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20) 차사본풀이 ④-시왕맞이 3 ‘방광침’

영혼의 극락왕생을 비는 기원서사시(祈願敍事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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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춘옥 심방. ⓒ문무병

1. 방광을 치다

제주 무악(巫樂)에서 징을 쳐 영혼을 달래는 의식은 불도맞이의 <수룩침>과 시왕맞이의 <방광침>이 있다. <수룩침>은 불도맞이에서 아기 낳기를 간절히 비는 ‘원불수룩제’, 즉 ‘젯북제맞이굿’이다. ‘수룩’은 수륙재(水陸齋), 바다와 육지의 귀신을 위하여 지내는 제사에서 따온 말이지만, 제주 큰굿에서는 “법당에 가서 부처님에게 원불수룩[願佛水陸齋]을 드린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수룩침>은 ‘수룩연물을 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수룩침>은 심방이 2·3박 ‘당당 당당당’을 기본음으로 하는 ‘수룩연물’을 치면, 심방은 이 연물에 맞춰 ‘수룩춤’을 추면서 삼승할망[産神]에게 아기[生佛]낳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불도맞이의 춤굿[祈願舞]이다. <방광침>은 시왕맞이에서 징을 치며 망자의 영혼이 지옥에 빠지지 않고 극락왕생을 간절히 비는 기원굿이다.

‘방광’ 쇠북소리(징소리) 이다. 그러므로 <방광침>은 ‘쇠북소리를 저승까지 울린다.’이며, “쇠북소리를 저승까지 들리게하여 열대왕의 마음을 움직여 영혼을 인도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방광침>은 시왕맞이나 삼시왕맞이에서 영혼을 불러내어 달래고 위무(慰撫)하여 부정된 것을 다 풀어서 저승으로 천도하는 해원상생의 기원의식이다. 심방은 서서 울면서 징(대양)을 두드리며 진행해 나가는 가락을 음영조라 하는데,  ‘방광을 치는 가락’,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슬픈 가락’이다. 중간 중간에 징으로 ‘♩.♩♪♩♪♩.’하고 친다. 이어 3소박 2박으로 무가를 부른 다음 마친다.

‘방광을 치다’는 의미는 굿에서 “시방광 서불로(방광을 쳐) 월일객[月日刻] 새나웁네다(살려냅니다)”라 하는데, 영혼을 인도하여 저승에 가면, 저승에는 열두 문이 있는데, 입구와 출구 두문을 빼면, 열문(十門)이고, 문문마다 열 지옥[十獄] 열대왕[十王]이 있다. 입구를 지나 제1문에 들어서면, 도산지옥(刀山地獄)인데 이곳은 제1 진광대왕(秦廣大王)이 지키고 있는데 여기 잡혀오는 사람의 생년의 간지(干支)는 갑자생, 갑인생, 갑진생, 갑오생, 갑신생, 갑술생이다. 제2문에 들어서면, 화탕지옥(火蕩地獄)인데 이곳은 제2 초강대왕(初江大王)이 지키고 있는데 여기 잡혀오는 사람의 생년의 간지는 을축생, 을묘생, 을사생, 을미생, 을유생, 을해생이다.

제3문에 들어서면, 한빙지옥(寒氷地獄)인데 이곳은 제3 송제대왕(宋帝大王)이 지키고 있는데 여기 잡혀오는 사람의 생년의 간지는 병자생, 병인생, 병진생, 병오생, 병신생, 병술생이다. 제4문에 들어서면, 검수지옥(劍樹地獄)인데 이곳은 제4 오관대왕(五官大王)이 지키고 있는데 여기 잡혀오는 사람의 생년의 간지는 정축생, 정묘생, 정사생, 정미생, 정유생, 정해생이다. 제5문에 들어서면, 발설지옥(拔舌地獄)인데 이곳은 제5 염라대왕(閻羅大王)이 지키고 있는데 여기 잡혀오는 사람의 생년의 간지는 무자생, 무인생, 무진생, 무오생, 무신생, 무술생생이다. 제6문에 들어서면, 독사지옥(毒蛇地獄)인데 이곳은 변성대왕(變成大王)이 지키고 있는데 여기 잡혀오는 사람의 생년의 간지는 기축생, 기묘생, 기사생, 기미생, 기유생, 기해생이다.

