고, 굿의 마지막에는 언제나 ‘좋은 전상’은 안으로 내놀리고, ‘나쁜 전상’은 밖으로 쫓아서 병든 환자의 몸속에 빙의한 원령의 한(=맺힘·방울)을 풀어, 치병의 효과를 달성하고 있다.

<방울풂>은 <토산당신놀림>에서 긴 무명을 매듭지어 놓고, 그것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는 상징적인 극의례의 하나로 한국 본토의 <고풀이>와 유사하다. 이러한 굿은 대개 사신(蛇神)을 조상으로 모시는 집안에서만 행해진다. 그 祭次의 진행은 ⓐ토산여드렛당본풀이→ ⓑ방울풂→ ⓒ토산이렛당본풀이→ ⓓ아기놀림→ … 순서로 되는데, <방울풂>은 <토산 여드렛당 본풀이>에 근거한다. 토산당본풀이의 전단은 <당본풀이>, 후단은 <조상본풀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방울풂>은 전단의 신화적 이야기 보다는 후단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원령의 한을 푸는 내용이다. 즉 생자의 병은 원령이 들린 것이므로, 원령의 한은 곧 생자의 병이며 <방울>이다. <방울>의 상징은 왜적들로부터 겁탈당한 원령의 가슴에 맺힌 응어리의 상징이며, 한의 상징이다. 그러므로 <방울풂>에서 방울을 푸는 행위는 원령의 맺힌 한이 풀리면 동시에 생자의 병(=맺힘)이 낫는다(풀린다)는 유감주술이며, ‘맺힘과 풀림’의 형상화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의 응어리인 매듭이 풀리면, 뱀이 또아리를 튼 것과 같이 사신(蛇神)의 노여움이 풀리는 것이며, 겁탈 당한 처녀의 원한이 풀리는 것이다. 따라서 원령이 빙의한 환자의 병이 낫는다. 병이 방울로 시각화하여 현장에서 ‘맺힘과 풀림’으로 현시되는 <방울풂>은 신앙민들이 병의 원인을 너무나도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왜구에 겁탈 당해 죽은 처녀의 원한’을 역사적 사실로 공유하면서 의례적으로 풀어내고 있는 ‘역사적 해원의 굿’이라 할만한 것이다.

[토산 여드레할망 본풀이와 방울풂]

토산여드레할망[八日女神], 토산여드레또, 토산서편한집, 동의할망이라 부르는  여드레할망을 모시는 여드렛당[八日堂]신앙은 한반도 논농사 지역의 문화[稻作文化]와 곡물신(穀物神), 부신(富神)으로 모시는 뱀[蛇神]신앙이 제주에 들어와 [여드렛당 신앙권]을 형성한 것이다. 

토산 여드레할망 신앙은 어머니로부터 딸에게 전승된다. 딸은 시집갈 때 이 신을 모시고 간다. 이 여신은 잘 모시면, 집안에 부를 가져다주고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지만, 잘 모시지 않으면 그 원한은 ‘방울’로 맺혀 병을 일으킨다. 방울은 나주금성산의 산신(山神) ‘천구아구대멩이’라는 용 또는 뱀신의 노여움이며, 이 사신의 노여움 때문에 토산리 강씨 처녀가 순결을 잃고 겁탈 당해 ‘처녀 원령의 한’으로 맺힌 것이다. 굿을 하여 방울을 풀어야 병이 낫는다. 때문에 토산리의 뱀신은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고 집안에 부를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두려움과 병을 주는 부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해온 폐단이 있었다.

제주 사람들은 뱀을 집안과 마을을 수호해 주는 토지신,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는 신이라 믿는다. 그러나 뱀신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정의 여자’와 결혼하면 뱀이 따라간다 하여 결혼을 꺼리는 풍속이 되기도 하였다. 석살림굿의 <토산당신놀림>에서 토산당의 당신을 놀리는 심방굿놀이로 일뤠할망을 놀리는 <아기놀림>과 여드레할망을 놀리는 <방울풂>이 있다. 제주 사람들은 한 아가리가 하늘에 붙고, 또 다른 아가리는 지하에 붙은 ‘천구아구대맹이’라는 나주 금성산의 뱀신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여 토산리 당신이 되었다고 믿는다.

