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풀이 고수 카이스트 학생들, 토론은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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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아카데미] 2015 마지막 강연...박재원 소장 "'유기적 생태계'에 주목해야"

신분제도가 지배하던 조선시대. 당시에는 과거제도가 있어 사서삼경 등을 공부해야만 요직에 진출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차별이 심했다. 다만, 일본어를 할 줄 알면 어느 정도 출세가 가능했다. 미군정 체제에서는 영어가 필요했다. 1970~90년대 산업화(고성장기) 시기에는 입시 시험이 강화돼 직업의 계층화가 시작됐다. 시대에 따라 모든게 변했다.

2010년대 우리나라는 저성장기에 들어섰다. 경제적 지표만 보면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대한민국의 교육도 선진국 반열에 들었을까.

그러나 박재원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 공부연구소 소장은 대한민국의 교육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단언했다.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과 [제주의소리]가 주최하는 ‘2015 부모아카데미 - 나침반교실’ 마지막 강연이 26일 오전 10시 한라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열렸다.

박 소장은 ‘내일을 살아갈 아이, 과거에 집착하는 부모’를 주제로 우리나라 현실과 사회, 교육의 실상을 따끔하게 꼬집었다.

박 소장은 우리나라 사교육 뿐만 아니라 공교육 관계자들에게도 유명인사다. 학원 강사 시절에는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 ‘박보살’로 불렸다.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소장과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 대표강사를 역임했고, 현재 서울특별시교육청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또 큰 반향을 일으켰던 SBS 특집 다큐 ‘부모VS학부모’에서 자녀 교육으로 골머리를 앓는 부모들에게 현실적인 해답을 주기도 했다.

지난 6월1일 부모아카데미 첫 강연자로 나서 사교육과 공교육의 경계를 넘나드는 명강의를 펼쳐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박 소장은 부모의 자녀 교육열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은 교육열과 함께 경쟁열과 출세욕을 함께 지녔다고 진단했다.

자녀를 공부 경쟁에서 이기게 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사람으로 출세시키려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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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원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 공부연구소 소장.
◆ 화려한 스펙의 청년들, 현실은?

지난해 주간조선에 ‘2014 취업전쟁 보고서’란 글이 실렸다. 부제는 ‘서울대 마저...’.

서울대 국문과, 사회학과 출신, 연세대 경제학부 졸업생이 수십군데 취업 서류를 넣었지만, 모두 탈락했다는 내용이다.

박 소장은 청년들의 스펙 쌓기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대학 졸업장만으로 취업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청년들은 너도나도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모두 환상입니다”

스펙은 어떤 사물의 사양(仕樣)을 뜻하는 ‘specification’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학점·토익 점수, 자격증 따위를 뜻하는 ‘콩글리쉬’로 봐도 무방하다.

취업을 위한 학점, 자격증 따위가 환상이라니. 실제로도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일까.

“여러분이 어떤 회사 사장이라고 생각해보세요. 여러분 회사에 엄청난 스펙을 가진 청년이 입사 지원서를 냈습니다. 바로 ‘이 사람이야’라고 생각드나요? 의심이 가지 않습니까? 그래서 면접을 실시합니다. 면접에서 말까지 잘합니다. 그래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입니다. 공부 잘하고, 말 잘하는 직원이 아니라 일 잘하는 직원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4년제 대학 취업률이 50% 아래로 떨어진 현실을 반영합니다”

큰 울림이 있는 말이었다. 기업은 일 잘하는 직원을 뽑으려 하는 것이지 공부 잘하는 직원을 뽑으려 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 잘하는 청년은 학계로 진출하면 된다.

언제부터인가 ‘학력과 높은 스펙이 곧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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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박재원 소장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 SKY 중 K 행보를 주목하라?

우리나라 고학력의 상징과 같은 SKY(스카이). 스카이는 서울대(S), 고려대(K), 연세대(Y)를 뜻한다.