제7문에 들어서면, 거해지옥(鉅骸地獄)인데 이곳은 태산대왕(泰山大王)이 지키고 있는데 여기 잡혀오는 사람의 생년의 간지는 경자생, 경인생, 경진생, 경오생, 경신생, 경술생이다. 제8문에 들어서면, 철상지옥(鐵床地獄)인데 이곳은 평등대왕(平等大王)이 지키고 있는데 여기 잡혀오는 사람의 생년의 간지는 신축생, 신묘생, 신사생, 신미생, 신유생, 신해생이다. 제9문에 들어서면, 풍도지옥(風塗地獄)인데 이곳은 도시대왕(都市大王)이 지키고 있는데 여기 잡혀오는 사람의 생년의 간지는 임자생, 임인생, 임진생, 임오생, 임신생, 임술생이다. 제10문에 들어서면, 흑암지옥(黑暗地獄)인데 이곳은 전륜대왕(轉輪大王)이 지키고 있는데 여기 잡혀오는 사람의 생년의 간지는 계축생, 계묘생, 계사생, 계미생, 계유생, 계해생이다. 이 시왕(十王)의 뒤에는 다시 지장대왕(地藏大王), 생불대왕(生佛大王), 좌두대왕(左頭大王), 우두대왕(右頭大王), 동자판관(童子判官)이 있다. 이들 대왕의 기능은 분명하지 않으나, 생불대왕(生佛大王)은 15세 이하의 영혼을 돌보며, 다른 대왕은 죄(罪)가 있고 없는지를 심사한다.

2. 극락왕생을 비는 기원시(祈願詩) 방광침

당신은 망자를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저승[極樂]으로 천도(薦度)하는 <방광침>을 한편의 기원서사시(祈願敍事詩)라 생각해야 한다. 다음에 소개하는 <방광침>은 큰굿 시왕맞이 <방광침>의 전 과정을 줄여서 소개하는 자료이다.

<방광침>
<방광침>은 초방광쳐서 지옥을 새내움→추물공연→이방광쳐서 지옥을 새내움→추물공연→막방광쳐서 지옥을 새내움→추물공연으로 초방광침, 이방광침, 막방광침 세 번의 방광침과 세 번의 추물공연으로 이루어진다. 
심방은 간절하게 기원하여 영혼들을 시왕에 보낸다.
[큰심방(立巫)이 징을 들어 치면서]목숨 잡은 열시왕전(十王前)이 날로 달로 “시방광 서불로 월일객 새나웁니다.(방광을 쳐서 月日刻으로 살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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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점, 제비를 잡은 오춘옥 심방. ⓒ문무병

청하신 신전님 오늘은 ○○나흘쨋날입니다.
뜨고 오던 시왕전입니다 놀고 오던 시왕전
십육사자 삼차사 삼명감 일월제석님네
안으로 연향탁상 차려 청하시고 삼사오 본향
불쌍한 영혼님네 문씨 삼촌님 몸 받은
옛황수님 옛선생님을 옵서옵서 청하는 것은
(옛황수, 옛선생은 심방이 죽으면 삼시왕에 올라가 신의 서열에 오르게 되는데 이를 옛황수 또는 옛선생이라 한다.)

[날과국 섬김]
국은 갈라 갑니다.
강남은 천자국 일본은 주년국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해동조선국
제주 땅은 노고짓땅[鹿下之地] 산은 한라산 물은 황해수
물로 빙빙둘러진 설운 섬입니다.
저 산 앞은 당 오백, 이 산 앞은 절 오백,
오백장군 오백선생, 한 골[谷] 없어 곰도 왕도 못난다는 섬입니다.
동문 밖 나서면 국은 갈립니다. 구좌읍 동김녕은 각성받이 사는 마을입니다.
소로(小路) 가면 소로 삼경, 대로(大路) 가면 대로연길(큰길로 이어지는 길), 신길연길(신길로 이어진 길), 가지 높은 신전집도 아닙니다. 기와[蓋瓦]넓은 절간집 아닙니다. 한 전생 팔자 궂고 한 전생 사주 궂고, 안으로 연향당주 삼시왕 어간하여 사는 주당(主堂)아닙니까.

