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훈의 과학이야기] (2) 장수식품 ② 브로콜리

현재까지 암의 예방과 관련된 파이토케미칼(phytochemical, 식물성 유효성분)을 함유하는 식품으로써 가장 많이 연구가 진행된 것은 브로콜리다. 브로콜리 성분에 대하여 설명하기 전에 암에 관한 얘기를 좀 해야겠다.

미국에서 지금으로부터 44년 전 닉슨대통령이 ‘암과의 전쟁(war on cancer)’을 선포한 바 있다. 강력한 국력이 발달한 의료기술을 뒷받침하여 암을 없애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40년 후(2011년) ‘암과의 전쟁’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비록 암을 정복하지는 못했지만, 암에 관한 다방면의 연구결과, 각종 암의 검사, 치료, 수술방법, 암세포의 생물학적 지식 등 암의 전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진전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암치료에 획기적인 암세포만을 공격하여 사멸시키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암환자에게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4명 중 한 명은 암으로 죽는다고 말해질 정도로 암의 발생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암의 발생 원인은 개개인의 유전적인 요인, 환경요인(예: 대기오염, 수질오염, 직업적 요인) 그리고 생활습관(예: 식이, 음주, 흡연, 비만) 등이 있다. 어떠한 발암물질에 의해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화하는 과정은, 일찍이 1941년 Berenblum이 2단계로 진행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제1단계는 ‘개시단계(initiation)’인데 잠재적 종양세포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제2단계는 ‘촉진단계(promotion)’인데 종양세포가 증식해가는 과정이며 양성종양상태이다. 이 단계를 지나면 빠르게 진행(progression)되어 정상세포는 거의 종양세포로 바뀌며 악성종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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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훈 제주대 명예교수.

이와 같이 암이 발생해 진행한 다음 치료하는 것보다 암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앞 글에서도 말했지만 같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도 발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차이를 나타내는 것은 생활습관에 유래한다고 한다. 생활습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식사이다. 다시 말하면 암 발생률이 높은 현대사회에서 암을 피해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식사에 있는 것이다.

어떠한 식품 성분(파이토케미칼)이 위의 제1단계에서 제2단계로 옮겨가기 전에 저지할 수 있다면 암에 걸리지 않게 된다는 전제하에 많은 연구가 행해졌다. 브로콜리도 이러한 관점에서 많은 연구가 있었고, 또 미국국립암연구소에서도 여러 가지 식물성 식품에 대해서 역학조사를 실시해 암 억제 작용이 있었다고 발표한 것 중의 하나이다.(다음 회 계속)  


윤창훈 명예교수는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69년 동국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일본 동경대학대학원에서 농업생명과학전공으로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1982년부터 2012년 8월까지 제주대 식품영양학과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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