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조선 부의 상징 말(馬)때문에 울고 웃은 제주
고려·조선 부의 상징 말(馬)때문에 울고 웃은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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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권 영주고등학교 교사.

[인문의 바다] 이영권 교사 "15~17세기 제주를 떠난 사람들...그 이유는?"

제주 역사를 논하는 자리에 꼭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강사로서 강단에 서기도 하고 토론자로서 열띤 토론을 펼치기도 한다. 또 일반 참가자로서 멀리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제주 역사 관련 얘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거리는 이영권 영주고등학교 교사의 얘기다. 그는 제주가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을 잇는 위치에 있고, 소위 중앙의 역사관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교사는 15~17세기 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떠났다고 설명했다.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 원장 주강현)과 [제주의소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문의 바다’가 24일 오후 6시30분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산귤재(납읍로 6길 21-4)에서 열렸다.

이 교사가 들고 나온 주제는 ‘인문의 바다에서 해양유민을 말하다’.

그는 15~17세기 제주 섬을 떠난 제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양 문화적 관점으로 풀어냈다.

조선 전기 제주 인구는 6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이 교사는 "역사서를 확인해보면 이중 1/3은 제주를 떠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많은 학자들은 제주의 땅이 척박해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자연재해, 수탈 등으로 사람들이 제주를 떠났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교사는 제주 경제의 중심이었던 ‘말’ (馬)경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주의 땅이 척박하고, 자연재해, 수탈은 언제나 있었지만, 15~17세기 특히 많은 사람들이 이주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얘기다.

고려 말, 조선 전기 제주에 수만 마리의 말이 있었다. 당시 말 한필은 노비 3명의 값과 같았다. 그만큼 귀했다는 얘기다.

그런 제주의 말을 차지하기 위해 원나라와 명나라, 고려간 갈등이 심화되기도 했다. 탐라국(지금의 제주)은 주변 국가 정세에 따라 각국 말 상납 물량을 바꾸기도 했다.

이후 탐라국은 고려에 귀속됐고, 탐라 사람들은 말 산업으로 살아갔다.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란 새로운 국가가 세워져도 마찬가지였다.

고려 공민왕부터 조선 문종까지 79년간 역사서에 기록된 제주의 말 상납은 약 10만 마리에 달할 정도다.

이 교사는 “조선왕조실록은 국가의 중요한 일만 기록된 역사서다. 조선 전기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제주 이야기 중 70%는 말 관련 얘기다. 그만큼 제주의 말은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 이야기를 살펴보면 세종 10년에는 專以賣馬爲生(전이매마위생)이라 적혀있다. 제주 사람들이 ‘오로지 말을 팔아 살고 있다’는 말이다”라며 “그런데 세종 29년부터 말 얘기가 줄어들고 미역 얘기가 나온다. 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세종 때의 조선은 나라 안팎으로 안정된 국가였다고 평가된다. 세종이 즉위한 뒤 조선의 정치·경제·국방·문화 등 다방면에서 조선 왕조의 기틀이 잡혔다고 설명한다.

즉, 세종 때 중앙 집권화로 제주의 말 경제가 중앙에 귀속됐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제주를 떠났다는 것.

이 교사는 “말 경제로 부를 축적하던 제주 사람들이 중앙 통제로 자유로운 말 매입을 할 수 없게 됐다. 국가에서 말을 관리했고, 민간 거래가 가능한 말 종류는 별로 없었다”며 “15~17세기에 사람들이 제주를 떠난 이유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주 사람들이 말 경제 때문에 제주를 빠져나갔다는 것은 그만큼 무역이 발달했다고도 볼 수 있다. 탐라 시절부터 말과 해산물 등을 중심으로 바다로 향했다는 것”이라며 “제주는 중앙, 농경사회적 관점으로 바라보지 말고, 해양 문화적 관점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출신 이 교사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해 제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4.3연구소, 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중앙 중심적 시각이 아니라 제주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제주역사기행’, ‘새로 쓰는 제주사’, ‘조선시대 해양유민의 사회사’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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