[연유닦음]
동헌 대주님은 올 금년 성은 김씨로 곧 마흔 받은 공사,
안 성방 문씨 안전 서른넷 받아든 공삽니다. 할머니 지키는 자손입니다.
남자 자손(아들)은 김씨로 여섯 살 받은 공사.
산천 여궁녀(딸) 아홉 살 받아든 공삽니다.
시부모 아버지 시부모 어머님네 받아든 공삽니다.
친정부모 어머님 같은 팔자 같은 사주 됩니다.
김씨로 일흔셋 받아든 공삽니다.
어떤 일로 이 공서 이 축원 올리느냐 하면,
밥이 없어 하는 공사 아닙니다.
옷이 없어 하는 축원도 아닙니다.
옷과 밥은 빌어도 밥이고 얻어서도 옷입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정말 귀중한 것은
우리 인생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습니다.
저 산천의 풀잎새도 구시월 설한풍이 불면,
잎잎마다 낙엽되었다가도 봄이 돌아오면,
꽃은 피어 화산(火山)되고, 잎도 피어 청산(靑山)되어,
제 몸 자랑 하건마는 바람 같은 인생은
양친부모 혈속에 아버님전 뼈 빌고,
어머님전 살 빌고, 칠성님에 명을 빌고,
제석님전에 복을 빌어 석가여래 공덕으로
좋은 몸천 좋은 얼굴 탄생하여서,
열다섯 십오 세 이 안쪽엔  양친부모 손에 호의호식하며 살건마는
이십 스물이 넘어 장가는 가서 입장갈림 하게 되면,
아들딸 낳고 살다가 병든 날은 병든 시간
잠든 날은 잠든 시간 걱정근심 다 제해버리면
단 사십도 못 살아 지난 날 성한 몸 아침에 보니 병이 들면
부르는 건 어머니요 찾는 건 찬 냉수라,
약방 약도 허사가 되고, 아이고 불쌍한 인간에
녹이 있어도 명(命)이 없으면 못사는 것
명이 있어도 녹이 없으면 못사는
초로(草露)같은 인생들 아닙니까.
이간 군문 안에 곧이 곧 마흔님과 서른넷 자손들,
이 자손 내외간 원통하고 칭원하여,
이 자손 소원성취 시켜주십사 하여
이 원정 말씀 여쭙기는 이제 곧 마흔 님도
양친부모 혈속에 떨어져 여러 형제 가운데 나
부모님들 조상님네 벌어놓은 재산 없고 벌어놓은 금전 없으니
남과 같이 높은 학교 못 마쳐 바다에 다니며
시어머님과 남편하고 의좋게 살자하니
남편 죽어 이별하고 부모님 따라서
외친(外親) 땅 외친 녘에 와서 살려하니 
요새는 빌어도 쌀밥이여 얻어도 쌀밥이지만 
그 때 시절에는 보리밥 세 끼니 조팝(조밥) 세 끼 먹기 어려워,
친정어머님도 여러 아기 낳고 살다 남편 죽어 이별하여
살자니 어느 일가 없고, 
이 장사 저 장사 다니며 한다는 장사 다 해 봤지만
일천 고생 만단 고생 거리거리 개똥도 참실로 줍다 싫어서
.....
‘원천강 팔자사주(심방팔자)’ 어머님 손목잡고
가자하면 가고 오라하면 오고 하는 것이
이제 스무살 넘어가니 김댁에 신역들어
저 아기들 오누이 탄생하니 
나도 좋은 금전 벌어서 남들처럼 한번
제집이나 지어서 살아보자 한 것이 
이거 밭떼기 이 터 사 놓고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며 사는 것이
아기들도 잘 되어 손목잡고 대궐같은 집 지어 놓으니
돈이 있으면 보태는 바에 대를 들고 굿이라도 하려는 게 
빚도 빚이 되고 성주님에나 위로 적선해서
새해나 나거들랑 조금씩 벌어놓았다 
굿이라도 해볼려고 살펴보니 이 일하려니 꿈에 현몽도 되어
날삼제(日三災)도 되어가고,
연삼제(年三災)도 되어가고 하다보니
....
이녁 혼자만 동으로 돌아서서 긴 한숨 짧은 한숨 쉬며 
설운 어머님 하나 믿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어머님아, 이걸 어찌하면 좋습니까 하여
어머님과 싸우며 튿으면서 어머님아, 서러운 어머님아,
아이고 이 딸 팔자 궂인 날 낳아서 좋은 전생 그르치난
저 어머님이 이 딸아이 초신길이나 내 손으로 바로잡아 주고,
저승 가게 되면 나서다니던 이 조상 이 당주로 
저 딸아이 전대유전 시켜주고 가야지 하여
저 아랫집에 살 때에 삼대 풀어 놓아서
밤도 영청 낮도 영청 이거 방광 울려서 
저 애기 초신 길 바로잡아주어도 
어머님 병도 아니 낫고 모든 이력이 아니되어가고 하니
정씨 하르바님 데려다 이승길 바로잡고
저 아들네 사는 문간으로 밖거리 고쳐서
들어와 사는 것이 이젠 몸도 편안하고
이 딸아기도 이젠 돈 벌어 좋은 집 지어 살고
작은 딸도 이녁집하고 밭도 사고
이 아기들 여러 오누이 잘 돼 가고
설운 형제간들도 잘 돼 가고 하는 것이
어찌하면 좋고 하던 것이
아무 때 해도 한번 할 일이니,
이번에 마음먹고 뜻먹은 대로하지 했던 것이
천황 왕도 신내린 날 지황 왕도 신내린 날 인황 왕도 신내린 날
신전에는 하강일(下降日) 생인에는 생기복덕 제맞잇 날 골라잡아
애산 신구월 스무하룻날 날택일 달택일 받아놓아서
전싕 궂인 이씨로
스무날 몸 받은 연양 당주문 열었습니다. 몸주문 열었습니다. 
일만기덕 삼만제기 궁전궁납 거느려
마을 넘고 재 넘으며 이간 군문 안으로 들어와
기매설연 당반설연 하였습니다
백근 들어서 천지월덕기 하늘 삼아서 
스무 날 자손들 지체 하였다가
스무 하룻날 아침에는 삼석울려 옥황으로 쇠북소리 울려두고 
일문전 초감제상 삼도리대전상 내어놓고
일만팔천신전님 가랑빗발 새빗발 영실당 놀던 신전 조상님
옵서옵서 다 청하였습니다.
.....
오늘은 스무 나흘 날
살아 목숨차지도 시왕전입니다. 죽어 목숨 차지도 시왕전입니다
놀고 오던 시왕전 뜨고 오던 시왕전입니다.
시왕맞이로 다 옵서옵서 청하여 있습니다
옵서(오세요) 청하오니 “시방광 서불 월일격으로 사나와 드립니다.”

