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1리 비대위 “대한항공 이해관계자가 용역 주도” vs 당사자 "독립적 개체"

169624_192743_5108.jpg
▲ 노란색 공역은 이번에 항공대 컨소시엄이 제시한 성산읍 온평리 제2공항 공역, 회색 공역은 2012년 국토연구원이 제시한 신산리 신공항 공역, 파란색은 대한항공의 현 정석비행장 공역 ⓒ제주의소리DB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지 6개 마을 중 한 곳인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1리가 공항 인프라확충 사전 타당성 검토 용역에서 연구진과 대한항공 간 관계를 거론하며 모종의 의혹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대한항공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사가 이번 용역을 주도했고, 용역 결과도 대한항공측의 이해가 고려됐다는 주장이다. 

신공항 반대 수산1리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오찬율 이장)는 2일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의 커넥션(?)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제주의소리>가 보도한 공항 예정지 입지 변경 배경(“온평리 결정 최우선 요인은 정석비행장 공역탓”, 2015.11.16.)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대한항공 간 이해관계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비대위는 공항 입지가 당초 신산해안형에서 온평리를 중심으로 한 내륙형으로 변경된 데 대해 용역 관계자가 “정석비행장과의 공역 중첩 때문”이란 답을 내놓은 것을 문제 삼았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제동목장 인근에 위치한 정석비행장은 대한항공에서 조종사 양성과 훈련용으로 조성했고, 한국항공대도 비행 훈련 목적으로 사용 중이다. 한국항공대는 이번 제2공항 연구용역을 주도했다.

비대위는 “천혜의 자연을 가진 제주도의 환경훼손을 염려했다면 기존 정석비행장을 이용하면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냐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새로 시설을 건설하고 조상대대로 수백년 살아온 제주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으면서 환경훼손을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륙형으로 공항을 건설하게 되면 청사와 상업지구가 온평리에 들어서게 되고 반대편으로 알맞게 떨어진 곳이 정석비행장이 된다”며 “그러면 정석비행장 부지가 이제 엄청난 노른자위 땅이 되면서 제주 제2공항 최대 수혜자는 제주도민이 아닌 정석비행장 소유주인 대한항공이 되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비대위는 “이번 연구용역 총괄책임자인 김병종 교수의 한국항공대가 속해있는 정석학원은 대한항공 조양호, 조현아, 조원태가 이사로 돼 있는 곳이고, 정석비행장은 항공대 학생들이 비행훈련을 하는 곳이다. 정석학원은 인하대, 한국항공대와 중고등학교 등이 포함돼 있는 재단”이라고 커넥션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이어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용역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체크를 해봤는지 묻고 싶다”며 “공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가 배제돼야 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우리는 이해관계자인 한국항공대가 주도한 이번 용역에 문제점을 제기하며, 국토교통부는 '땅콩회항'에서 빚어진 과오를 이번에도 범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며 “제주도는 보다 면밀하게 관련 사항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여 한 치의 문제점 없이 관련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의혹 해소를 요구했다.

비대위는 “정석비행장을 사용하는 방안, 신산지구 해안형, 현재 내륙형 등 3가지 안에 대한 타당성의 사전 검토를 다시 한 번 진행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병종 교수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교수는 2일 <제주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마을 주민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교수는 독립적인 개체다. 저는 공항을 전문으로 전공하는 교수로서 과제(연구용역)에 참여를 한 것”이라며 “이 과제를 진행하면서 대한항공의 이해관계를 우선시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지난 달 10일 제주도청에서 진행된 제주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결과 발표회에서는 제2공항 최적입지로 성산읍 온평리 일대(당시에는 ‘신산리’로 발표)가 낙점됐다.

이는 2012년 국토연구원의 ‘제주 신공항 개발구상 연구’ 용역 당시부터 유력 후보지 중 하나로 거론되던 ‘신산리’와 비교해 좀 더 내륙으로 이동한 위치다. 용역 관계자는 지난 달 12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정석비행장과의 공역 중첩이 후보지를 신산에서 온평으로 이동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