이 신이 제주도에 입도할 때는 강씨, 오씨, 한씨 선주를 따라 왔다. 처음에는 그 집안의 조상신으로 따라왔지만, 이 여인은 마을 수호신이 되고자 했다. 그러나 제주의 당신들은 외면했고 추잡한 수렵신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 같이 살자고 했다. 여인은 부정한 남자에게 잡혔던 더러운 손목을 칼로 깎아내고 붕대를 감고 토산리에 왔다. 토산리 마을 사람들은 이 순결한 여신을 대접하지 않았다. 화가 난 여신은 바람을 일으켜 수평선에 떠 있는 왜구의 배를 불러들여 난파시키고, 난파당한 왜구들은 토산리 ‘메뚜기모루’로 올라와 강씨 선주의 딸을 겁탈하여 죽인다. 왜구에 겁탈 당해 죽은 처녀의 원한은 마을사람들에게 홀연 광증을 일으킨다. 그때에서야 신의 노여움을 알게 된 마을사람들은 굿을 하여 신의 노여움을 풀어주었고, 처녀 원령의 한을 풀어 주었다. 그때부터 이 토산리 여드렛당의 뱀신은 시집가기 전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는 당신이 되었다.

이 신은 어머니로부터 딸에게 유전한다. 딸은 시집갈 때 이 신을 모시고 간다. 이 여신은 잘 모시면 집안에 부를 가져다주고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지만, 잘 모시지 않으면 그 원한은 뱀이 똬리를 틀고 ‘방울’로 맺혀 병을 일으킨다. 방울은 나주 금성산의 화신인 사신의 노여움이며, 이 사신의 노여움 때문에 토산리 강씨 처녀가 순결을 잃고 겁탈 당해 ‘처녀 원령의 한’으로 맺히는 것이다. 굿을 하여 방울을 풀어야 병이 낫는다. 때문에 토산리의 뱀신은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고 집안에 부를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두려움과 병을 주는 부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해온 폐단이 있었다. 제주 사람들은 뱀을 집안과 마을을 수호해 주는 토지신,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는 신이라 믿는다. 그러나 뱀신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정의 여자’와 결혼하면 뱀이 따라간다 하여 결혼을 꺼리는 풍속이 되기도 하였다.

어머니에서 딸에게 이어지는 내훈과 같은 신앙 속에 시집가기 전 여자가 지켜야할 덕성을 가르치던 신화의 문법이 아끼바 같은 일인학자나 조선의 관료들에 의해 혹세무민하는 미신으로 처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주 사람들에게는 아름다운 미덕과 도덕을 전승해온 저승법, 큰굿 속의 작은 굿 <토산당신놀림>으로 어머니가 딸에게 가르치는 내훈이 유전해 내려온 것이다.

<토산 여드렛당 본풀이>
토산 여드렛당 본풀이는 일종의 농경신화이며, 미식(米食)의 식성을 가진 곡물신, 부신(富神)의 신화다. <토산 여드렛당 본풀이>의 두 번째 무대가 되는 곳은 제주도와 육지에 걸쳐서 오씨·강씨·한씨가 서울을 왕래하는 항해 중의 일이다. 그리고 <토산당본풀이>의 세 번째 무대가 되는 곳은 제주도다. 나주 금성산의 사신(蛇神)은 제주에 입도하면서 아름다운 미모의 여신으로 변신하여 온평리 본향당신 ‘멩오부인’에게 현신 문안을 드리고 좌정할 곳을 문의하였으나, 땅도 내 땅 물도 내가 차지했으니, 토산리 ‘메뚜기모루’로 가라 한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여신 여드레할망은 토산리 메뚜기모루에 와서 좌정(坐定)하였는데 누구 하나 신으로 대접해 주는 이가 없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금성산 뱀신[蛇神]은 입도 후에 마을 토주관(본향당신)으로 좌정하려 하였다는 점이다. 제주도에 입도한 금성산의 사신은 두 번째 무대인 진상선을 타고 왕래하던 도중의 이야기에서 나타나는 풍우신(風雨神)·무역신(貿易神)의 성격에서 농경신격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입도 후에 이 사신은 미식(米食)의 농경신으로 신의 기능과 역할이 변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미모의 여신으로 그려지고 있다. 제주도 표선면 토산리의 완성된 여신 여드레할망[八日堂神]은 미식 농경신이며 미모의 신으로 처녀의 순결과 정절을 지켜주는 처녀 수호신이다.

그러나 여드레할망이 토산리에 좌정하자, 누구 하나 신으로 대접해 주는 이가 없었다. 신은 화가 났다. 여드레할망은 바람을 일으켜 왜선을 난파시키고, 왜구로 하여금 토산리의 처녀, 오씨 아미를 왜구에게 강간당해 죽게 하고, 이 처녀의 원령이 강씨 아미, 한씨 아미에게 빙의(憑依)하여 병들게 만들어 버린다. 따라서 여드레할망은 재앙신(災殃神)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비로소 토산당 본향당신으로 모셔지게 되었다. 오씨·강씨·한씨 집안에서 조상신으로 모시고, 나아가 토산리 마을사람 전부가 위하는 본향신이 되었기 때문에 마을의 단골조직도 오씨, 강씨, 한씨 차례대로 상·중·하단골로 삼게 되었던 것이다.