[징(대양)을 친다.]

어느 신전인가 하시면,
혼합시 이 아래 개벽시 이 아래
천지왕 지부왕 대별왕 소별왕, 
올라 옥황상제 내려서면 지부사천대왕님,
산으로 가면 산신대왕님, 물로 가면 다섯 용궁,
절로 가면, 서산대사, 원효대사님네,
인간불도 명진국 할머님네도
“시방광 서불 월일격으로 사나와 드립니다.”
(초방광 쳐드립니다).
드려가며 날궁전 궁입니다. 달궁전 궁입니다.
깊어 얕아 삼진삼궁 스님 초공 불법 삼시당은
성친 땅은 황금산 주접선생.
외친 땅은 천하대궐 임정국 대감님과 지하대궐 김진국 부인님과
노가단풍 자주명왕 아기씨, 궁의 아들 삼형제
오늘은 오시라 청하여 있습니다.
이공 서천도산국, 삼공안땅 주년국,
시왕감사 신병서나 원앙감사 원병서, 김치 염라 태산대왕 범 같은 사천대왕,
초제 진광대왕님, 이제 초강대왕님, 제삼은 송제대왕님, 제사는 오관대왕님,
다섯은 염라대왕님, 여섯은 번성대왕님, 일곱은 태산대왕님,
여덟은 평등대왕님, 아홉은 도시대왕님, 열번째는 십전대왕님네,
날로 달로 월로 일로 초방광 서불 월일격[月日刻]으로
맺힌 간장이랑 풀어(사나와) 드립니다.

[징(대양)을 친다.]

열하나 지장대왕, 열둘은 생불대왕, 열셋 좌도, 열 넷 우도, 열다섯 십오 동자판관님,  열여섯은 십육사제님네 삼명감은 삼차사,
일월제석님네, 삼사오본향님네들,
이 집안 일월제석은
당주도 일월입니다, 몸주도 일월 아닙니까.
당주 하르바님네 당주 할마님네 당주도령 당주별감님네
마흔여덟 초간주, 서른 여덟 이간주 스물여덟 하간주,
바람분다 바람도벽 뜻분다 뜻도벽, 상간주 매어,
안으로 안삼공 밖으로 밧삼공,
육고비 고무살장 동심절 매어서 있는게 아닙니까.
드립니다 드려가며
옛 선생님네, 고 옛선생님네 오시라 했습니다. 
면공원 면황소 놀던 선생님네들,
옵서옵서 맺힌 간장이랑 다 풀어드립니다. 
마을엔 낳은 날 생산, 죽은 날 물고, 장적, 호적 받으시던
삼사오 본향 한집님네 옵서옵서 청하여 있습니다
한집님과 여드레 이레 한집님과
양재 하르바님네 양재 할마님네 옵센허곡
전생궂어 다니던 각서본향 한집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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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광침. ⓒ문무병