박 소장은 대뜸 최근 염재호 고려대 총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인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존경받는 지도자가 몇 없지만, 염 총장이 그 존경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염 총장은 최근 고려대 개혁 방안으로 3무(無) 정책을 꺼내들었다. 출석부, 시험감독, 상대평가를 없앤다는 것. 또 논술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사교육을 통해 미리 공부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답안지를 베낄 수 있는 시험 문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판단에서다.

또 염 총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개척하는 지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 총장이 말한 '개척하는 지성'은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재다. 사교육에 무조건적으로 의존하는 학생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한 학생이 미래를 이끌 인재라는 것.

“올해 초 카이스트에서 실험처럼 수업을 했습니다. 카이스트 학생들은 수업을 듣고, 암기해 문제를 푸는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이런 학생들을 강의실에 모아놓고, 조별로 토론해 문제를 해결하게 했습니다. 잘 됐을까요? 실험 설계자들은 카이스트 학생들을 ‘마치 초등학생 같았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학생들은 남의 얘기를 들어주는 능력이 부족했고, 양보와 협력이 약했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이끌 인재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며 학교와 학원스케줄까지 모두 관리하는 부모를 미국에서는 '잔디깎이 부모'라고 한다.

잔디깎이 기계처럼 길을 말끔하게 다듬고, 돌을 다 걸러내준다는 의미다.

잘 다듬어진 길만 걷던 아이들이 홀로 도랑 등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만난다면 얼마나 견뎌낼 수 있을까. 카이스트 학생들의 이야기는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걷는 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한 사례였다.

참가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박 소장의 따끔한 지적을 참가자 모두 공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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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원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 공부연구소 소장.
◆ 전교 꼴찌의 반란, 악플을 멋지게 받아친(?) 꼴찌 엄마

중학생 시절 전교에서 성적이 꼴찌인 A학생이 있었다. 대입을 위한 일반계고등학교보다는 취업을 위한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했다.

A학생은 특목고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역시 성적이 꼴찌였다.

졸업할 시기가 다가오자 A학생은 반전을 일궈냈다. 학교에서 가장 먼저 취업한 것. 성적이 꼴찌였지, 디자인 실력까지 꼴찌는 아니었던 것.

A학생의 부모는 자랑스러운 마음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녀의 자랑을 했다.

댓글이 달렸다.

댓글 작성자는 “아이가 사회에 나가면 고졸이기에 서러움을 당할 것 같네요. 나중에 엄마를 원망하지 않을까요”라고 우려를 표했다.

A학생의 엄마는 “실력이 모자라 서러움을 느끼는 것과 고졸이라는 이유로 서러움을 느끼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전자는 스스로 노력해 이겨내야 하고, 후자는 사회가 바로 잡아야 할 문제입니다”고 답장했다.

남다른 진로 의식을 가진 부모 사례였다.

박 소장은 “요즘 사회를 설명할 때 먹이사슬로 표현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먹잇감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어떻게든 먹이 사슬 상위층으로 끌어올리려 합니다. 이제는 아닙니다. 사회가 변하고 있습니다. 유기적 생태계입니다. 개미 한 마리라도 모두 자기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 때문에 생태계가 돌아갑니다. 진짜 부모라면 자녀가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그 자리에서 잘 살아 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사회는 변화하고 있는데, 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생각은 그대로라는 지적이었다. 부모가 진로 의식을 바꿔 사교육에 치우치지 않는다면 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문화도 조금씩 바뀔 수 있다는 조언과 함께.

부모아카데미는 부모의 역할이 자녀의 성공을 위해 저마다 경쟁적으로 사교육을 시키고, 소위 일류 대학에 보내는 것만이 성공의 전부가 아니라는 취지로 기획됐다. 가족공동체의 회복이 학교공동체 회복의 가장 지름길이란 취지다.

이날 강연을 끝으로 ‘2015 부모 아카데미’는 끝났다. 이전 강연들은 요약 기사와 영상은 [제주의소리]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나침반교실 ‘내일을 살아갈 아이, 과거에 집착하는 부모’ 2부는 소리TV를 통해 시청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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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원 아름다운배움 부설 행복한 공부연구소 소장이 참가자들과 일문일답 시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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