<토산 여드렛당 본풀이>는 신화와 역사가 전단과 후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단은 뱀[龍] 토템 신앙의 씨족공동체(강씨·오씨·한씨) 형성과 문화수용 과정을 설명하는 신화 이야기이고, 후단은 마을 수난의 역사, 즉 왜구의 침입으로 인하여 겁탈당한 처녀 원령의 한을 기술하고 있다.

   Ⅰ. 전단 : 금성산신 뱀 → 바둑돌(신의 징표 : 상징물) → 미모의 처녀
   Ⅱ. 후단 : 오씨의 딸 처녀 → 방울(원령의 한 : 빙의물) → 병든 처녀
   Ⅲ. 굿 : 병든 처녀(처녀+방울(뱀)) → 방울풂(한풀이) → 건강한 처녀

제주도의 여드렛당[八日堂]신앙은 조선 중기 천미포(川尾浦) 왜침(1552년) 이후의 일이다. 토산리 처녀가 왜구에 강간당하여 죽은 역사적 사건을 겪은 이후 토산 여드렛당 신화의 후단부에 이 천미포 왜침을 반영하여, 왜침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반외세의 집단적 대응이 원령의 한을 달랜다는 신앙심리 속에 내포되게 된 것이다. 즉 역사적 사건을 신의 노여움 때문에 내린 재앙이라 믿고, 다시 역사적 사건을 신화화 하고 있는 것이다. <토신당신놀림>의 <방울풂>에서 보면, 신화의 후반부를 극적으로 의례화 하고 있으며, 이는 죽은 처녀의 원령을 달래면 산 사람의 병이 낫는다고 하는 도민의 신앙 심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방울풂>은 토산 여드레당신을 놀리는 굿이다. 사신 칠성을 안내하는 본도지관 본향당신은 ‘토산 여르렛도’이기 때문이다.  ‘토산당신놀림’ 나주금성산 산신 천구아구대멩이란 구렁이가 제주도에 들어와 여드레할망이란 토산리 알당의 당신을 놀리는 굿인데 이 굿은 육지의 고풀이처럼 긴 광목천으로 고를 만들어 ‘방울’이라 하며, 방울을 혼자의 아푼 곳에 대고 당겨 풀어가는 굿으로 “마흔여덟 상방울도 풀어내자. 서른여덟 중방울도 풀어내자. 스물여덟 하방을도 풀어내자.”하며 방울을 풀어 환자를 치료하는 치병굿이다. 이는 사신(蛇神) 여드렛도의 ‘본풀이’를 창하고, 환자의 몸에 빙의한 강씨·오씨·한씨 아미라는 처년 원령의 맺힌 한의 ‘방울’이라 하고, 이 방울을 푸는 굿이다.

3.jpg
▲ ⓒ문무병

[토산 일뤠할망 본풀이와 아기놀림] 

<아기놀림>은 <토산 일뤠할망>의 본을 풀고, 그 일뤠할망이 낳은 일곱 아들을 놀리는 굿이다. 그러므로 <아기놀림>은 일뤠할망 본풀이를 해 나가다, 잃은 아기를 찾는 대목에서 부터 신화의 내용을 극화한다. 그 순서는 심방이 먼저 아기를 찾아 돌아다니는 춤을 추다가 젯상 앞에 놓여 있는 아기인형을 등에 업고 업은 아기를 놀리며 짝자꿍 죄암질을 하고,인형아기를 업은 채로 힘겹게 신칼을 들고 방아를 찧는다.

169099_192057_5659.jpg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이때는 “방아노래”를 한다. 방아를 찧은 다음, 산대를 가지고 체질하는 모습의 춤을 추고, 쾌자 앞자락으로 키질하는 시늉을 하고, 이어서 아이를 부리고 목욕을 시키는 시늉, 아기를 구덕에 놓고 흔들어 재우는 시늉을 하며, 자장가를 부르고, 또 아기의 몸에서 이를 잡아주는 시늉을 하며 제장을 한바탕 웃기고, 밤이 되면, 발로 아기 구덕을 흔들며, 손으로는 삼실을 뽑고, 감는 시늉을 하며, 마지막에는 아기 인형을 눕힌 채롱을 들고 본주와 구경꾼에게 인정을 받고 아기 인형을 젯상에 올리면, <아기놀림>은 끝난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 ‘메뚜기모루’에서 ‘모’의 모음은 본래 ‘아래 아’ 표기됐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