전송처로 다 옵서옵서 청하여 있습니다
맺힌 간장이랑은 시방광 서불입니다
드려가민 상청가민 상마을 중청가민 중마을
양사돈 육 마을 가까운 궨당 먼 궨당
곧 마흔 양친부모 하르바님네 할마님네랑
외친(外親) 하르바님네 외친 할마님네
불쌍하신 삼춘님네영 설운 형수님네영 다 오시라 해서
전승 아니 궂인 영혼은 시왕 앞으로 질치여(길을 닦아) 드리고
전승궂인 어른들은 삼시왕 앞으로 저승길 치워닦아 드리렵니다.
........
길 못닦은 영혼영신님네들은 하다 애달프게 칭원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돌아가실 때엔 수월미 청감주 자소주에
눈물수건 땀수건 의복의장을 태워드리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길 아니 치는 영혼영신님이랑
저승돈으로 이승돈으로 절간 다라니로 어서 받으시고
저승 가서 열시왕에 등장들어서
곧 마흔(남편) 다니는 길도 바로잡아주게 하시고,
서른넷(부인) 다니는 길도 바로잡아주게 하시고,
아기들 여섯살 아홉살 다니는 길 바로잡아주게 하시고,
길닦아 드리는 영혼들은
활대같이 굽은길도 살대같이 곧은 길로 바로잡아주게 하고,
좋은 의복 입성 초상 옷 차려드리면 받으시고
저승극락으로 어서 가 열시왕에 가 등장들어
자손들 아기들 다니는 길 바로잡아 주시라 하여
이 자손 마음먹고 뜻먹어 하는 일 아닙니까.
영혼영신님아 애딟은 일이나 칭원한일이나 원통한일이나
곧이 곧 마흔 서른넷 이 애기가
부모조상 생각해서 공 갚아 드리고 있습니다. 
어두운 가슴 열어주고 가시오.
얼음같이 얼어버린 가슴 풀어주고 가시오.
먹장같이 어두운 가슴 풀려서 어서 저승 가시라고
날로 달로 월로 일로
“시방광 서불 월일격으로 사나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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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광침. ⓒ문무병

[징(대양)을 친다.]

(생략)

사나와드려 가면서 
각항 지방 오방 지방 제 토신들도 옵서 다 청하였습니다.
시방광 월일격으로 다 사나와 드리니
저 만정 나서면 어시럭이 멩도발 더시럭이 멩도발
샘을 내고 투기하던 이런 멩도발들이랑,
울담 넘고 부정한 멩도발들이랑 
어느 명실에 탐하고 보십쌀에 탐하고,
부정 서정하던 멩도빨들이랑
이 집안 안에 어느
꿈에 현몽(現夢) 남가일몽(南柯一夢) 비몽사몽 불러주고,
열두 흉험 불러주고, 얻어 먹저 얻어 쓰자 하던 시군졸들
이런 하군졸들, 선왕 군졸들랑
어느 영감참봉에 놀아오던 이런 하군졸들
많이많이들 주잔은 지넘겨 드려가며 옵서옵서 청하니
자손들 이룬 역가(役價)입니다.
이룬 정성 맛이 좋은 금공사 초화정 설운 원정을 올리렵니다.
삼미올라 삼선향 삼주잔 금탑금보십쌀 신갈아 위 올려드리며, 
오르며 내리며 금공사는 초화정 설운 원정 올리면
받아 드십시오.

[추물공연]
(앉아서 장구치며 노래부르기 시작한다)
공사는 공사는 가신 공삽니다.
제저 남산은 본은 갈라 인도역
서준왕 서준공사 말씀 전 공수히 여쭈어 드립니다
날은 갈라 어느 전 날이며
달은 갈라 어느 전 달입니까

(생략)

[이방광침]
[막방광침]

(생략)

이 굿 인용 자료는 서순실 큰심방이 34세 때, 1994년 동김녕 서심방의 집 중당클굿의 넷쨋날 시왕맞이 방광침의 대목이다. 이때는 어머니의 성을 써 문순실라 하였다. (후에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성을 찾아 지금은 서순실이 되었다. 이 이야기는 서순실 심방의 공시풀이를 들으면 알 수 있다.) 여기 소개하는 10일 동안 하였던 신굿(중당클굿)은 서순실 심방이 그녀의 심방선생 故 이중춘 옹을 큰심방으로 모시고 초신길을 발루는(바로잡는) 당주맞이 큰굿(신굿)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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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초감제의 <날과국 섬김> <연유닦음>에 나오는 동헌 대주 김씨 40세는 서심방의 남편분이고 안 성방 문씨 안전 서른넷은 지금의 서순실 큰심방이다. 그러니 이 신굿은 서심방이 ‘초신질 발루는 큰굿’(처음 신길을 바로잡는 큰굿)이었다. 이 자료는 필자가 채록 정리한 제주도·제주전통문화연구소 간 제주도큰굿자료이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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